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50편의 시
총 4부로 나누어진 김영의 50편의 시에는 일상의 어린이들의 이야기, 자연의 이야기, 소외된 이웃에 대한 이야기, 상처를 보듬는 공감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그중 가장 핵심을 이루는 주제는 인간이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자연중심적 세계관을 함축하는 일이다. 오늘날 환경의 파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자연 본래의 모습을 갈망하는 그의 시 속에서 우리는 참다운 우리들의 꿈을 발견할 수 있다.
미세먼지 없음
황사마스크 벗은 날
저절로 눈길 가는 하늘
학교 가는 길
가로수 위 하늘에
길게 누운 뭉게구름
오랜만에 보이는
지구인들 반가운지
둥실둥실 어깨 춤추는
탐스러운 양떼구름
-「하늘 인사」 전문
창세기의 인간 창조 설화는 신이 흙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전한다. 즉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연친화적 자연관이 그동안 생태환경 보호라는 실천으로 옮겨진 것은 아니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윤동기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 온 정교한 생태 순환계를 파멸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황사마스크 벗은 날, 화자는 모처럼 학교 가는 길이 즐겁다. 가로수 위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길게 누워 있고 탐스러운 양떼구름들은 둥실둥실 어깨춤을 춘다. 자연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임을 보여 주는 동시이다. 오늘 같은 날들만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환경을 보호하면 해결된다는 것을, 물론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참으로 인간이 자연의 형상으로 회복될 때 비로소 자연도 그 본래성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집에 실린 김영의 다른 동시들도 모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질문한다. 김영의 동시들은 삶의 그 본질적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 서 있는 것이다. 그 본질적 의미란 곧 인간 본래의 소중한 것을 찾아내고 드러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