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는 설봉산 아래 나지막이 자리잡은 작은 마을, 설피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할머니와 둘이서만 산 탓인지 금이는 생김새나 성격, 그리고 별명까지도 할머니와 똑같다.
마을 사람들은 메눈취를 가장 많이 캐오는 할머니를 '메눈취 할머니'라고, 할머니를 쏙 빼닮은 금이를 '메눈취 아가씨'라고 부른다. 금이는 그 별명이 싫지 않다. 메눈취는 할머니와 금이를 연결해 주는 끈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금이는 아주 가끔씩 엄마 아빠가 그립고 외롭지만, 그림자처럼 금이를 따라다니는 현수와 친엄마처럼 포근히 감싸 주는 현수 엄마와 금이의 운동화 치수까지 알고 있는 현수 아버지가 있어 그쯤은 견딜 만했다. 그러나 씩씩한 금이도 할머니가 몸져누운 뒤로는 작은 일에도 늘 마음이 쓰이고 두렵다.
할머니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메눈취 아가씨, 금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가녀린 줄기에 파란 싹을 가장 먼저 틔우는 메눈취처럼, 갑자기 닥쳐 온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