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나가다

숨 쉬러 나가다

  • 자 :조지 오웰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2-01-2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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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하는 조지 오웰의 장편 소설



한겨레출판이 또 한 권의 조지 오웰 작품을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영국 북부 탄광지대 노동자들의 삶을 취재해 쓴 르포 문학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6)과 오웰의 가장 빼어난 에세이 29편을 뽑아 엮은 『나는 왜 쓰는가?』 출간에 이어서, 이번에 그 세 번째로 조지 오웰의 장편 소설 『숨 쉬러 나가다』(1939, 원제 : Coming up for Air)를 국내 처음으로 번역해서 소개한다.

오웰은 모두 여섯 편의 장편 소설을 썼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물론 『동물농장』(1945)과 『1984』(1948)이며, 처녀작 『버마 시절』(1934)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오웰은 작가로서의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1936년을 거치며 그 이후 자신이 쓴 모든 글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 술회한 바 있는데, 이 『숨 쉬러 나가다』는 그러한 문학적 입장에 입각한 첫 소설 작품이자, 자신의 대표작 『1984』에 담긴 많은 문제 의식의 씨앗을 엿볼 수 있는 장편소설이다.



중년의 뚱보 보험영업사원이 감행한 1주일간의 일탈!



“나는 15년 동안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다. 하지만 이제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 모르게 생긴 17파운드를 어디다 쓸 것인가?”



소설의 주인공은 마흔다섯 살 먹은 중년의 뚱보 보험영원사원, 조지 볼링. 런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마을의 곡물?종자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1차대전에 참전해서 하급 장교로 전역했고, 운좋게 들어간 보험회사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는 샐러리맨이다. 런던 외곽 대규모 주택단지에서 살고 있으며 겨우 먹고살 만한 형편에(하류 중산층쯤 된다), 매사 돈 걱정뿐인 아내와 쟁쟁거리는 두 아이들과 함께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세일즈맨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에, 바람 피울 기회라도 생길 참이면 굳이 거부하지 않는 현실 순응적이며 적당히 세속적인 인물이지만, 런던 상공을 날아다니는 폭격기, 임박해오는 듯한 전쟁, 히틀러와 파시즘에 대한 공포로 잠을 설칠 만큼, 그가 마주하고 있는 1938년의 현실은 숨 막힐 듯하다.

그러던 차 우연히 경마를 통해 공돈 17파운드가 주머니에 들어온다.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20년 전 떠나온 고향을 떠올린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가스요금과 학비, 우유값, 라디오 소음,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난 ‘평화’와 ‘정적’이다. 현실의 모든 중압감을 잊고, 오로지 자기 혼자만의 공간(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 연못이 있었다)에서 낚시를 하며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은 채, 소년시절의 옛 마을로 ‘숨 쉬러’ 떠나는데…….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타운으로 변해버린 옛 마을과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옛 연인, 쓰레기매립장이 된 비밀 연못뿐, ‘숨 쉴 곳’은 이미 아득히 사라져버렸다.



저무는 세계, 그것을 잠식하는 ‘현대’의 탄생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주인공 조지 볼링이 좋았던 옛 시절로 회상하고 있는 1910년 전후 무렵과 소설의 현재 시점인 1938년의 시대적 상황을 잠깐 살펴보자. 그 30년 사이 1차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며, 영국은 미국에 정치?경제적 주도권을 넘기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파시즘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제국주의 세력들 사이의 힘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과 더불어, 영국 내부에서도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자본주의의 원리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던 시기가 20세기 초반 무렵이었다.

오웰은 『숨 쉬러 나가다』에서 주인공의 회상을 통해, 저무는 한 시대의 질서가, 현대라는 이름의 새 시대 정신에 의해 어떻게 삼켜지는지 그 과정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열심히 꾸려가던 곡물 종자 가게가 어떻게 대형 할인점의 체계화된 저가 공세에 의해 망해가는지를, “고객은 언제나 옳다”는 지침 아래 무조건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여자 종업원과 그녀를 닦달하는 중간 관리자 모두가 해고라는 불안에 떨고 있는 처지임을, 런던 외곽 주택개발업자들의 사기극과 그들이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시스템의 구조를(1990년~2000년대 한국의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다), 생존자는 열아홉 명인데 구명튜브는 열네 개밖에 없는 난파선 위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남들을 밀어내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팔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운명임을, 무엇보다 그 모든 경쟁과 불안감이 전쟁을 겪으며 더 악화되었으며, “마치 거대한 기계에 휘어잡”힌 개인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채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오웰은 담담히 그려낸다.



낚시의 세계와 슬로건의 세계, 그 사이



역자 이한중 씨와 몇몇 외국 평자들은 이 소설 『숨 쉬러 나가다』가 낭만주의 색이 짙은 이전의 세 장편과 본격적인 정치풍자의 세계로 넘어간 『동물농장』『1984』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소설 속에는 현대 사회의 실체인 ‘불안’과 ‘소외’의 징후를 예리하게 밝혀내는 예언자적 시선이 전반에 깔려 있으면서도, ‘낚시’로 상징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인 장면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한편, 묘사를 통해 여러 인물들의 계급과 성격을 표현해내는 솜씨가 돋보이는데, 주인공 뚱보 영업사원 조지 볼링을 비롯해, 쇠락해가는 관리 계급 출신의 아내 힐다, 사립학교와 옥스퍼드 출신으로 오로지 자신이 나온 학교와 그때 배웠던 고전의 세계 안에 정체되어 있는 포티어스, 히틀러가 없으면 무얼로 먹고 살지 모르겠다며 볼링이 조롱하는 반파시스트 연사 등 여러 캐릭터가 단박하지만 핵심적인 묘사를 통해 오웰의 펜끝에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이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가올 2차대전과 파시즘이 지배하는 세상을 너무나도 정확히 예견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동물농장』『1984』가 2차대전과 히틀러 혹은 스탈린식 전체주의를 경험하고 난 뒤 그 특징과 폐해를 풍자와 패러디로 회고한 이점을 누린 작품이었다면, 『숨 쉬러 나가다』는 (물론 이미 기미나 징후를 있긴 했지만) 철조망과 거대한 얼굴 포스터, 슬로건, OO색 셔츠단, 생각을 지시하는 확성기 등이 지배하는 세상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냈고, 그것은 작품을 출간하고 난 3개월 뒤 2차대전과 아우슈비츠로 현실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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