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 자 :오기와라 히로시
  • 출판사 :지금이책
  • 출판년 :2019-08-01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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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유머에서 따뜻한 드라마, 독특한 미스터리와 장엄한 역사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 다수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데다 2016년 나오키상 수상으로 문단의 찬사까지 거머쥐며 일본의 국민작가 반열에 오른 그의 첫 에세이집이 국내 독자들과 만난다.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국민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첫 에세이집



쿨한 유머에서 따뜻한 드라마, 독특한 미스터리와 장엄한 역사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 다수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데다 2016년 나오키상 수상으로 문단의 찬사까지 거머쥐며 일본의 국민작가 반열에 오른 그의 첫 에세이집이 국내 독자들과 만난다.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대로, 소설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취미는 바로 채소 농사! ‘가드닝’이라고 말할 정도로 세련되지는 않고, ‘베란다 텃밭’처럼 유행에 휩쓸린 것도 아니다. 운치보다는 수확 추구, 어째서 채소인가 하면 “먹을 수 있으니까”라고 답하는 실속파다. 그런데 말로는 “얻는 이득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어쩐지 그는 이 취미생활에 쓸데없는 열정과 불필요한 성실함을 쏟아붓고 있다.

한 평 남짓한 정원 텃밭에 채소를 기르며 고군분투하는 사계절을 담은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외에 일본 내 기차여행을 주제로 삼은 〈지극히 좁은 여행 노트〉, 생활 속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써내려간 〈지극히 사소한 일상 스케치〉를 한 권으로 엮었다. 이 에세이집 전반에는 무엇보다 오기와라 히로시 특유의 유머가 넘친다. 개성 넘치는 비유와 비딱한 풍자가 가득한 문장에서는 독창적이면서도 예리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수록된 일러스트 역시 그가 직접 그린 것이다. 다만 “독자에게 수확한 채소나 채소밭의 상세한 모습을 더욱 리얼하고 생생하게 전해준다”는 애초의 취지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 같지만.





흉…… 흉년이라니 무슨 그런 말씀을!”

못생기고 보잘것없는 열매를 맺기까지 아마추어 농부의 고군분투



도쿄 변두리의 아주아주 작은, 겨울철에는 금세 볕이 들지 않게 되는 정원에, 겨우 몇 포기의 채소를 키우기 위해, 흙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거나 비료를 주거나, 그 외에 필요한 일, 특별히 하지 않아도 채소가 자라는 데 크게 상관없을 쓸데없는 일을 나는 매해 부지런히 반복하고 있다.



가족들은 탐탁해하지 않는 가정 텃밭이지만 오기와라 히로시의 결연한 마음은 프로 농부 못지않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기도 하고 괜한 일을 할 때도 있는 것이 풋내기 농장의 즐거움”이라면서 최소한의 땅에서 최대의 수확을 노리는 그의 허황한 노력이 시트콤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겨울철 혹한기를 나기 위해 소형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꿀벌 대신 직접 화분 수정에 나서거나, 누에콩을 진딧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려 일곱 가지 방법을 동원해봐도 농사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허를 찌르는 비유와 예측불허의 전개도 웃음을 유발한다. 캐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무와 당근 같은 뿌리채소 재배의 도박 같은 즐거움을 논하는가 하면, 식물 간 간격을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 따지다가 지구의 인구문제를 염려한다. 중년 남성을 거부하는 듯 지나치게 아기자기한 꽃의 이름들을 성토하고, 솎아내기를 하면서 오디션장의 유명 프로듀서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설레며, 채소 모종 구입을 앞두고는 유망 신인 발굴에 나선 프로야구 스카우터인 양 과도한 신중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욕심을 부려 수박이나 망고 같은 ‘대물’을 노리기도 하지만…… 과연 노력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저자와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봐주시길.





아이디어는 짜내는 것이 아니라‘내려오는’것

프로 소설가가 알려주는 글쓰기의 원칙과 비밀



소설가로 살다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는가?’

