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동시나무, 세 번째 동시집 발간!
이정록 동시집과 유미희 동시집으로 올해 3월 출발한 ‘한겨레 동시나무’ 시리즈가 세 번째 책을 펴냈다. 동시 문단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김금래 시인의 동시집 《꽃피는 보푸라기》이다. 이 책은 독자들의 마음을 환하고 따뜻하게 밝혀 주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낮고, 여리고, 상처받은 것들을 어루만지는 듯한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동시집이다. 특히 작가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로 201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천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앞서 펴낸 ‘한겨레 동시나무’ 1권 《지구의 맛》(이정록)은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시어로 동시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었으며, 《오빤, 닭머리다!》(유미희)에서는 어린이들의 발랄한 속내를 다정한 시선으로 묘사한 바 있다.
세상을 환하고 따뜻하게 물들이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들
《꽃피는 보푸라기》는 모두 57편의 작품을 4부로 나누어 실었다. 1부에서는 학교와 또래집단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과 함께 ‘나’와 ‘너’의 ‘관계’를 탐색한다. 작가는 거울 이쪽과 저쪽의 ‘나’가 마주하는 모습을 보고(〈거울 속 아이〉), 돌멩이와 연못이 서로를 탓하며 아웅다웅하는 순간을 본다(〈너 때문에〉). 또 친구와 깍지 낄 수 있는 있는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의 ‘틈’을 보는가 하면(〈틈〉), 호빵 반쪽을 친구에게 줄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을 들여다본다(〈배 속에 반달이〉). 1부의 마지막 두 편 〈엄지〉 연작은 짧지만 강렬하다. 엄지 혼자서는 ‘엄지 척’이 될 수 없다는 것과 그마저도 구부러질 때 힘의 상징 ‘주먹’이 된다는 촌철살인이 담겨 있다.
2부에서는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밀도 있게 다뤘다. 가슴 뭉클한 그리움의 정서는 이 시집을 대표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머리핀에 남은 본드 자국(〈자국〉)과 담장 밑에서 얼어붙은 발자국(〈기다리는 발자국〉)처럼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에 대한 묘사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나 반의 반까지 세어 주는 〈엄마 숫자〉에 대한 기억은 읽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고 달달하게 바꿔 놓는다. 누추한 보푸라기가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들을 노래한 2부의 작품들은 흠집난 마음을 보듬고 위로하기 충분하다.
3부에서는 이웃과 세상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진다. 따뜻하고 섬세한 작가의 시선은 이제 세상의 구석구석으로 향한다. 평범한 풍경일 뿐인 빈집의 새끼 고양이들(〈수상한 집〉)이나 흠집 난 사과 한 알(〈암호 해독〉)도, 돌담 그늘의 노랑 꽃다지(〈땅을 깨고 나왔네〉)도 시인에게 포착되는 순간 비범한 신호가 된다. 〈시골 의자〉가 된 폐타이어와 우주에서 온 밤눈으로 환하게 붐비는 〈가로등 휴게소〉, 그리고 온 세상을 달고 환하게 만든 〈박하사탕 노을〉이
한겨레아이들 보도자료
눈 시리게 아름답다.
4부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지혜와 이치에 대한 동시들을 모았다. 시인의 좀 더 깊은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바다로 가지 않고 나무로 가서 꽃을 피우는 물(〈서 있는 물〉), 흔들리는 게 아니라 일어서는 〈갈대〉, 휘어지며 휘어지며 멀리 가는 〈길〉, 못은 치는 것도 아니고 박는 것도 아니고 주는 것이라는 〈목수 아저씨〉, 바닥을 치며 날아올라 무지개를 만드는 〈폭포〉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사롭지 않은 작가의식을 보여준다.
이 동시집에 실린 〈폭포〉 〈서 있는 물〉 〈기다리는 발자국〉 〈시골 의자〉 〈꽃피는 보푸라기〉 들은 월간지 《어린이와문학》, 격월간지 《동시마중》 등에 발표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동시마중》의 발행인이자 시인으로 동시 문단을 활기 있게 이끌고 있는 이안 작가는 해설에서, 이번 작품들을 폭넓은 공감과 호소력을 갖는 작품들로 평했다. 보편적인 정서가 적절하고 개성 있는 대상화로 드러난 점이 작품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시인의 첫 동시집과 견주어 이번 동시집이 같은 메시지가 담으면서도 그 시선이 한층 깊고 풍성해진 점도 함께 짚었다.
《꽃피는 보푸라기》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효은의 담백하면서도 정감 있는 그림이 함께한다. 시선을 붙드는 맑은 그림이 시와 어우러져 읽는 맛을 더하고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