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은 참 다정한 시인
산들바람도 마음을 휘젓는 시인
귀뚜라미는 속마음을 도려내는 시인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다 시인
山川草木은 시심이 가득하지만
침묵하고 시를 쓰지 않는다
산들바람은 시심을 주체할 수 없어
고개도 넘고 들판을 건너 여기저기
끊임없이 시심을 던져 주고 간다
때로는 환희에 찬 시를 쓰게 하고
어느 때는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적어 가다 가슴을 치기도 했지
세상의 시인들 다 별거 아니야
시를 쓰지 않는 시인들의 대필代筆이니까
- 《시를 쓰지 않는 시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