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 히스토리

판데믹 히스토리

  • 자 :장항석
  • 출판사 :시대의창
  • 출판년 :2019-08-2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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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빅 브라더’, 질병에 관한 연대기

바이러스라는 ‘유령’이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에서부터 에볼라, 지카, AI 등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마치 유령처럼 인류 곁을 활개치고 다닌다. 오늘날 인류는 바이러스라는 숙명의 적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유대 민족은 역병의 ‘도움’으로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었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동로마 제국을 몰락의 길로 몰아넣었다.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은 노스트라다무스는 감염 예방의 획기적인 지침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임진왜란의 배후에는 유럽발 인플루엔자가 있었다. 이처럼 질병은 생명 탄생의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감염시키고, 파괴하면서 새로운 문명과 질서를 만들었다. 전염병 대유행 상태인 판데믹Pandemic을 일으켜 개인의 삶은 물론 전쟁의 승패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 문명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끊임없이 조정해온 질병에 관한 문명사적 기록이다. 현직 의사인 지은이는 다양한 역사 자료 연구와 임상 체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문명사를 해부해, 독창적인 관점과 다방면에 걸친 지식으로 깔끔하게 봉합해 세상에 내놓았다. 서양 중심 문명사에 더해 인도와 동아시아 문명에 관한 이야기도 일부 담아 고대 아시아 의학의 깊이와 매력에 잠시나마 빠져들게 한다. 역사라는 척추를 바탕으로 신화와 전설, 책과 영화, 의학과 과학 등을 두루 오가는 지은이의 해박한 ‘썰’은 독자들을 책 읽기의 재미에 감염시키기에 충분하다.



문명의 역사: 지난한 추격전 혹은 감염과 내성의 기록

우리 인류에게 가장 큰 사건 하나는 나무 생활을 청산하고 초원에 내려선 일이다. 재미있는 점은 인류를 초원으로 ‘내쫓은’ 것이 세균이라는 사실이다. 쫓겨난 인류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문명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다. 무릇 첫 단추가 중요한 법. 이후 인류는 질병과의 끝없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초원에도 강적이 있었으니,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초원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면병 등은 인류를 졸음 속으로 몰아넣어 죽음으로 인도했다. 인류는 질병을 피해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난 인류는 불의 힘으로 자연을 조금씩 정복해 세계 곳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격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인구가 늘고 자연이 파괴되고 문명 간 접촉이 생기자 사회 전체에 질병이 만연하는 폭발적 과잉감염 상태outbreak가 된다. 더 이상 옮겨갈 새로운 땅이 없는 인류는 질병에 쫓기는 가운데 질병과 공존할 운명에 처한다. 바로 감염과 내성의 지난한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은이는 인류 역사를 감염과 내성의 (일종의) ‘변증법적’ 역사로 본다.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 번식해 생태계를 위협한 황소개구리처럼, 과거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에서 들여온 토끼가 번식해 생태계를 위협당한 적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 토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기로 했다. 1년 뒤 토끼의 99퍼센트가 죽었다. 그러나 7년여가 지나자 바이러스에 내성이 생긴 토끼는 치사율이 25퍼센트로 떨어졌다. 인류 문명의 역사도 이와 같다. 질병에 멸종되지 않은 집단은 질병과 균형을 이뤄 살아간다. 천연두가 아스테카 문명을 몰락시켰지만 살아남은 그 후예들처럼, 흑사병이 유럽의 한 시대에 종말을 고했지만 살아남은 그 후예들처럼, 메르스가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살아남은 우리들처럼, 인류는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할 뿐이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질병

전쟁은 작게는 집단과 집단, 크게는 문명과 문명이 부딪히는 사건이다. 이때 한 문명에서는 이미 토착화한 질병이 다른 문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큰 전쟁은 세계의 패권을 좌지우지하는 동시에 세계사의 흐름 자체를 뒤틀어버린다.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군사력보다는 질병이 승패를 가른 경우가 꽤 발견된다.

