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

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

  • 자 :이영천
  • 출판사 :루아크
  • 출판년 :2022-06-1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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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다리에 깃든 우리 이야기,

숨은 역사를 따라 걷다



인류는 끊임없이 길을 개척해왔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일은 때론 과감했고, 때론 저돌적이었다. 길을 찾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인류는 여러 수단을 동원했는데, 그중 다리 건설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음’과 ‘매개’를 상징하는 다리는 그 속뜻처럼 끊어진 곳을 메꾸거나 연결하면서 사람과 물건을 날랐고, 더 나아가서는 문화와 문명을 퍼뜨리는 통로가 되었다. 그렇기에 ‘다리’를 단순히 물적 시설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시적 형태의 징검다리에서부터 첨단 기술력이 투영된 사장교나 현수교 같은 초장대교량에 이르기까지 다리는 인간의 필요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리고 그 필요는 역사 속에서 종교와 정치, 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되곤 했다. 이를테면, 불교에서 다리 짓기는 ‘현세에 대한 공덕을 쌓는 일’로 여겨졌다. 유독 사찰 앞에 무지개다리가 많은 건 그래서다. 궁궐에는 반드시 금천(錦川)을 흐르게 하고 그곳에 다리를 두었는데, 궁에 들면서 ‘삿되고 잡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라’는 의미다. 조선 후기 고종은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찾아온 기념으로 건청궁을 짓고는 그 앞에 연못을 파고 멋들어진 정자를 앉힌 뒤 취향교라는 다리를 놓았다. 절대 지존으로서 위엄을 과시하려는 대단히 권력 지향적 행위였다. 또 일반 백성들은 재액(災厄)을 물리치기 위해 정월대보름 밤에 다리밟기 놀이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그 긴밀한 연결은 때로 아픈 기억과도 함께였다. 근현대 한국사에 등장하는 다리들이 그렇다. 다리는 식민지 시대 수탈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는가 하면, 분단과 독재의 시간을 거치면서는 권력자들의 선전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강철교와 영도대교, 뜬다리부두, 승일교, 진도대교가 상징하는 역사다. 허상으로 가득한 ‘한강의 기적’ 속에서 수많은 이의 아픔과 슬픔을 자아내는 건축물이 된 다리도 있다.

이 책 《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는 1000년을 버텨낸 다리에서부터 불과 수십 년 전 지어진 현대식 다리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 담긴,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아 보여준다. 공학이 빚어낸 다리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여정은 다리라는 시설물에 얽힌 역사에 알아가는 데 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하나의 시설물로서 다리가 놓이게 된 사유와 과정, 그 속에 담긴 사연은 모두 제각각이다. 이 책은 다리가 발달되어온 순서대로 숨은 이야기를 찾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때론 삶의 애환을 그릴 것이고, 때론 역사 속에서 저질러진 잘잘못을 말할 것이다. 또는 아쉬운 실수나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을 거론할 것이다. 세세하고 작은 역사가 큰 역사를 대변하는 이야기도 언급할 것이다. 이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공학이 빚어낸 다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길이 되어줄 것이고, 함께 건너는 다리가 될 것이다.”_들어가는 말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옛 다리 위주로 살폈다. 징검다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정조대왕이 을묘년 화성으로 행행하던 길에 건넌 배다리에서 끝이 난다. 지은이는 우리 고유 풍속은 물론 거대 담론으로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간직한 다리의 뒤안길에 눈길을 준다. 그 속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묻는다. 2부에서는 근현대 교량을 찾아간다. 이야기는 이식된 근대가 만들어낸 상처 가득한 다리에서 시작해 가장 최근 지어진 사장교와 현수교를 지나 아름다운 사랑을 간직한 작은 다리에서 끝을 맺는다. 각각의 이야기는 주로 아픈 이면을 들춰낸다. 다리가 선사한 넓고 빠른 길은 필연적으로 지역 발전과 도시 확산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파생된 토지자본 이득에 우리 삶과 정신이 어떻게 매몰되었는지 책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지은이는 다리가 ‘둘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존재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간극을 극복했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능하다고도 말한다. 알량한 권세나 힘으로 다른 이를 짓누르려 할 때 갈등이 생겨나는데, 다리는 그런 질시와 반목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 그 행간에 담긴 메시지가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길 중 최적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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