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병과 맞서 싸운 노비, 봉이와 귀인의 이야기
1592년 4월, 부산포 앞바다에 수많은 배들이 나타났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20만 명 이상의 군사를 거느리고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조선은 그동안 전쟁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한 줄기 빛이 보였다. 나라 안 곳곳에서 의병들이 일어난 것이었다. 의병대장은 대부분 그 마을에서 이름이 높았던 양반들이 맡았다. 그러다가 여러 마을의 의병들이 합쳐져 좀 더 큰 부대를 이루었다.
자신이 살던 마을이라 지리를 잘 알았던 의병들은 숨어 있다가 왜군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갑자기 나타나곤 했다. 그러고는 재빠른 공격으로 왜군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사라졌다. 곽재우 부대, 조헌 부대, 김천일 부대, 고경명 부대 등이 이름을 떨쳤으며, 서산 대사, 사명 대사, 영규 스님 등이 이끄는 승병들이 힘을 합쳐 왜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쓰인, 의병장 고경명의 두 충노 봉이와 귀인의 이야기이다.
조선은 신분제 사회였으므로 양반은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으나, 그들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고경명 대감은 노비들을 평등하게 대할 뿐 아니라, 왜군이 쳐들어오자 솔선수범하여 전쟁터로 나간다. 먹쇠와 점돌이도 그 뜻을 함께 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인간적인 배려와 자기희생 정신이 계층 간 대립을 해소시키고 함께 대의를 이루게 만든 것이다. 그들의 죽음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서로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높은 뜻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정신이 물질보다 왜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울러 사회를 위해 우리에게는 어떤 도덕적 책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