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어 필 무렵

동백어 필 무렵

  • 자 :명로진
  • 출판사 :들녘
  • 출판년 :2020-09-2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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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인공의 언어생활에서

일상의 나를 만나다



“인간성은 말로 드러난다.”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은 25편의 드라마를 개괄하여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추억에 돋는 유명 드라마는 그 끌린 이유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으나, 캐릭터들의 대사 즉 언어생활을 간과할 수 없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끌림의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캐릭터는 대개 한두 마디 대사로부터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시청자는 극 중 인물의 성격과 내면의 모습을 클로즈업된 화면과 BGM으로도 납득하지만, 공감하고 오래 기억하는 것은 그 인물의 언어가 아닐까. 2003년(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방영된 〈다모〉의 구체적인 장면들은 잊었어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이 책은 주인공들의 언어생활을 중심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드라마를 드라마 자체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드라마에 비장되어 있는 인물상과 사회상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어떤 대사로 표출되고 있는지 지적한다. 나아가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로 생각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지금 시대를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다.

인디_칼리지 대표로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인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저자 명로진의 구수한, 때로 시니컬한 입담이 드라마 보는 재미를 의외의 면에서 증폭시켜준다.





우리 시대의 인물상을 드라마 속 언어로 추출해내다



50여 권의 책을 저술한 명로진은 작가이기 전에 배우였다. 그래서 내부자인 배우로서 드라마를 이해하고, 외부자인 작가로서 드라마를 품평하는 보기 드문 포지션을 가졌다. 이 책에는 동료 선후배 배우들로부터 보고 느꼈던 드라마의 속사정이 여러 에피소드들로 소개되어 흥미를 준다. 그보다 저자가 중점을 둔 부분은 드라마 속 언어생활이 어떻게 캐릭터를 완성시켰는가 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소문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방영 시점에 요구되던 인물상을 캐릭터 특유의 언어생활로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며, 여기에 시청자가 호응한 결과라고 본다. 이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더듬어가는 것이 책의 주요 테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하이데거). 사랑도 말로 하고 미움도 말로 한다. 언어로써 표현되지 않은 마음이 통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물며 손가락만 까닥하면 의사를 전할 수 있는 SNS와 인터넷 시대임에랴. 언어는 곧 그 사람 영혼의 집이기에, 특히나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상황에서 언어생활의 품위는 더더욱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추려낸 언어생활의 모습은 이 시대 사람들이 반추할 대목들이 많다. 어떤 사람으로 살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우리는 이를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는 인간이 아무리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도 언어의 고상함을 유지하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한다. “폭력은 그것이 언어적이든 신체적이든 그 뿌리에 갈등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생각이 있다.”(마셜 로젠버그)고 하는데, 동백어의 특징 중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이(I) 메시지다. 초등생 아들이 말썽을 피우자 동백이는 “그럼 엄마가 힘들어.”라고 말하고, 일상을 방해하는 전남편에게는 “너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고 소나기 피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대꾸하고, 사랑을 끊임없이 퍼 주는 용식을 보며 “이 사람이 나를 고개 들게 하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고 독백한다. 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이들의 특징이 ‘동백어’에 잘 드러난다. 남 탓할 만하고 좌절할 만하고 세상을 향해 온갖 욕을 해도 모자랄 입장의 동백이가 우주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며 팬들은 둘로 갈렸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파다. 그들은 서로가 원하는 결말을 보길 원했다. 그런데 덕선이는 택이를 택했다. 왜? 정환은 비록 덕선을 좋아하지만 표현에는 젬병이다. 비오는 날 우산을 갖다주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 무뚝뚝함이 남성의 매력에서 단점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택이는 늘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예쁘다는 말을 해준다. 선물을 줄 때는 여성의 의견을 묻는다. 무엇보다 택이는 덕선이를 존중하며 그 존중을 말로 표현한다. ‘개정팔’이라 불리는 정팔이는 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세치 혀에서 택이에게 밀린 셈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건 신들의 영역이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극 초반 애신은 조선의 미래를 위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애신의 미래는 글(언어)로 이루어진다. 사랑의 단계는 모두 언어다. 인사-악수-허그-그리움…. 유진과 애신은 연서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간다. 한문-일어-영어에 능통한 유진은 한글을 읽지 못하고 사서삼경을 익힌 애신은 영어를 못 한다. 둘은 영어와 한국어를 서로 가르치면서 애정도 쌓아간다. 사랑만 언어로 하는 것이 아니다. 혁명도 언어로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총을 든 적이 없다. 다만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이라는 글로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다. 마오쩌둥은 총을 든 시간보다 붓을 든 시간이 더 많았다. 육탄전을 벌이기보다 연설을 했으며, 포탄과 전술이 아닌 선전 선동으로 인민을 부추겼다. 한마디로 그는 말로 혁명했다. 왜? 총알은 한 사람을 죽이지만 말은 백만의 가슴을 들뜨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명로진은 드라마를 보는 눈에 새로운 안경을 씌워준다. 기억 창고에서 끄집어낸 희미해진 드라마에 색채를 덧입힌다. 언어생활로 마주할 때의 드라마에 어떤 묘미가 있는지 케이스별로 적시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비평의 눈을 공유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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