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총 탕탕』, 『마늘각시』, 『궁둥잇바람』, 『우산걸음』 등에 이은 김미영 시인의 새로운 순우리말 동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정겨운 순우리말로 정성껏 빚은 48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이 시집에서는 특별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순우리말로 빚어낸 동시들이 주제의 중심이 되고 있어 시인의 자연중심적 세계관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오늘도
숲을 뒤적이며
풀벌레들의 말
다람쥐들의 말
나무들의 말 받아쓰는
옆집
시인 아줌만
숲이 말모이래
천연 말모이래
-〈말모이〉 전문
말모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이다. 주시경, 김두봉, 권덕규, 이규영 등이 1910년 무렵에 조선 광문회에서 편찬하다 편찬자들이 사망하거나 망명하여 끝내지는 못했다. 이 동시에서는 모든 자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숲을 말모이라고 말한다.
자연에 친화적일 때 관심과 찬미, 그리고 경외감이 뒤따르게 된다. 자연은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며, 인간의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따듯한 고향이며, 명상 속에서 우주와의 원초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곳이다. 시인 아줌마가 숲이라는 말모이를 뒤적이는 이유는 가장 정갈한 언어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로써 숲은 그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 고귀한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바위섬 가슴에 닿자
꽃이 되는
파도
- 〈메밀꽃〉전문
메밀꽃이라면 하얗게 활짝 펴 가을을 느끼게 해 주는 그 꽃을 떠올리게 된다. 그 의미로 생각하고 이 동시를 읽어도 물론 무방하다. 하지만 이 동시에서 메밀꽃은 ‘파도가 일었을 때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의미한다. 시인은 바위섬에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꽃이라고 했다. 파도의 포말이 순우리말로 메밀꽃이라니, 참 아름답다.
김미영 시인은 이렇듯 변화하고 소멸의 과정을 겪으며 사라진 과거의 언어를 동시로 살려내고 있다. 언어는 본디 변화와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우리 것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세계관과 함께 조상들이 어떤 언어로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