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들은 따사로운 햇볕을 흠뻑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이틀 뒤에는 집채만큼 커다래져서 저마다 연둣빛 잎사귀를 활짝 펼쳤습니다. '내일은 배추김치를 담가야겠는걸.' 마고할멈은 배추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우리도 자랄 만큼 자랐으니까 슬슬 일을 시작하자.' '그래, 더 있다간 할멈이 우리를 칼로 싹둑싹둑 베어서 김치를 담글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 계획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 '맞아, 할멈이 눈치 채기 전에 빨리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