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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종교적인 의식을 치르는 곳이 아닌
지치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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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심리로 풀어낸 ‘마르꼬복음’
오그라든 마음부터 펴준 예수님의 처방전이 절묘하다
“엄격한 부모 슬하에서 자란 사람에게 하느님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착하니즘’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이웃에게 가진 나쁜 마음으로도 죄책감에 시달려 예수님 보기를 꺼려하고, 어릴 적 읽은 성인의 전기는 평생 넘어야 할 산이 되어 좌절하게 만든다. 복음을 제대로 봐야하는데 병든 눈으로 보니 볼 수가 없다”라고 자신의 고백을 보태 말하는 홍성남 마태오 신부의 두 번째 책 《새장 밖으로-마르꼬복음 영성심리 묵상집》이 출간되어 화제다.
복음을 읽다보면 예수님이 굉장한 기적을 일으키시는 장면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온 사람을 걷게 하고,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눈먼 이의 눈을 뜨게 하고, 하혈하는 여인의 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해주는 치유자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그중 어떤 이에게는 직접 손을 대시거나 눈에 흙을 개어 붙여주는 치유 행위를 하시고, 어떤 이들에게는 아무 행위 없이 ‘말(言)’만으로 치료를 해주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느님으로서의 예수님, 의사로서의 예수님으로 보면 풀리지 않은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심리상담가’로 예수님으로 보면 ‘아하!’ 하고 금세 이해가 된다. 병든 마음,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손, 즉 따뜻한 체온으로 위로를 한 다음 치유 행위를 통해 병을 낫게 해준 것이다. 건강한 마음을 가진 긍정적인 이들은 마음을 돌보는 행위 없이 말만으로도 치유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편견과 심리적 구속이 없는 눈으로 복음을 대하면 마음부터 돌보아주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올해 사제서품 25주년(은경축)을 맞이한 저자 홍성남 마태오 신부의 오랜 사목생활의 경험이 잘 녹아 있는 이 책에는 사제로서 교회 안에서 ‘하느님과 신자’ 사이의 바른 중개자 역할의 고민이 묻어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1급 심리상담가 자격을 취득해 10년 이상 공부를 지속하고 있는 저자는 하느님을 통해 위로 받고 치유 받고자 하는 많은 신자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길잡이를 제시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왜곡되고 자의적인 신앙관으로 스스로 만든 새장에서 나오고, 우울하고 불안한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오그라든 마음을 펴고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저자가 이끌어주는 대로 책을 읽다보면 《마르꼬복음》 구석구석에 실려 있는 이해심 많고 인자한 예수님의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_마르꼬복음 2장 5절
복음은 계율이 아닌 사랑과 자유!
“스스로 만든 감옥을 벗고 새장 밖으로 훨훨 날아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2,000년 전 예수님에게 치유 받았던 병자들보다 더한 병에 시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또한 예수님의 치유행위에 계율을 들이대며 사사건건 대립하다 종국에 십자가에 못 박은 바리사이(기득권자, 지식인)보다 더 ‘도덕’, ‘윤리’, ‘법’이라는 미명하에 촘촘한 계율을 들이대며 서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장본인일 수도 있다.
저자 홍성남 신부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매일 죄짓고 사는 내가 하느님께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느님은 과연 나를 사랑하시기는 하는 걸까?’ 하고 자신을 재판하고, 질책하는 것이 병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내는 것 자체를 사랑하시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사랑하는 외아들을 이 땅에 보내 치유하고 보듬어주실 수 있도록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복음서로 예수님의 고난이 잘 기록되어 있는 《마르꼬복음》을 묵상하면서 저자는 예수님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했고, 잘나고 돈 많은 사람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겸손한 사람, 힘들 때 언제든지 예수님께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것이 2,000년 전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어려움은 더 많아졌다는 것’을 통찰한 저자는 스스로를 검열하고, 자책, 자기 통제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하며 ‘기도방을 만들어서 기도하는 것,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는 법, 나 자신 바로 보기’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부족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사랑 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신앙임을 영성심리를 통해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남들에게 들이대는 교만의 잣대, 남들을 함부로 비난하는 오만의 그물을 거두면 겸손의 자유가 찾아와 사랑의 은총을 받을 수 있음을 사제로서의 오랜 경험과 영성심리학적인 근거를 들어 우리를 평화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외어야 한다.’_마르꼬복음 10장 4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