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고립된 도시의 밤,
조여오는 흔적도 정체도 모를 미지 존재의 공포.
날이 밝기 전, 오늘밤 그녀와 탈출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 저주받은 도시를 떠날 수 없다!
비가 그친 후 검은 핏빛 보름달이 뜬다. 그리고 도시의 깊은 하수구에서부터 괴상한 징조와 동요가 시작된다. 마치 보름달이 끌어당기듯, 도시의 저 아래 시꺼먼 지하로부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생명체들이 기어나오고, 거대한 도시의 지상을 향해 물이 차오르듯 차츰 다가온다. 이들과 도시민들의 비밀스런 랑데뷰는 가공할 밤의 미스터리로 다시 태어난다. 이 낯설고 새벽이 요원한 밤은 누군가 끝내야 할 지옥인가, 아니면 모두가 익숙해질 지고하고 행복한 엑스터시 상태인가?
“응, 치치, 윤아야, 무슨 일이니? 왜 치치, 전화를 그렇게 안 받아...... 치치치-”
“엄마? 여기 오피스텔에 큰일이 났어... 치치.”
“뭐라고?!? 잘... 안 들려.”
“수원은... 거긴 괜찮아?”
“아무 일 없는데...... 치치. 무슨 일이니...... 사고...? 그럼... 택시를 타고라도 빨리 이리 내려 와.”
“여길 나갈 수가 없어. 치치. 엄마 신고 좀 해줘......”
“치치치...무슨 일 있음 빨리 거기서 나오라니까...알았...치치치치이이. 휘이이 휘이이 휘이이. 오우움 오우뭄. 추르르르르브호 츠츠 탓.”
폰 스피커가 짐승이 으르렁대듯 울리다 지지지지지지 거리며 늘어지다 툭 끊겨 버렸다. 뭔가 와이파이 무선신호를 감지하고 중간에 끼어든 것처럼.
“제 것도 완전 먹통예요. 정전까진 이해하겠는데, 왜 갑자기 폰 신호마저 사라져 버린 걸까요?”
필라테스 요가 강사 하린이 모두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윤아가 라디오를 켜봤다.
치치-치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