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존재의 이유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의식적이고 고차원적인 활동이 된 시대에서 결혼은 더 이상 생존의 수단이기보다는 행복의 수단이다. 그렇기에 이제 “왜 결혼을 하지 않냐”는 물음은 오히려 “왜 결혼을 하냐”는 물음으로 바뀌는 것이 적절한지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은 결혼을 ‘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질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어떤 행복관을 가졌기에 결혼을 하는 것인지, 또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 텅 비어 버린 행복의 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혼을 하는 것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인지 단정 지어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이라면, 굳이 그것을 의도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것은 폭력적이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거리 두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