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찌는 건 그저 많이 먹고 게으르기 때문일까?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를 비만해지게 만드는 원인을 낱낱이 파헤친다!
왜 우리는 쉽게 살이 찔까? 힘들게 살을 뺐다 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요요는 우리를 또다시 좌절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제시된 다이어트 방법만 해도 무려 2만 6천 건이 넘는다고 하니, 수많은 사람이 체중 문제로 씨름해 왔으며 그 어떤 방법으로도 다이어트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트 실패율은 무려 99.5%에 달한다고 한다. 흔히들 음식을 과하게 먹고,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만이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탐식과 나태 같은 개인적 책임 때문에 현대 사회에 비만이 만연한 걸까?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했고,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이미 10억 명을 넘어섰다. 비만 인구는 갈수록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며, 세계비만연맹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초고도 비만인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소아·청소년 비만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 자제력 부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변화 등 여러 요인이 현대인을 비만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는 이름하여 ‘비만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비만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인이 쉽게 비만해지는 이유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비만은 생활 습관은 물론, 유전적, 진화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신체적 요인과 스트레스,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병인 만큼, 다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와 더불어 비만한 사람은 자기 관리를 못해서 살을 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도 바꿔야 한다. 이 책은 친절한 설명과 예시를 통해 비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개인과 더불어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비만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비만을 유도하는 현대 사회
한때는 뚱뚱함이 부의 상징이었던 적이 있었고, 푸근한 뱃살은 인품과 비례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이제 비만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다. 많은 사람이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고 탐욕적이라고 생각하며, 비만한 사람에 대한 혐오가 각종 차별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비만은 단순히 외형적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직결되는 중대한 질병이기에 편견 없이 비만을 바라보고 비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비만 인구는 어쩌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했을까? 우리가 많이 먹고 게을러서 비만이 된 것이라면, 이 잘못된 행동을 바꾸면 전 세계적인 비만 문제가 해결될까? 그러나 비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개인의 의지와 결심만으로는 쉽게 물리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현대인이 왜 비만에 취약한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비만의 원인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인류는 수렵·채집 시대를 거치며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방 축적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데, 이런 생존 전략은 음식이 지천으로 널린 현대의 생활환경에는 유효하지 않은 적응 방식이 되었다. 선조들과 달리 초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고열량, 고지방 식품을 주로 먹게 된 급격한 식습관의 변화를 우리 몸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화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활동량을 현저히 떨어트렸다.
또한 소득이 적고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의 비만이 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만이 사회·경제적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건강 시설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며, 고가의 건강식품보다 저가의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커지고, 비만을 치료할 가능성도 더 낮아진다. 또한 건강한 신선식품을 구하기 힘든 지역인 ‘식품 사막’ 문제도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음식 광고와 먹방 영상이 넘쳐나며, 식품 산업에서는 이윤 추구를 위해 사람들이 더 많이 먹게 할 전략을 앞세워 우리를 과식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라 배고픔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비만으로 이어지게 되며,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신체적 특성도 체중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현대인이 쉽게 비만해지는 이유를 살펴보고, 전 인류가 마주한 과제인 비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 보게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을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이 책의 일부 내용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파트너 채널 〈비만 권하는 사회〉에 연재된 바 있습니다.
※ 이 책은 2021년에 출간된 《비만의 사회학》의 개정증보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