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설흔이 일찍이 회사원이었던 시절, 버티기 힘든 피곤한 날에 설흔은 김기택의 시 「화석」을 떠올리곤 했다. “그는 언제나 그 책상 그 의자에 붙어 있다 / 등을 잔뜩 구부리고 얼굴을 책상에 박고 있다”가 떠오르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 「사계」를 자연스레 읊조렸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로 끝나는 노래는 김기택의 시와 완벽한 쌍을 이룬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책은 ‘시가’와 ‘책’ 빼면 시체(라 하면 서운하다. ‘야구’가 빠질 수 없다)인 작가 ‘설흔’이 ‘설흔’한 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작가의 일상에 찾아온 ‘시가’가 불러온 감정과 인물을 두서없이 적어나간 작가만의 기록이다. 작가의 영혼을 울린 26편의 시와 26편의 노래에 설흔만의 시선이 담긴 삶의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시영의 시 〈원효로4가〉와 호레이스 실버의 곡 〈Song for my father〉 끝에 원효대사와 설총 부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와 노래의 엉뚱한 조합도 신선하지만, 그에 호출되어 풀어져 나오는 설흔 스타일의 이야기보따리가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