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규정에 가닿을 수 없는 믿음과 초월에 대한
한 영혼의 내적 체험 기록!
200자 소개
몸도 약하고 가난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사제는 사람들의 몰이해와 신앙적 고뇌에 시달린다. 사제는 온갖 시련과 회의를 겪으면서도 토르시의 신부, 델방드 의사, 백작 부인, 샹탈, 올리비에, 환속 신부 뒤프레티의 동숙자 등과 대화하며 신의 뜻을 찾으려 애쓴다.
“모든 게 은총이라네”
끊임없는 고뇌와 불행에 시달리면서 질문과 기도를 멈추지 않는 한 신부
조르주 베르나노스(George Bernanos, 1888~1948)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Journal d’un cur? de campagne)』는 해설이랍시고 몇 자 끼적이는 것을 거부하는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작품이 전하는 감동,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그런 몇 마디 해설이나 분석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임종의 순간 “모든 게 은총이라네”라고 속삭이며 죽어간 한 영혼의 기록이다. 더욱이 그 영혼의 주인공은 믿음, 초월과 늘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신부이다. 영혼, 믿음, 초월 같은 것은 언어적 정의나 설명이 가닿을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것들은 언어적 규정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내적 체험의 영역에 속한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는 그 내적 체험의 기록이다. 아니, 소설이라는 형식(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식)을 통해 독자를 그런 내적 체험 가까이 이끄는 작품이다. 고백하지만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나는 그런 체험을 아주 조금은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시리즈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90권 가까이 번역을 했지만, 번역을 하면서 눈물이 글썽했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 소설임이 분명한 이 작품을 읽고 교회나 성당에 다니지도 않는 내가 왜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 더욱이 이 나이에…….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가장 솔직히 말한다면 이 작품 속에 담긴 베르나노스의 진정성의 무게, 요즈음은 맛보기 힘든 그 진지함의 무게에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한 진지함? 바로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진지함이다. 모든 것이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나의 마음속에 그 진지함의 무게와 깊이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분명 기독교 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베르나노스의 깊은 신앙심을 고백한 소설이 아니다. 기독교의 위대함, 신앙의 위대함을 설파한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하느님은, 하느님을 향한 믿음은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고,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고, 우리를 영원한 행복으로 이끈다고 설교하지 않는다. 만일 그랬다면 내게 주는 감동은 덜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이 내게 감동적인 것은 끊임없는 고뇌와 불행에 시달리면서 질문과 기도를 멈추지 않는 한 인간,?주인공이 신부이니 기도를 멈추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바로 그 인간적 진정성으로 인해 기도까지 소홀히 하는 위험, 혹은 시련을 겪는 한 인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말은 “모든 게 은총이라네”라는 속삭임이다. 또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니 이 작품 자체가 절대적 진리로서의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늘 믿음과 함께 한다.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81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