에스파냐 군대과 함께 침입한 천연두로 인해 아스테카 문명이 몰락한 역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트로이 전쟁 때도 아폴론으로 화한 ‘질병’이 그리스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살라미스 해전에서 패한 크세르크세스는 퇴각하다가 역병에 기습당해 재기하지 못했다. 유스티니아누스 시절 동로마 제국은 무리한 전쟁과 제국에 퍼진 역병 탓에 멸망의 길로 치달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나병과 흑사병이 돌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에스파냐 독감이 퍼져 전사자 수의 약 세 배에 달하는 2,500만~5,000만 명가량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과연 전쟁의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일까? 결국 질병이 세계사를 ‘감염’시키는 셈이다.



지식에 곁가지 더하기: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기한 잡학사辭

역사를 들여다보면 쏠쏠한 재미를 주는 ‘작은’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지은이는 문명사라는 거대한 줄기에서 뻗어 나온 곁가지에 달린 열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문 말미 여러 곳에 수록한 이 글에는, ‘계절의 의미, 미네르바의 부엉이, 고르디우스의 매듭, 나폴레옹의 병, 프렌치 패러독스,, 차이니즈 패러독스’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알쓸신잡’을 잔뜩 담았다. 신화, 역사,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는 독자의 ‘지적 만족감’을 입체적으로 만족시켜줄 것이다.



“인류는 역사와 문명의 진전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질병 문제에 직면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장항석 교수의 다양한 임상 체험과 사념이 깃든 이 책을 통해, 질병 그리고 역사와 문명에 대한 식견을 가다듬어보기를 권한다.”

_〈추천의 글〉 가운데





책 속으로



아프리카 토착민 가운데 말라리아에 아주 강한 면역력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외부 사람들은 거의 살아남기 힘든 환경에서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이들을 조사해보니, 이들의 적혈구에는 특별한 ‘질병’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혈구는 일반적으로 가운데가 오목한 원반 형태이나 이들의 적혈구는 낫 모양이었다. 이는 유전성 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이다. _63쪽



한 지역 내에서 감염 경로의 사슬이 끊어지지 않고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창궐하려면 인구가 적어도 40만 명은 돼야 한다. 인류 초기에는 인구 40만 명을 유지할 수 있는 초거대 문명이 없었다. (중략) 게다가 질병 대부분은 점점 약화되고 토착화하면서 더 이상 사회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 _80쪽



나일 강이 범람했으며, 하늘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두워졌고, 해충이 들끓었고, 가축과 사람에게 전염병이 번졌다. 이집트 지도층이 더 큰 피해를 입었는데, 왕과 대신들의 지배력이 약해져 행정조직이 와해된 틈을 타 유대인이 탈출을 감행했다. 실제 서기전 13세기경 이집트 지역에 질병이 창궐했다는 증거가 있다. 천연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 증거로 람세스 2세(미라)의 피부에 보이는 천연두 자국이 거론된다. _104쪽



덥고 습한 인도의 기후와 사막에 가로막혀 마케도니아군은 더 이상 진격할 수 없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결국 회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병사가 기아와 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간신히 페르세폴리스로 돌아온 뒤 이듬해 바빌론으로 돌아가 아라비아 원정을 준비하던 중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사망하고 말았다. _155쪽



유럽인에게 전파된 기독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병을 죄악시하고 신의 징벌이라 생각하며 오로지 순결함만을 강조한 탓에, 태어나서 손도 한 번 씻지 않은 사람을 성인으로 칭송하는가 하면, 잘 알려진 이야기의 주인공, 즉 영웅이나 기사, 미녀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목욕을 한 적이 없다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_196쪽



