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과 문화 향유를 강조하는 복합 비영리 기관 박물관에서 학예사는 어떻게 공중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박물관 교육 담당자와 학예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실무 가이드북
1980년대 후반 신박물관학(new museology) 등장 이전까지 박물관 전시는 실물 지향형의 진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실물 진열품을 사회교육 측면에서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소속 큐레이터 중심으로 개발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박물관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귀한 역사·문화유산을 구경하기 위한 진열 공간이 아니라 역사적인 유물이 당대 예술작품으로서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전시 디자인, 그리고 실물을 제시하는 차원을 넘어 전시품의 역사적 맥락을 전달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이 융복합된 전시 연출을 통해 관람객에게 감상과 이해, 발견,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경험 공간으로 변화했다. 또한 나이, 성별, 접근성, 지적 수준에 대한 제약을 두지 않는 비정규 교육,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학습, 평생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평생학습 측면에서 체험과 참여에 초점을 맞춘 이용자 중심의 학습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의 기능 확장에 따라 박물관 내부 환경 역시 기존의 학예 연구 중심의 인력 운영에서 변화하여 교육전문가, 전시해설사(Docent), 자원봉사자, PR 담당자 등 박물관 내부의 다양한 전문인력 간의 연결과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소장품 보존 중심에서 교육적 활용으로, 전문가와 애호가 중심에서 대중 이용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인류, 역사, 고고, 민속, 예술, 과학, 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이를 연구하여 전시하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에서, 유물과 같은 실물 자료부터 이를 기반으로 생산된 디지털 자료까지 박물관이 소장한 모든 아날로그 및 디지털 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하는 미디어로서의 박물관으로 변화하였다. 큐레이터의 업무도 박물관 소장품과 대여 전시물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과 관리, 전시뿐 아니라 리플릿 및 영상을 포함한 각종 홍보물 제작, 보도자료 작성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게 되었다.
박물관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은 역사 연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역사 해석에 대한 의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제안하여 공중의 대화를 촉발하는 공공역사의 실천이다. 이를 위해 박물관 커뮤니케이션은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즉 사전 지식이 별로 없어도 짧은 시간에 인식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동시에 짧고 가볍게 정보를 소비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간과하기 쉬운 점들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박물관학 관련 도서들이 전시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사례를 잘 정리하고 소개했으나, 전시·교육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 수년간 배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유물·유적 발굴 조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각종 유물과 표본·사료·문헌 들을 수집·정리하여 연구를 통해 자신의 전공을 살린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기대하고 학예직으로 박물관에 취업한 큐레이터에게는 전시 준비와 교육 프로그램 기획 외에 전시·교육 홍보 및 광고, 언론 관계, 문화 행사 등 박물관의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업무가 여간 어렵고 곤란한 일이 아닌데 그들을 위한 적당한 실무서가 없다.
이 책은 저자가 국립경주박물관 교육문화교류과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박물관 기능의 확장에 따라 넓어진 업무 범위에 속하는 박물관 전시·교육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다룬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박물관 큐레이터로서 커뮤니케이션 관점이 필요한 부분을 열 개의 아이템으로 분류하고, 실무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이나 기억해야 할 쟁점들을 소개하였다. 박물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교육 담당자와 전시 개막을 앞둔 큐레이터가 대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이나 간과하기 쉬운 문제도 꼼꼼히 체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