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 자 :주원규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1-09-1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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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눈빛을 지닌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보통의 삶

바깥을 상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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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아르곤〉 OCN 〈모두의 거짓말〉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주원규의

도시의 뒤안길을 탐사하는 논쟁적인 르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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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와 온기가 무색해지는

길 위의 폭력과 체념의 세계

알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했던

우리가 모른 척 지나쳐온 이야기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특별관리대상자》 등의 전작을 통해 정치, 경제, 종교 권력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온 주원규 작가의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이 강남 클럽을 6개월간 잠입 취재한 경험의 결과물이라면, 이번 신작은 작가가 2011년부터 10년 동안 꾸준히 만난 가출 청소년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소설이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통찰하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움과,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연대 의식이 드디어 만났다. 주원규 작가는 가정 밖 청소년을 인터뷰해 《아이 괴물 희생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펴낸 바 있으며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상습적인 친족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한 주인공 예지의 이야기다. 집을 나온 그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는 청소년의 성을 구매하려는 중년 남성이며, 예지는 다른 가출 청소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랜덤 채팅앱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가출팸의 일원이 되고, 결국에는 실시간 스너프 필름에 출연하는 수모를 겪는다. 세상은 예지의 취약성을 끌어안기는커녕 돈벌이와 쾌락의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2019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우리는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 청소년임을 알게 되었고 가해자가 잇따라 검거되었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홀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출 청소년이 성범죄에 휘말리기 쉬운 구조, 취약한 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어른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 쉼터 등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가출 청소년의 실상을 적극 조명한다. 그들이 겪는 폭력을 모른 척 외면하거나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시할 때에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종식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괴물로 여겨지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기록해야 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알고 싶지 않아서 애써 외면했던,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온 이들의 잔혹사를 살펴야 했습니다. (…)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근본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는 가족의 폭력과 학교의 방임, 성차별, 대중의 무관심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한국 사회의 폐단을 가감 없이 논의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이대로 여기 있을 순 없어”

열다섯 살 여성 가출 청소년이 처한 현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1년 6월 4일에 발간한 보고서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과제: 가정복귀 프레임을 넘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1만 5741명이며 13~15세 시기에 가출하는 청소년이 55.5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청소년 통계’에서는 부모님과의 문제(61퍼센트)를 가출의 주된 이유로 꼽았는데, 이는 가정폭력이 청소년 가출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에서 예지는 아빠의 성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나온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친구의 돈을 빌려 피시방을 전전했지만, 이제는 친구도 돈도 없다. 그가 길거리를 떠돌다 도착한 장소는 새벽에도 문을 여는 맥도널드 매장이다. 그곳에서 예지는 가출팸의 구성원인 정화를 만나, 신도림역 원룸촌 지하방에 모여 사는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가출 청소년 4명 중 1명이 노숙을 경험하고 청소년 쉼터 이외에는 주거 대안이 없는 현실 속에서, 예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예지는 이전에 청소년 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쉼터에서 아빠에게 연락을 취하는 바람에 강제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가출 청소년의 입소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이 쉼터의 원칙인데, 청소년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일 때는 예외를 허용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시설장의 인식과 이해도에 의존하고 있어서 예지처럼 가출 청소년이 가해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발생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가출이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청소년이 쉼터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없는 모순을 드러내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한다.



피시방에서 하룻밤을 새우던 날도 있었다. 수북이 쌓여 있던 담배꽁초 무덤이 떠올랐다. 흡연석이 사라졌는데도 그곳은 잿빛 연기가 자욱했다. 신도림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예지는 이번에도 피시방을 생각해봤지만 이젠 그럴 수 없었다. 중학교를 그만둔 뒤에는 친구들 대부분이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런 친구 집에 느닷없이 들어가 신세를 지긴 힘들었다. 예지에게 남은 선택지는 한 곳뿐이었다. 밤새도록 불빛이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어느새 대형 복합문화쇼핑몰로 변신한 디큐브시티. 그곳도 밤이 되자 유령이 사는 폐건물처럼 음산한 기운을 내비쳤다. 그러나 1층 우측면 전체를 차지한 맥도널드만은 24시간 열려 있었다. _본문 중에서



