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아미고스 피아스코」는 『코난 도일 호러 걸작선』의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새로 수록하는 단편이다. 1892년 12월 《아이들러》에 발표됐다.
미국의 서부에 있는 로스 아미고스라는 도시에서 있었던 피아스코(대실패, fiasco)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로스 아미고스의 시민들은 유독 전기시설에 대한 자부심이 큰데, 이 장점을 살려 전기의자 사형집행을 준비한다. 그 첫 대상이 된 덩컨 워너는 소문난 악질 범죄자. 그런데 엄청난 양의 전기쇼크에도 불구하고 사형수가 좀처럼 죽지 않으면서 사태가 꼬여간다.
〈책 속에서〉
무시무시한 전기 충격이 그의 신체를 망가뜨리는 동안 그는 의자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두 눈은 예전보다 더 밝게 빛났다. 변한 것은 딱 하나, 그런데 독특한 변화였다. 그의 머리칼에서 검은 색이 사라졌고, 어둠과도 같았던 수염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둘은 눈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도 쇠퇴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피부는 아이의 그것처럼 매끄러웠고 포동포동했으며 윤기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