푸코의 사유방식과 사상 전반에 대한 이해의 길잡이
검은 태양이 빛나는 언어 공간 속으로의 여행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은 인문학 저서로는 프랑스에서 보기 드물게 많이 팔린 책이다. 출판된 첫해에 2만 부가 팔렸고 20년에 걸쳐 11만여 부가 팔리게 된다. 1990년부터는 해마다 5,000부가 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말과 사물』이 푸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말과 사물』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해석은 기껏해야 지식의 성립 조건이 시대별로 다르다는 푸코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말과 사물』은 르네상스 시대(16세기), 고전주의 시대(17-18세기),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근대에 존재하는 과학 담론의 성립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대별 ‘에피스테메’를 파악하는 것이 『말과 사물』의 이해에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식의 선험적 여건이 시대별로 다르다는 푸코의 기본적인 생각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관한 탐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책의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것을 들어 올릴 지렛대와 지렛대를 받칠 바깥의 한 지점, 이른바 아르키메데스의 점이 발견되어야 한다.
『말과 사물』에 관한 이 해설서는 위에서 말한 『말과 사물』의 기본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렇기는커녕 『말과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말과 사물』 내부의 세 가지 핵심적인 요소, 즉 고고학 방법론·에피스테메 개념·언어의 존재가 바깥으로 투영되어 합쳐지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야 비로소 『말과 사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말과 사물』의 세 가지 핵심적인 개념에서 출발하여 그것들의 연원을 밝히고 있다. 요컨대 『말과 사물』의 선험적 여건을 따지고 있다. 이 점에서 고고학의 고고학이자 바깥의 사유에 대한 바깥의 사유임과 동시에 검은 태양이 빛나는 언어 공간 속으로의 여행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말과 사물』의 이해를 위한 지렛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푸코의 사유방식과 사상 전반에 대한 이해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