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자 :도우리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3-01-1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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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양다솔, 박참새 강력 추천!★

☆〈한겨레21〉 르포작가 공모전 수상 작가☆



“다만 나는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



갓생, 데이트 앱, 방꾸미기, 중고 거래, 사주 풀이…

젊은 도시인의 참신하고 신랄한 중독 사회 보고서



만성 번아웃의 시대. 퇴근 후 씻지도 않은 채 건조한 얼굴로 방바닥에 앉아 핸드폰 액정 위로 무의미한 스크롤을 하던 어느 날, 우리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만 것이다. ‘오늘은 진짜 책상에 앉으려고 했는데…. 넷플릭스 명작 시리즈라도 볼까? 근데 뭔가에 감명받을 기력이 없어…. 지금 이런 생각 중에도 이불에서 나올 생각 안 하고 이딴 월간 운세나 보고 있는데, 문화생활은 대체 언제 하냐고. 중독이다, 중독.’(9쪽) 그런데 가만, 어쩌면 중독된 이 삶 자체가 우리의 문화인 것은 아닐까?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프로 중독러’인 도우리가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여 써낸,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중독’라는 문화 트렌드를 새로이 포착해내며, 21세기 중독 필수템이 되어버린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라는 9가지 문화 트렌드를 각각 비평·분석한다. 문화를 ‘여가 시간을 할애하는 대상’으로 정의한다면, 습관적으로 얼마나 얻었는지 확인하는 인스타그램 ‘좋아요’도, 불안할 때마다 찾는 사주 유튜브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어김없이 입에 갖다 대는 불닭볶음면에 맥주 한 캔도 모두 중독 문화의 요소인 셈이다.

한편,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의 제목이 말해주듯, 환상적 욕망을 좇는 가난한 도시의 청년들은 이런 중독을 향한 사랑을 끊어내려야 끊을 수가 없다. 중독 문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지만, 일시적이고 즉각적으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독은 “자기 위로이면서 자해”(8쪽)이다. 도우리는 중독 문화를 입체적으로 논하며, 오늘날 청년이 중독에 기대어 성실하게 엉망인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는 혼란한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뻐근한 공감을 느끼며 독자 역시 글 안팎으로 어딘가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에 아낌없는 추천의 글을 보내준 문화인류학자 김현미와 양다솔 작가, 박참새 작가는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니 이 책은 도우리의 중독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모든 경우가 그렇지 않다 해도 어쨌든 그건 우리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중독’이라는 말은 그런 위치를 드러내기에 적합했다. (중략) 내가 다루고자 하는 문화 주제들과, 몇 언론이나 소비 시장에서 언급하는 문화 트렌드는 상당수 겹친다. 다만 나는 중독된 자로서, 문화를 중독의 언어로 쓰고자 했다.”_본문 중





“내 자리를 더듬어 보면, 분명 차가웠다”

환상을 걷어내고 핍진하게 그려낸 청춘의 ‘겨울’



청춘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흔히 봄에 비유된다. 햇빛을 머금은 씨앗에서 꽃과 새순이 피어나듯 청년은 모든 가능성으로 가득한 푸릇한 존재로 비쳐진다. 특권과도 같은 그 뜨겁고 푸르른 ‘젊음’을 알차게 누리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직무유기’와 맞먹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열정을 상실한 젊은 세대, 뭐든지 쉽게 포기하는 청년, 조직이나 사회 규범에 녹아들지 못하고 혼자 부유하는 2030 젊은이들은 그 자체로 ‘문제적’이다.

하지만 도우리는 과감히 그 청춘이라는 은유를 비틀고 찢는다. 애초에 “봄의 상징처럼 눈부시고 푸르른 모습만이 청년이 아니라고”, “청춘인 우리는 단일하게 푸르지 않다”(12쪽)고 말이다. 오히려 기회와 가능성을 빼앗긴 채 불평등한 사회와 궁핍한 현실에 아등바등 홀로 맞서는 게 오늘날 청춘의 모습에 가깝다. 청년의 현실과 동떨어져 덧씌워지는 허황된 기대를 문제 제기하며, 저자는 자신 역시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이자 ‘사수 없는 노동자’, ‘집 없는 심미주의자’로서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적인’ 삶의 지표를 따르는 것은 마치 환상을 욕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푸르지 않은 청춘도, 중독 그 자체도 아니다. 바로 청춘 주변의 차디찬 사회적 토양이다. 앞선 비유를 빌려, 청년 역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 햇빛이 필요하지만, 정작 오늘날 청년 위에 드리워진 것은 그늘뿐이다.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는 각 장의 중독 문화 분석을 토대로 사회의 그림자를 주목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적 불평등·빈부격차·젠더 이슈·주거 빈곤·인력난·과도한 효율 만능주의·파편화 등 중독 이면의 다층적인 사회 내 문제 구조들이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낙오되고 방치되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중독 문화는 한 줄기 빛처럼 환상적 욕망을 이룰, 쉽고도 유일한 해결책이 될 뿐이다. 도우리는 자신을 포함해 ‘겨울’을 살고 있는 청춘-여성 청년, 아픈 청년, 빈곤한 청년과 퀴어한 청년-을 두루 호명하며, 청춘의 겨울을 담아낸 이 책이 지금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사회적 상상력을 넓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꺼이 지금의 “문화 생태계를 ‘오염’시키기를”(13쪽) 바라는 마음으로.



