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어머니의 시한부 판정을 알게 되며 기록하기 시작한 글들은, 일 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어 제 앞에 놓였습니다. 작가가 되어 책을 내어보는 게 꿈이던 저의 바람은, 이렇게 제 어미를 보내놓고서야 현실이 되었습니다.
12년간의 베트남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딸년을 기다려 준다던 약속은 까맣게 잊으셨는지, 오랜 시간 어미 잊고 사랑하는 이와 떠나버린 딸년이 미우셨는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날 어머니는 다시는 깨지 않을 잠을 청하셨습니다.
꿈일 거라 여겼습니다. 지독하게 깨지 않는 꿈일 거라 우겼습니다. 차가운 주검이 되어가는 제 어미도 만날 수 없는 이 시절이 너무나 원망스러워 두발 굴러가며 소리만 질러댔습니다. 2주간의 격리 동안 어머니가 덮던 이불을 덮고, 어머니가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매만지며, 어머니가 드시던 냉장고 속 음식들을 먹으며, 어머니의 온기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 찢긴 공책들을 보았습니다.
가계부 한 쪽 귀퉁이 몇 줄의 글들은 당신의 삶이 얼마나 모질었는지를 새기는 타투와 같았기에 그렇게 써 내려간 글들을 남아있는 자식들이 볼까 찢어놓은 공책들을 붙잡고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처럼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점점 희미해질 어머니와의 티끌 같은 기억이라도 잡아두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품 떠났던 딸년은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흘려듣기만 했던 어머니의 넋두리가 귀에 박히고, 두 눈 감고 보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의 고된 삶이 눈에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다부진 삶을 살아온 나의 어머니 그리고 넘치는 사랑만을 남겨준 나의 어머니를 그리는 애도의 글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