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베옷을 입고
베띠로 묶여 차가운 스텐리스 침대에 누워 있고
염쟁이는 창호지 띠로 가슴을 동여매고 배를 동여매고
허벅지를 동여매고 종아리를 동여매고 동여매고
동여매고 동여매고 또 동여매고 있다
아버지처럼 훗날 나는 수의(壽衣)는 입지 않을 것이다
훗날 나는 베띠는 물론 창호지 띠로도 묶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칭칭 감겨지고 동여매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살아서도 온갖 궂은 일과
세상풍파로 칭칭 감겨 살아야 하는데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베옷을 몇 겹씩이나 껴입고
나는 그것도 모자라 칭칭 동여맨 채 이승을
떠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게 저리다
나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처럼 죽음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족들 앞에서 자유롭고 존엄(尊嚴)하게
마누라와 아이들 손을 잡고 얼굴을 보며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