중세 말 전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종교와 학문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십자군 원정으로 미지의 지역 아시아의 풍요롭고 발달한 문명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상에 새로운 깨달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민중은 더 이상 농노가 아니라 생산의 주역이었다. 비로 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 셈이다. 한편 십자군 전쟁으로 활성화된 지중해의 항구를 중심으로 이슬람 세계의 과학과 문명이 역으로 유입됐다. 이슬람을 ‘문명의 요람’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이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이 이슬람과 교류가 잦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파됐고, 중세의 암흑기 동안 잊힌 그리스로마 문명의 걸작이 번역돼 유럽 여러 나라로 전파됐다. _231쪽



매독은 여러 기원설이 있다. 그 가운데 유럽 기원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나폴리의 요안나 여왕의 매춘법령에 1492년 이전에도 매독이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조항이 있고, 디죵이나 보름스의 포고에도 이를 시사한 조항이 있다. 이탈리아어로 된 고문서에 ‘프랑스 병’에 대한 처방이 들어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_274쪽



1529년 마르틴 루터와 울리히 츠빙글리가 독일 헤센 주에 있는 마르부르크에서 만나 유명한 토론을 벌였다. 마지막 성찬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었다. 그때 이 지역에 미지의 질병이 발생했다. 이 회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영국 발한병이라고 이름 붙은 이 병을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황급히 회담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고, 개신교의 대표적인 두 교파인 루터파와 칼뱅파의 분열은 되돌릴 수 없이 굳어지고 말았다. _309~310쪽



인플루엔자라는 말은 이탈리아어인데 ‘영향’을 의미하는 영어 ‘influence’와 의미가 동일하다. 천체의 영향으로 이 질병이 발생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 깔린 명칭이다. 16세기 유럽에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당시 한 세기 동안 적어도 스무 차례나 유행했다고 한다. 1580년경에는 유럽을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까지 퍼져 판데믹이 있었다고 추정한다. 일부 역사학자는 이 판데믹의 영양으로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도 인플루엔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_321쪽



사실 수술은 가장 원시적인 의료 행위다. 그럼에도 암은 ‘아직도’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다. 오늘날 그나마 조금이라도 암 치료 효과가 개선된 이유는 수술 기법과 수술 환경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제거하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치료제나 치료법이 개발돼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속수무책이던 위암이 건강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되면서 그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_339쪽



국제보건기구에서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며 구태의연한 정의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미리 대비하려는 정책 방향은 백번 옳지 않은가! 가까운 미래에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대규모 참극을 벌일 질병이 발생할지 모르지 않는가!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주범은 바로 변종 바이러스일 것이다. _350쪽



인도 고대 의학은 외과학, 즉 수술이 발달했다. 이집트 의학이 겨우 비교될 수 있겠지만 이집트의 의학 지식이 미라를 만들고 보존하는 수준에 머무른 점을 생각할 때, 인도의 외과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청결법과 수술 후 붕대법 등이 발달했으며, 수술 전에 동물 실험을 해서 수술 술기를 익혔다 (중략) 수슈르타가 개발한 수술법도 정말 놀랍다. 그는 백내장 수술을 처음 시행해 지금도 안과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또한 그가 개발한 코 성형 수술은 지금도 사용될 정도다. _364~365쪽



절치부심한 당태종은 정예병을 구성해 군량을 철저히 준비한 뒤 치밀한 전략을 세워 고구려를 침범했다. 하지만 안시성에서 양만춘의 전략에 휘말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때 양만춘이 쏜 화살에 눈이 맞은 당태종이 결국 회군을 결정했으나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사망할 때 고구려를 정벌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_374쪽



조선 시대에는 자연 질서의 붕괴나, 하늘 또는 귀신의 노여움, 저주 탓에 역병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왕이 근신하거나 천신이나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중략) 격리나 피접避接은 어느 정도 효과적이기는 했지만 결국 근본 대책이 아니었다. 따라서 조선 시대에는 이전 시대에도 널리 인정되던 양생법養生法이 강조됐다. 평소 병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으로, 건강을 다스리고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양생법을 최고로 쳤다. 현재 의학 개념으로도 옳은 방법이다. _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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