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 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생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성윤석 시인의 사유 깊은 산문!
그는 시인이자 준(準) 화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가 화학을 공부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국문과를 나와 시인이 되었고, 기자와 공무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섬유사업을 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서울에 바이오 화학 벤처를 차렸지만, 생각과는 달리 사업이 풀리지 않았다.
그는 벤처 실패 후 2005년 용미리 서울시립묘지 관리인으로 들어갔다. 무연묘와 허무 속에서도 계속 수지(樹脂)만을 생각했다. 3년 뒤 사업을 재개하여 실험실을 차리고 밤새워 불꽃과 싸웠지만,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보고 쫄딱 망하고 말았다.
그 후 마산어시장에서 부두 노동자로 살면서 생계를 이었다. 삶은 비록 힘들었지만, 그는 결코, 시와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속에서도 얻는 것이 있었다. 타인들은 결코, 쓸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시적 세계의 형성이다. 그 시집이 바로 《멍게》(문학과지성사)와 《밤의 화학식》(문예중앙)이다.
이번 산문집은 그런 그가 ‘비 오고 눈 내리는 날과 햇빛 찬란한 아침, 달밤 등 많은 날씨 속에 겹쳐져 있었던 어떤 순간’들을 기록한 것들이다.
그는 이 산문집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열여덟 살에 출세보다는 가난한 시인이 되고 싶었고, 스물다섯에 시인이 된 후 서른 하나에 첫 시집을 냈다. 시집을 내 뒤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사업을 했다. 한동안 시도 버렸다. 사업하다가 부도를 맞은 후 다시 시를 썼다. 이번 산문집은 시집에 담지 못한 글들이다. 늘 혼자 있다가,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여기에 온전히 담겨있다. 사람, 사람보다 더 좋은 문장은 이 세상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