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자 :박정훈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3-10-2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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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플랫폼은 우리의 노동과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라이더 박정훈은 인간의 피, 땀, 눈물을 은폐한 채 굴러가는 플랫폼경제를 누구보다 적확한 언어로 폭로한다.”_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공통점은? 첫째는 밥하기 싫은 날 우리의 식사를 책임지는 대형 배달플랫폼기업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한국에서 가장 산업재해(산재) 신청이 많은 기업 10위 안에 드는 산재 기업이라는 사실이다(2022년 근로복지공단 조사). 특히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속한 회사 우아한청년들은 건설, 중공업 같은 전통적인 산재 다발 업종을 제치고 당당히(?) 산재 신청 기업 1위를 차지했다. ‘혁신’과 ‘첨단’의 선두에 있다는 배달플랫폼기업은 왜 ‘산재 1위 기업’이 됐을까?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통해 혁신으로 포장된 K-플랫폼산업의 현실을 폭로했던 배달라이더 박정훈은, 이번 책에서는 라이더들의 사고를 통해 플랫폼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다. 라이더들이 당하는 사고의 이면에는 이윤 창출을 위해 라이더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나아가 위험을 조장하는 배달플랫폼기업이 있다. 이 책은 배달라이더 박정훈이 도로 위 배달공장을 질주하며 포착한, 플랫폼산업의 모순에 대한 가장 예리한 고발장이다.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들이 왜 사고를 낼까?



“보나마나 신호위반 했을 텐데 죽어도 할 말 없다” “내 앞에서 얼쩡거렸으면 밀어버릴 텐데”. ‘오토바이 라이더 사망’ 사고 기사에 흔히 달리는 댓글들이다. 배달라이더를 비하하는 은어인 ‘딸배’라는 조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라이더들의 사고가 정말 라이더만의 문제일까? 플랫폼기업이 일부러 준법정신이 부족한 사람들을 라이더로 선별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럴 리도 없을뿐더러 사고가 나면 다치고 죽는 건 라이더 본인인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호를 위반하고 난폭운전을 하는 데는 개인의 윤리를 넘어선 구조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사실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야말로 배달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지점이다. 대부분은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이 ‘배달 사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난폭운전을 할 줄도 모르는 초보 라이더들이 많은 사고를 겪는다. 서울시가 2021년 라이더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사고 경험이 있는 764명 중 400명이 1년 미만 종사자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근로복지공단 조사를 봐도 2016~2018년 총 27명의 청년이 배달 중에 사망했는데, 이 중 3명이 첫 출근날, 3명은 이튿날, 6명은 보름 안에 사망했다.

저자도 초보 라이더 시절 사고를 몇 차례 당했는데, 이는 미숙함에서 비롯했다. 우선 라이더들 스스로가 작업장인 도로를 잘 모른다. 도로는 공장과 달리 ‘주의’ 표지판이나 ‘경고’ 스티커가 없을뿐더러 계절과 날씨, 교통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미숙한 초보 라이더들이 미리 위험을 인식하고, 피할 수 없다. 작업 도구인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다룰 줄 몰라서 생기는 사고도 있다. 오토바이를 어설프게 주차했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져서, 양쪽 브레이크를 갑자기 잡으면 넘어진다는 걸 몰라서 사고가 발생한다.

배달료가 도박판이 될 때, 배달노동은 사고가 된다



그러나 단순히 라이더의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반복되는 배달라이더 사고의 근원에는 이윤을 위해 라이더를 무한히 축적하려는 배달플랫폼의 욕망이 있다. 음식점이 배달노동자를 직접고용하던 때와 달리, 배달플랫폼에 가입한 라이더들은 근무시간 내내 대기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해진 근무시간 자체가 없다. 1000건의 배달을 수행하려면 1000명의 라이더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때 1000명 중 100명이 밥을 먹고 다른 100명이 화장실에 갈 수도 있다. 앱에 접속해 있지만, AI 배차를 거절하는 라이더도 있다. 1000건의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 2000명, 3000명의 라이더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배달플랫폼은 “배달 경험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라는 광고 문구처럼, 초보 라이더를 최대한 많이 유입시키려고 한다. 여기서 안전과 숙련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아니, 의도적으로 미숙련 라이더를 양산한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의 경우 로그인에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쿠팡이츠 카카오톡 채널에 친구 추가한 사람이 29만여 명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5분 안에 배달앱을 깐, 배달 경험 여부도 모르는 무보험 라이더의 숫자가 30만 명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달료도 라이더를 위험으로 내몬다. AI 알고리즘은 접속한 라이더의 수와 배달 콜 수에 따라 배달료를 실시간으로 바꾼다. 주문량이 적고 라이더 숫자가 많은 지역은 배달료를 최저로 낮춰 근무지 변경을 유도하는 식이다. AI 알고리즘만이 알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서 배달료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라이더는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의 대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이를 “알고리즘이 설계한 도박판”이라고 꼬집는다.

