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걱정도 ‘와락’ 끌어안기
우리는 참 많은 걱정을 안고 산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미리 챙겨 걱정하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러는 동안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는 감사와 행복을 잊고 산다. 그러니 어느 날 밤 무시무시한 태풍이 불어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망과 희망을 몽땅 빼앗아 가 버릴까 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그냥 즐겁게 오늘을 산다. 계산 복잡한 어른들처럼 미리 앞당겨 내일을 걱정하는 일 없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전전긍긍하면서 오늘 비추는 햇빛을 거둬들이지 않는다. 별안간 찾아든 어떤 걱정도 오히려 ‘와락’ 끌어안는다. 그게 두려움을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제일 간단한 방책이란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시를 한 번 보자.
수현아,어느 날 밤무시무시하게 생긴 태풍이 갑자기 불어 와저 작고 귀여운 별들을 몽땅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엄만, 참
별 걱정을 다 해이렇게 두 팔 크게 벌려서 하나도 놓치지 않게몽땅 끌어안으면 되잖아.
-「별걱정」 전문
▣ 포근하게 감싸주고 맑게 씻어주는 동시
소나무가 똥을 싼다는 설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소나무도 강아지처럼 나무 아래 똥을 싼다는 이야기가 하나쯤 나와도 괜찮겠다. 잎이 푸른 소나무도 아무도 안 볼 때는 더부룩한 속 깔끔하게 비워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시심으로 말이다.
『따뜻한 책 한 끼』를 만나는 모든 독자들에게 앞서 소개한 시 ‘별걱정’처럼 아무 걱정 없이 시와 잘 소통하리라 믿는다. 또한 이 한 권의 동시집 속에 우리가 챙겨야 하고 돌아봐야할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얼룩진 세상의 이곳저곳을 포근하게 감싸주고 맑게 씻어주는 동시임에 분명하니까 말이다.
엄마, 집 앞에 소나무 길 있잖아. 거기 지나갈 때 조심해
왜?
아까 오다 보니까 소나무가 똥을 엄청 많이 싸 놯더라.
하마터면 나도 밟을 뻔했거든.
-「솔방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