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주먹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유쾌하고 실감나게 담아낸 ‘가나열매책장’ 첫 번째 동화!
가나 출판사 중학년 창작 시리즈 첫 권 『왕주먹 대 말주먹』이 출간되었다. 주먹 힘이 센 ‘왕주먹’ 태오와 말발이 센 ‘말주먹’ 선우. 전혀 다른 두 캐릭터의 대결을 유쾌하고 실감나게 담은 동화로, ‘주먹과 말’이라는 특징을 생기 넘치는 에피소드들 안에 잘 녹여 냈다.
송판 다섯 장을 단번에 깰 정도로 주먹 힘이 센 태오와 말로는 절대 지지 않는 말발의 소유자 선우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태오와 선우는 어느 순간 앙숙이 되고, 틈만 나면 공격할 기회만 노린다.
자신의 강점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살아 숨 쉬는 두 캐릭터의 역동적인 대비는 이야기의 맛을 한껏 살려 준다. 또한 억지 교훈이 아닌, 말과 주먹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말해 주고 있다. 어린이 독자들은 『왕주먹 대 말주먹』을 통해 이야기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할 뿐만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두 주먹의 ‘진짜 대결’ 이야기
왕주먹 태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선우 입을 주먹으로 막고, 말문이 막히면 책상을 마구 두드려서 답답한 마음을 풀기도 한다. 말 대신 주먹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반면, 마른 데다 키도 작은 선우는 어려운 단어와 속담, 명언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져서 지치게 만든다. 이렇게 다른 두 주먹의 대결이 시시각각 펼쳐져 ‘이번엔 어떤 주먹이 이길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왕주먹과 말주먹이 이런 별명을 갖게 된 진짜 이유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왕주먹은 말로 하는 건 어설프고, 말주먹은 힘을 쓰는 덴 자신이 없다. 그래서 왕주먹 태오는 가슴속의 말들을 뱉지 못할 땐 커다란 주먹이 먼저 나가고, 말주먹 선우는 키가 작고 마른 자기를 친구들이 얕잡아 볼까 봐 말주먹을 날릴 때가 많다.
이런 아픔을 품고 있는 두 주먹이 맞붙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진짜 대결을 펼친다. 말주먹 선우가 처음으로 주먹을 날리고, 왕주먹 태오도 가슴속에 묻어 뒀던 속내를 간신히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뜻깊은 고백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곁에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성장이자, 두 주먹이 ‘진짜 대결’을 펼친 이유가 아닐까.
이야기의 맛을 한껏 돋우는, 팡팡 터지는 그림의 매력
‘살아 있는 캐릭터’라는 표현은 왕주먹과 말주먹을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게임을 연상시키는 화면 구성뿐만 아니라, 독특한 연출과 자유롭고 과감한 터치는 이야기의 맛을 한껏 돋워 주고 있다.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거친 주먹 이미지들은 태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고, 말주먹 선우가 공격하는 장면에서 표현된 쏟아지는 말들과 혀는 그림의 청각화를 잘 구현해 선우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
특히 이 책에선 만화와 일러스트가 혼재되어 있어 다양한 구성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글 텍스트를 재해석해 새롭게 구성한 그림 속 대사와 지문은, 그림이 단지 삽화로써의 기능을 넘어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는 역할’까지 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고 깊이 있게 읽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줄거리
주먹의 힘이 더 셀까, 말의 힘이 더 셀까?
왕주먹 태오는 학교 급식에 치킨이 나올 때 가장 행복하다. 오늘이 바로 치킨이 나오는 날! 급식실 앞에 줄을 선 태오는, 선우가 갑자기 자기 어깨도 치고 새치기까지 하자 기분이 확 상한다. 하지만 선우는 어깨도 안 쳤고 새치기도 안 했다며 박박 우겼다. 이때부터 왕주먹 태오와 말주먹 선우, 두 주먹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왕주먹 태오는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수비력은 약했다. 말주먹 선우가 ‘말 틈새 없애기’ 작전을 펼치면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말주먹에 얻어맞기 일쑤였다. 말주먹 선우는 누구와 말싸움을 해도 절대 지지 않는 강자다. 하지만 왕주먹 태오한테는 말주먹이 통하지 않았다. 화가 나면 꽉 움켜쥐는 무시무시한 왕주먹 때문. 사사건건 부딪히는 왕주먹과 말주먹,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주먹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