“여기서 자는 순간, 각오해야 할 게 많아질 거야”

거리의 아이들이 앞다투어 생존하는 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0년 자료 〈위기청소년 현황 및 실태조사 기초연구: 예비조사 데이터분석 보고서〉의 통계를 보면 청소년이 가출 후 겪는 어려움 중 ‘생활비 부족’의 응답 비율(62퍼센트)이 가장 높았다. 생활비를 벌 길이 막연한 거리의 청소년들은 그만큼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기 쉽다. 그들이 특별히 의식 수준이 낮거나 도덕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원 정책의 미비와 대중의 무관심이 그들을 법의 울타리 밖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예지가 속한 가출팸에서 ‘사이판’과 ‘청’은 각각 포주와 운전기사의 역할을 맡아 여성 청소년을 성착취 산업에 끌어들인다. 사이판은 예지를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해 거래되는 상품으로 여긴다. 예지는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고 자신을 찾는 가족도 없으니 주어진 상황에 그저 몸을 내맡겨버린다. 스너프 필름에 출연해 학대를 당하고 강남 클럽과 청담동 고급 빌라를 돌며 강간 파티와 성착취 영상물 제작에 동원된다. 그 과정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고 다른 여성을 착취하는 범죄에 가담하기도 한다.

가출 청소년의 주거와 자립을 지원할 의지가 없는 나라에서, 선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예지 같은 청소년에게 내미는 시혜적이고 일시적인 손길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가출 청소년을 불쌍한 희생자 혹은 비정상적이고 무서운 괴물로만 취급하는 이상 폭력적인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선량함의 힘을 맹신하는 이들에게 가출 청소년의 삶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것을 요청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사는 사람이 허우적거리는 이를 도우려면 그가 어떤 곳에 놓여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선한 공기, 따스한 눈빛을 지닌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보통의 삶 바깥을 상상하지 못한다. 예지는 그들과 전혀 다른 우주에 살고 있었다. 진심으로 위로하고 아파하며 도움을 건네지만 그게 결코 실질적인 도움이 아님을, 외려 예지 같은 아이들을 거대한 절망으로 등 떠미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세상에는 어른들과 진솔하게 소통해보라는 조언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너무 많았다. 예지도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른 채 언제부턴가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않았다. _본문 중에서



“아직도 길 위에 서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며”

가출 청소년이었던 작가의 가출 청소년 소설



작가 주원규는 2011년부터 꾸준히 가출 청소년을 만나 글쓰기를 가르치며 언론이나 학계에서 다루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가 가출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에 대한 작가적 관심과 자신도 한때 상습 가출 청소년의 일원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당시에 왜 가출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는 서울 외곽의 보증금 없는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았다. 그에게 애정을 쏟는 부모가 있었기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후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길에서 어울리던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빠른 속도로 ‘밤의 시장’에 편입되었다.

작가는 20년 가까이 서울의 밤을 지켜봤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지금도 여전히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받은 청소년들이 도시의 뒤안길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 ‘밤의 괴물’로 자라고 있다. 그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년 2개월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를 집필했으며, 우리가 모른 척하고 지나쳐온 가출 청소년의 잔혹사를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가 현실의 폭력성을 외면하지 않고, 가출 청소년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사회에서 강제로 추방된 친구들은 스스로 악의 먹이사슬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다른 가출 청소년을 자신의 범죄 행위의 규모를 늘리기 위한 행동 대장으로 키웠으며, 여자아이들은 자신도 성매매 산업과 착취의 피해자이면서 집을 나온 다른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피해를 전가하며 성매매 시장의 멍에를 씌웠습니다. 그렇게 대도시의 블랙마켓은 끝을 모르고 성장을 거듭했던 겁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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