위험이 클수록 딸 수 있는 판돈이 커진다는 점 역시 도박과 닮았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높은 배달료를 받을 수 있지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날에는 배달료가 낮다. ‘1시간에 3건 이상 배달하면 5000원, 일주일에 275건 이상 배달하면 65만 원 지급’과 같은 조건을 내건 프로모션들도 임금의 변동성을 증폭시켜 라이더가 자신의 노동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배달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AI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을 받아들이고, 여러 개의 배달을 수행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거나, 높은 배달료를 주는 오후 12~1시, 저녁 6시 30분~7시 30분 사이에 미친 듯한 속도로 달리거나, 갑자기 주어지는 1시간당 3건 배달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위험한 도로를 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대규모 실험을 통해 AI 알고리즘이 실제로 배달라이더들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다. 라이더 130여 명을 AI배차 100퍼센트 수락 그룹과 AI배차 자율 수락 그룹, 일반배차 그룹으로 나눠서 실험한 결과 AI배차 수락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시간당 주문 수, 시간당 수익, 건당 소요 시간, 나아가 노동강도와 노동시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이 드러났다. 추천사를 쓴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는 “실험을 통해 알고리즘이 노동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설명해 낸 것은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비워둔 책임의 자리… 배달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방법



사고는 도로 위에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밖에 없지 않냐”며 폭언을 퍼붓는 손님, 냄새나니 우리 아파트에 배달 올 때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라는 입주민들 때문에 라이더의 마음 위에서도 사고가 벌어진다.

음식점 주인들도 ‘가게에 들어오면 손님들이 싫어한다’ ‘땀 냄새가 나니 들어오지 말라’는 말로 라이더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허락 없이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음식점 주인에게 폭행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라이더 A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배달노동자에게 화장실을 제공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나아가 “각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비워둔 책임의 자리에 일하는 사람만을 남겨놓지는 않았는지” 묻는다.

결국 이 모든 사고는 책임의 문제로 귀결된다. 배달플랫폼산업은 배달노동을 외주화하면서 과거 기업들이 짊어졌던 책임들을 라이더 개인에게 떠넘겼다. 물론 여기에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도 포함돼 있다. 이 책은 ▲안전하게 일하면서도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체계 도입 ▲미숙련 라이더를 사실상 양산하는 이륜차 면허?관리체계 정비 ▲이륜차 운전자를 위한 도로 정비와 기업의 안전 장비 지원 ▲배달 현장의 안전을 검증할 노동조합(노조) 설립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 배달플랫폼기업이 외면해온 책임을 다시 그들에게 묻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죽음을 생산하는 배달공장을 멈추려면



배달플랫폼기업은 우리의 도로를 ‘죽음을 생산하는 배달공장’으로 만들었다. 2022년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77명 중 배달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39명이다(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2023년 2월 발표). 이런 죽음은 배달플랫폼기업이 만든 왜곡된 배달 생태계 위에서 배달 서비스를 둘러싼 여러 행위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결과다.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플랫폼기업의 욕망, 안전하게 도로와 도시를 이용하고 싶은 시민들의 권리, 빠르게 음식을 배달받으려는 소비자의 욕망, 빠른 배달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은 라이더의 욕망이 도로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충돌할 때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오토바이 라이더 사망’ 사고 기사에 ‘딸배’라는 악플을 다는 것으로는 이 죽음을 멈출 수 없다. 배달 서비스에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 특히 배달플랫폼기업이 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배달 사고는 반복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과 기계를 멈추고, 어떠한 위험 요소가 있는지 다 같이 들어가서 살펴보자’고,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을 만든 배달플랫폼기업의 책임을 올바르게 따져 묻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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