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기자가 된 모든 분들께
후배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교재를 가다듬어 이 책을 썼다.
언론과 아무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우연히 기자가 됐고, 이런저런 풍파를 겪었다. 돌이켜보니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려 다닌 느낌이다.
책을 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깊고 넓은 저널리즘 바다에서 발 한 번 담근 수준도 못 되는 경험으로 이러쿵저러쿵 입을 연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지금도 땀 흘려 취재하며 정론직필의 사명을 다하는 기자분들께 행여나 누가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반드시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책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며 “그런 생각이 사회 도처에 만연한 순혈 엘리트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동료의 조언을 듣고 용기를 내어 출간을 결심했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 같은 직업군 내에서도 여러 층위가 존재한다. 한 점에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만 원짜리 보급형 시계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스포츠 시계를 제작하는 시계공도 있고, 드레스 워치를 만드는 장인도 있다. 60억 소비자마다 각기 다른 취향과 용처를 지녔는데, 시계라고 한들 어찌 다양하지 않겠는가. 꼭 최상위 명품을 만드는 장인만 시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좁은 다락방에서 값싼 부품을 조립하는 시계공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서 썼다.
기자는 자격증이 없다. 하지만 전문직으로 취급받는다. 여론을 형성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무거운 소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도와 사회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필수다. 또 실력이 단단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처음부터 기자를 꿈꾼 건 아니지만 서문의 제목처럼 ‘어쩌다 기자가 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원병이나 징집병 모두 전투를 치러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품은 장래 희망대로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인을 지망하지 않았지만 나처럼 우연히 이 길목에 접어들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을 위해 썼다. 기자로 지내는 동안 느낀 바와 실용적 지식을 몇 가지 적어 감히 내놓는다. 모쪼록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신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