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문득 눈을 감고
내가 그녀가 되어 밤 깊도록 써 내려간 것이다.
나와는 일면식이나 우연한 조우도 없었던 그녀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던 명예를 박탈당하고 영어의 몸이 되고 만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이 나의 가슴을 너무나 어둡고 차갑게 짓눌러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내 가슴속 아픔은 분노의 불덩이로 타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뜨거운 열기를 달래기 위해 매일같이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향하여 외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신들이 가고 있는 그 길은 분명 잘못된 길이라고. 그러나 아무도 나의 외침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아내와 어린 딸마저 가슴속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를 마냥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