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의 한국사

조기의 한국사

  • 자 :정명섭
  • 출판사 :푸른들녘
  • 출판년 :2020-05-2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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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밥상까지 우리 역사를 따라가는 가장 맛있는 여정, 조기로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랑받았던 조기와 함께 우리 바다의 생태, 역사, 산업, 문화를 살피고

우리나라 어부들의 조업 활동을 바탕 삼아 형성된 민속과 습속을 탐색하는 흥미로운 극미시사!!

음식에 얽힌 문화를 다루는 책은 많지만 작은 소재 하나에 천착하여 그 역사를 파고드는 저작은 흔하지 않다. 이른바 극미시사인데, 이것이 전문가 일부에게라면 모를까 대중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인 탓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하필 작은 생선 ‘조기’에 주목했다. 고래처럼 이슈를 몰고 다니는 어종도 아니고, 해외 수출용으로 인기가 많은 어종도 아니며, 은어처럼 생태계의 지표로 인식되는 어종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듯 “작고 사소하고 흔한 것”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넓고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어 생명력을 부여했다는 점이야말로 이 책이 지니는 최고의 덕목 아닐까?

역사 마니아로서 인문학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집필에 매진하는 저자 정명섭은 조기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이유로 흥미진진한 ‘구전설화(口傳說話)’의 자극을 꼽는다. 고려 인종 때 무소부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이자겸이 전라도 영광으로 유배된 뒤 임금에게 조기를 진상하면서 ‘굴비(屈非)’라 적어 보냈다는 이야기, 조기 설화의 정점인 한국판 스크루지 자린고비 등 많은 이야기에 두루 등장할 만큼 조기가 널리 사랑받게 된 진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다. 두 번째는 고전 문헌에 언급되는 다양한 층위의 기록들 때문이다. 조선의 영조가 입맛을 잃었을 때 보리굴비를 쭉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는 기록, 근대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터전으로 한 조업활동의 역사와 문화사(조업도구와 시장의 형성을 포함하여), 그리고 임경업 장군이나 개양할미를 비롯해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민간신앙과 전설, 습속에 대한 사료들을 탐색하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가 일었다고 한다. 세 번째 이유로 그는 오랫동안 비판 의식 없이 수용되었던 ‘조기 파시(波市)’에 대한 정보들을 바로잡고 싶었다는 열망을 꼽는다. 조기 파시는 주로 일제에 의해 상당 부분 왜곡되어 ‘흥청망청’ ‘타락’ ‘유흥’이라는 단어들과 함께 수용되었다. 저자는 특히 이 부분에 주목한다. 과연 우리 바다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조기 파시에 그런 모습이 있었을까? 이 의문으로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의 유명한 파시들, 즉 연평도 파시, 위도 파시, 흑산도 파시를 거쳐 거의 마지막 장인 사월포 파시에 이르기까지 파시의 기원과 발전, 그 결과를 하나하나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규합총서(閨閤叢書)』 『도문대작(屠門大爵』 등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조기 요리법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마리 작은 생선이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대접 받는 사람에 따라 때로 소박하게 상식적으로, 때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조리되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기도 맛도 평범했던 조기가 위로는 왕의 사랑을, 아래로는 백성의 애정을 듬뿍 받게 되었던 진짜 이유를 밝히고, 바다 위에 장이 설 정도로 수확이 왕성했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바다와 조기에 얽힌 생태, 역사, 문화를 둘러보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기의 탄생부터 회귀, 산란, 이동경로 변경 등 조기의 생존전략을 소개하는 동시에 사후 굴비로 변신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조기의 전 생애를 톺아보는 ‘조기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상들이 어로 활동에 썼던 다양한 도구들과 어로방법을 소개함은 물론이요, 각 지역의 특색과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QR코드로 제시하여 독자에게 입체적인 독서활동을 제공하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장이라 하겠다. 한국사를 사랑하는 역사 마니아는 물론 우리 바다와 음식문화, 그리고 고전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짭짤하고 담백한 ‘조기 로드’를 가다

조선시대에는 조기를 굴비로 가공하여 밥상에 올리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엄청 들어갔다. 상업활동이 미비했고 도로교통 조건 또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조기는 수백, 수천 리를 달려와 임금의 수라상과 양반의 제사상, 그리고 백성들의 밥상에 올랐다. 실크로드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히 ‘조기로드’라고 불릴 만큼 먼 거리를 숱한 이야기와 함께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기는 우리 민족의 일상으로 스며들어 문화가 되고, 산업이 되고, 역사가 되었다. 그 어떤 욕망이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심해의 조기를 뭍으로 불러낸 것일까? 조기의 맛은 과연 어떠하기에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밥상의 주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걸까? 대체 저 작고 노르스름한 조기 한 마리가 선택받고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조기와 함께 춤을

어떤 음식은 단순한 끼니 이상을 의미한다. 짜장면이 소울푸드가 된 데에 어린 시절 졸업식과 입학식 때에 먹던 음식이라는 점이 한몫했듯이 말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조기가 바로 그런 의미다. 한국인은 일평생을, 그리고 사후까지도 조기와 함께했다. 어린 소녀는 엄마 심부름을 다니며 조기와 친해졌고, 혼례상에 수줍게 놓인 굴비를 바라보며 어른이 되었으며, 어미가 되어서는 그 옛날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소금단지 안에 조기를 넣어두었다. 나이 들어 입맛이 없어지면 보리굴비와 물밥으로 식욕을 되찾았을 테고, 세상을 떠나서는 제사상에 놓인 잘생긴 굴비 한 마리를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띠었을 것이다. 이처럼 기억에 아로새겨진 유전자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가격이 훌쩍 오른 조기를 찾는다. 이것이 바로 내 몸에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의 흔적 아닐까? 그 사소한 물성에 깃든 뜨거운 역사 탐험의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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