“그럴 때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의 계절을 감각하는 건 도움이 됐다. 눈을 감고 가만히 내 자리를 더듬어 보면, 분명 차가웠다. 그리고 가끔 참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는 또래들에게, 나처럼 희뿌연 입김이 보였다. 미리 주제를 설계하기보다 그 입김의 소리와 형상들을 따라가다 보니 갓생·배민맛·방꾸미기·랜선 사수·중고 거래·사주·안읽씹·데이트앱·좋아요라는 주제가 갈무리됐다”_본문 중





“나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이 아닐까?”

욕망과 불안,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내가 갖고 싶은 옷의 가격은 내 옷 서너 벌을 팔 때 가격과 같다는 것. 이 가격 차이를 메꾸다 보니 결국 중고 거래에서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컸다. 그래서 내 되팔기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내 근로소득 수준에서 의류비로 지출할 수 있는 한계. (중략) 문화에 대한 취향은 단지 사적인 게 아니고 계급이 첨예하게 구별되는 장이라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중고 거래 앱을 구경하는 게 고통이 되었던 이유다. 내가 결코 걸치지 못할 우아하고 빛나는 천 쪼가리들은 나의 가난을 훤히 비췄다.”_본문 중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의 1장 〈갓생〉은 신조어 ‘갓생’이 신(god)의 경지에 오른 충만한 삶을 표방하면서도 비로소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모순을 지적하며 시작한다. 과도한 생산성을 강조하고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따라 전시되는 갓생을 경계함과 동시에, 진정한 삶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고찰 대신 행복을 볼모로 잡는 자본주의 산업의 꼬드김만이 넘쳐나는 세태를 비판한다. 이와 같은 극강의 효율 추구는 식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2장 〈배민맛〉에서는 가짜 리뷰 서비스와 배달 노동자 처우 문제 등 배달 앱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기계처럼 일하느라 배달 앱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워진, 현대 도시인의 바쁘고 척박해진 식생활을 분석한다. 배달 앱이 반쪽짜리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한다면, 오늘의집 등 인테리어 쇼핑 앱은 주거 불평등에 대한 반쪽짜리 해결책을 제시한다. 3장 〈방꾸미기〉에서는 집을 사기 어려워진 시대에 인테리어 사치재만은 점점 더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상을 포착한다.

이와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우리는 조그만 핸드폰으로 음식, 가구뿐 아니라 사람도 살 수 있게 됐다. 4장 〈랜선 사수〉에서는 노동 현장에서 일을 가르쳐줄 사수를 만나지 못하는 신입 노동자들이 따로 돈을 내고 ‘온라인 사수’를 찾아 나서는 현상을 통해 노동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개인이 발품 팔아 일을 배우도록 내모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처럼 개인에게 다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끊임없이 ‘노오력’하기를 요구하는 자본주의의 입김은 노동 시장뿐 아니라 중고품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5장 〈중고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물건 상세 사진 촬영부터 구매자를 응대하는 감정 노동, 물건 포장과 택배 배송까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기이한 구조를 비판하는 동시에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지평, 물질만능주의와 지역 간 경제·문화적 불평등을 설명한다. 6장 〈안읽씹〉에서는 콜포비아에 이은 ‘톡포비아’ 현상 안팎을 들여다보며 인터넷 내에서 과도하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대화란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한편, 저자는 화두를 확장해 사회 내 만연한 불확실성과 불안 속에서 개인이 무엇에 마음을 기대어 살아가는지 짚어낸다. 7장 〈사주 풀이〉에서는 명쾌하게 미래를 알려주고 나름의 원리와 이유를 설명해주는 신점이나 사주, 타로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K-심리 상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8장 〈데이트 앱〉과 9장 〈#좋아요〉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요동치는 외로움과 불만족스러운 현실 그리고 온라인에서 비대해진 자아 사이의 괴리를 꼬집으며, 관심을 받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우리가 손을 내밀어준다. 계속 한번 살아 보자고”

중독, 그 너머의 삶을 상상하며



“이 책에 나의 너무 많은 것을 투사해 버렸다”(225쪽)는 저자 자신의 고백처럼, 도우리는 모두가 공감할 일상의 사사로운 풍경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비밀로 숨기고 싶을 군색하고 은밀한 감정 구석구석까지 꿰뚫는다. 그렇게 명징한 통찰에 흠칫하다가도 명랑한 언어로 쓰인 저자의 명쾌한 진단들에서 희망과 용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매력이다. 도우리는 얼룩지고 울퉁불퉁한 자리를 똑바로 응시하되 욕망을 쉽게 매듭짓거나 단념하지 않는다. 오히려 차가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조금 더 따뜻한 자리를 함께 만들자고, 그곳에서 계속해서 다채롭게 소망하고 원하고 시도하고 살아가자고 말한다. 더 나은 미래로 꿋꿋하게 이어지는 도우리의 시선이 책을 뚫고 나와 세상의 엉망을 감각하며 살아가는 모든 독자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중독, 그 너머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기를.



“내 욕망은 번번이 검열되었고 나 자신조차 해석하려들기 바빴다. 데이트 앱이라는 플랫폼은 문제적이나 결국 핵심은 아니다. 나는 내 욕망이 제멋대로 들끓고 주제넘게 굴도록 둬보고 싶다. 때로, 나는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외로울 것이고 나의 친밀성은 대체로 너무 차갑거나 후덥지근하거나 미세먼지와 모래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중략) 그랬거나 그러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몸을 기울이다 문득 전혀 낯선 세계에 도달하면 잠시 어색해하다가, 옆의 다른 존재들과 함께 기꺼이 크게 숨을 들이쉬리라.”_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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