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우리 역사의 빛과 그림자!
20세기 한국사의 변곡점을 운명지은 순간들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은 빛나는 발전과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하며 누구나 제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갔다. 하지만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 나가도, 어느 한 곳이 황망하게 무너져도 참고 견디라고 말하는 야만의 사회이기도 했다. 20세기 한국은 견고한 듯 보이지만 살짝만 균형을 잃어도 무너져 내릴 만큼 위태로웠다.
이 책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은 성장의 그늘과 민주화의 이면이 복잡다단하게 얽히고설켜 무참한 사건과 사고들이 연속되었던 20세기 한국의 단면을 그렸다. 특별한 역사와 소소한 일상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역사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이다. 우리가 살았던 시간은 사적인 흔적이자 공적인 기록인 셈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40가지 사건 사고는 모두 20세기의 변곡점 내지는 분기점으로 작용했을 만큼 중요하다. 그 시간들은 마냥 아름답고 평화롭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툼과 갈등으로만 점철되지도 않았다. 변화와 혁신이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름 없는 이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 20세기 한국이다.
‘굴곡진 사건, 일상의 시간이 특별한 역사가 될 때’
세상을 뒤흔든 무참하고 비정한 사건들의 초상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세계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개인의 삶이 외력과 무관하기 힘들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대중에 의해 굴러가곤 한다. 역사적 사건들과 우리 삶이 연결되어 있고 함께 특별한 역사를 만들어 왔다. 하여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로 우리가 살았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겠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은 시대의 한복판에서 군중의 일원으로서 세상을 바꾸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던 경험의 일환이다. 일상의 시간이 특별한 역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을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적 기대와 미래에의 희망을 지닌 채 세상을 뒤흔들 사건들이 계속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가 하면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은 성장 사회의 부실한 민낯이자 끔찍한 자화상이라 할 만하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무참하고 비정한 참사다. 한국 사회 전체에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너무 빨리 잊어버리거나 금방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한다.
‘광주대단지 사건부터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까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돌아보는 우리가 살았던 시간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빵과 장미의 시간들’이라는 부제를 단 1부에선 성장의 시대에서 자유와 평등을 외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유기당한 빈민들의 광주대단지 사건, 노측의 나체 시위를 사측이 똥물 세례로 되받아친 동일방직 여직공 복직 투쟁, 30년 만에 재회한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 등이 흥미롭다. ‘욕망과 추락의 시간들’이라는 부제를 단 2부는 역사를 바꾼 몰락의 얼굴들을 정면에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사카린 밀수 사건부터 국회 오물 투척 사건까지 이어지는 1966년의 한때, 성탄절에 일어난 세계 최대 호텔 ‘대연각’ 화재 참사, ‘건국 이래 최대 사기극’이라 불린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 등이 몰락의 얼굴들이다. ‘죄와 벌의 시간들’이라는 부제를 단 3부는 시대가 낳은 범죄를 재구성해봤다. 박상은 양 피살 사건,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지강헌 탈주 사건, 박한상 존속 살해 사건 등이 폐부를 찌르는 듯하다. ‘분노와 슬픔의 시간들’이라는 부제를 단 4부에선 한국 현대사 속 만들어진 괴물을 엿볼 수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경찰이 자행한 성폭력, 미군이 저지른 잔혹한 성범죄,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게 존재한 근친 성폭행과 아동 성폭행까지. 괴물과 짐승의 시간을 헤쳐나온 이들이 무해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