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가지결정

49가지결정

  • 자 :최성락
  • 출판사 :페이퍼로드
  • 출판년 :2020-11-2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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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한국 경제사 이야기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은 아들 기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1901년 8월 20일, 경부선 철도의 공사 첫 삽을 뜨는 자리에 참여한 당시 경부철도주식회사의 이사 타케우치 츠나竹內綱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만약 경성-부산 간 철도가 관통한다면 연선의 산업이 발달하고 문화 향상에 있어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 믿습니다. 아울러, 장래를 생각해보면 시베리아 철도 및 중국 내에서 계획되고 있는 철도가 관통한 후에는, 대한제국의 의주를 거쳐 경성에 이르고 경부철도에 접속해 경성과 부산이 동양 유수의 도시가 되는 것은 세계 대세의 흐름인 바입니다. 그 때문에 경부 철도는 유익하고, 그 성공으로 대한제국의 융성을 추진할 수 있는 이 철도의 기공은 실로 국가의 경사라 할 것입니다.”

타케우치 츠나竹內綱 경부철도 주식회사 이사, 경부선 북부 기공식 축사, 1901년 8월 20일.



이제 막 경부선의 첫 삽을 뜨는 자리에서 앞으로 철도가 의주를 지나 장래 중국의 동북지방, 속칭 만주를 거쳐 (당시는 아직 만주 철도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다) 시베리아까지 이어져 더 넓은 세계와 이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 철도에서 정말 ‘계획했던’ 것은 따로 있다. 경부선의 노선을 고민하며 이후 만들어질 호남선을 미리 염두에 두었던 것. 그래서 지금의 경부선 코스가 나왔다. 노래도 있지 않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내님은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나(서울에 있나) 대전에 있나(대전에 있나)/ 대구에 있나(대구에 있나) 부산에 있나 찍고 (…)” 대전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계획도시이다. 철도가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다. 오늘날 한국의 도시 순위 상위에 있는 곳은 대부분 경부선과 호남선의 영향 아래 성장한 곳이다. 대한민국의 도시망, 국토의 공간적 발전에 1901년 공사를 시작해 1905년에 영업을 개시한 경부선의 영향이 짙게 드리운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사건은 무엇인가



전작『말하지 않는 한국사』와 『말하지 않는 세계사』에서 역사의 뒤안길을 뒤져 맛깔난 에피소드들을 뽑아내고, 『규제의 역설』에서 세계의 온갖 규제를 시시콜콜 흥미진진하게 전해주었던 최성락 교수가 드디어 자기 전공 영역으로 돌아왔다. 『49가지 결정』은 한국 경제사 선택의 순간 가운데 가려 뽑은 49가지 결정적 선택 이야기다.

그 결정 가운데 첫 번째가 바로 경부선 개통이다. 일제가 조선의 물자를 수탈과 대륙 침략을 위해 철로를 놓았다는 얘기는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이 노선 선정에도 꽤 공을 들였단 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 아래 시행된 계획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무수히 많은 사건을 지나쳐 왔다. 저자는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이중에서 어떤 사건들을 골라내야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한국 경제의 주요 사건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있다. 5.16 군사 쿠데타, 경부 고속도로 건설, 8.3 사채 동결, 장영자 사건, TDX 전자교환기 개발 등이다. 이렇게 유명한 사건만 골라내도 리스트가 금방 채워질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1972년의 8.3 사채 동결은 해당 년도뿐만이 아니라 1970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경제 사건이었다. 그런데 2020년 현재, 8.3 사채 동결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1970년 당시에 이 사건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는데, 이로 인해 2020년의 한국 경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1982년의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도 1980년일대를 뒤흔든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2020년 현대 한국 경제와 과연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같은 해 일어난 전자교환기 TDX 개발은 한국 정보통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지금 상황에서 돌이켜볼 때 TDX가 과연 중요한 사건인지는 의문이다. TDX를 개발하지 않은 많은 개도국도 지금은 모두 우리와 똑같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무선통신 혁명이 이루어진 후의 시점에서 보면 전자교환기 TDX를 개발하거나 하지 않거나 차이가 없다.





과거에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 왔는가?



『49가지 결정』은 아직 접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한국 경제를 소개한다. 보통은 예전에 중요한 사건들 위주로 관성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하고 만다. 『49가지 결정』을 쓰면서 최성락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눈을 현재에 두고,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 그것이 긍정적인 모습이건 부정적인 모습이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도달한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에 영향을 남긴 것만 추렸다. 역사란 무자비한 것이다. 당시에 아무리 중요하고 큰 사건이었더라도 지금의 우리와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급이 떨어진다.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저 에피소드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예전의 중요한 사건 중에 어떤 것은 선정되었지만 어떤 것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대신 다른 책들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어떤 사건들이 이 책에서 처음 한국 경제의 오늘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로 남았다.

가령 사적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사유경제의 기틀을 닦은 1912년의 조선민사령 공포, 시장의 자율성을 만천하에 공표한 1945년 미군정의 미곡 시장 자유화 정책 등은 보통 한국 경제의 중요한 사건들로 잘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때 만들어진 관념들, 경제에 대한 생각들이 이후 한국 경제의 기초를 이루었다. 또 한국에 미친 주한미군의 역할을 흔히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부분에서만 찾는데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에 미친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1945년 처음 미군이 진주해 들어오고, 이후 철수했다가 한국전쟁을 통해 다시 들어온 후 장기 주둔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경제의 오늘을 만든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현대 한국 경제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지금의 한국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들을 선정했다. 여기 소개된 사건들은 그냥 사건인 것만이 아니라 책 제목 그대로 ‘한국 경제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49가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이러한 선택과 결정을 거치며 계속 변화해왔다.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도 있었고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도 있었다. 어쨌든 계속 국가 수준에서 선택을 하면서 변화를 만들었다.

다른 나라 창업주, CEO들의 이야기만 흥미진진한 게 아니라, 박정희와 이병철의 만남이 어떻게 한국 경제를 바꾸었는지, 소양강댐 건설 계획을 처음 듣자마자 정주영이 했던 일이 또 지금의 한국 경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가 포드자동차와의 합작이 어긋난 후 독자개발을 결심했던 것이, 이병철이 반도체에 ‘몰빵’하기로 했던 것이 어떻게 지금의 세계적인 대한민국 기업사로 이어지는지 등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우리는 이런 거인들의 역사를 거쳐 오늘에 도달한 것이다.

2020년 ‘K’ 자를 앞세우고 대한민국이 세계에 자기 존재감을 뽐내게 된 것에는 여기 소개된 49가지의 결정들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다음 미래가 궁금하다면 먼저 과거에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왔는지 살펴보자. 여기 그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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