오히려 내게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그것만 안다면 빌려준 돈 받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가차 없이 발소리를 크게 울리며 가까워지는 마감에 비지땀을 흘리거나 머리를 싸매거나 도망갈까 반쯤 진심으로 생각하거나 연재호가 백지인 채로 세상에 나오는 꿈에 시달리거나 하지 않을 텐데.



마흔 살에 쓴 첫 소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로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늦깎이데뷔, 2004년 청년성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한 장편 《내일의 기억》으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 2016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나오키상을 수상…… 데뷔 이후 20년간 수십 편의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지만, 의외로 “퐁퐁 솟는 샘물처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두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소설의 소재나 전개나 핵심이 되는 단어 등은 나올 때까지 오로지 기다린다”고 한다.

이처럼 이 에세이집 곳곳에서는 소설가로서의 치열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카피라이터였던 그가 갑자기 장편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진솔하면서도 극적이고,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고백은 뜻밖이지만 특이한 독서법을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터널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오로지 터널 수를 세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하며 몇 번이고 현장을 답사하는 모습이 소설 창작의 비밀을 한 겹 드러내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짓는 방법이나 육아를 통해 얻게 된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 같은 실용적인 팁도 눈길을 끈다.





일상과 여행 속 사소한 이야기에 나타난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사람



여행 갈 때 짐은 적은 편이 멋있어 보인다. 여행이 잦아 익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인생의 상급자라고도 할 만한 여유가 엿보인다. 그에 비해 짐이 많은 사람은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하고 어수룩하고 가방의 크기와는 정반대로 사람이 작아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여행의 짐이 많은 나의 비뚤어진 마음 때문일까.



이 책에 실린 여행 관련 글들은 야간기차에서 바라본 밤하늘이나 벚꽃의 개화를 좇는 여행 등이 서정과 낭만을 전달하는 한편,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의 아리송한 맛, 여행지에서 어떤 선물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은 특유의 위트로 여행을 둘러싼 많은 요소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끔 환기해준다.

그런가 하면 일상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사람의 모습이 다각도로 드러난다. 결혼을 통해 ‘만담 콤비’로 거듭난 아내와 자신을 돌아보고,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던 아이들이 어느새 담배를 물고 있을 때 세월을 깨닫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해 죽기에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님을 실감하고, 아버지의 상을 치르며 생전 단 한 번뿐이었던 여행을 담담히 추억하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지켜본 소회부터 좋아하던 아이돌과 추억의 음악, 올림픽을 보며 느끼는 기분에 대한 에피소드 등은 ‘모두가 가는 길은 피해 가던’ 어린 시절부터 ‘성가신 아저씨’가 되었다고 자평하는 지금까지 그의 일관되게 비뚤어진(?) 삶의 궤적을 그려내고 있어 흥미롭다.



[책 속으로]



취미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으음……”이나 “어, 그러니까……”라며 일단은 말을 흐린다. 상대방이 “특별히 없으신가 봐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사실은 떠들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기 때문에 “아니, 아니, 아니요”라며 고개를 젓고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고백이라도 하듯 머뭇머뭇 이렇게 말한다.

“취미로 집에서 채소를 키우고 있어요.”

가드닝이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빠르겠지만 그런 세련된 단어를 나 같은 아저씨가 입에 올리기는 낯간지럽다.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몰두하고 있는 일은, 얼마 전에 봄에 꽃이 피는 스위트피 종자를 심었어요, 호호호,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채소’다. 오이와 가지와 당근을 키운다.

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멋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취미라면 역시 서핑이지”라며 햇볕에 그을린 얼굴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자신 있는 미소를 짓거나, “음악을 조금 하는 정도랄까요”라며 겸손해하면서도 “이번에 라이브 하니까 보러 오세요”라는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 무밭에 비료를 줄 건데 구경하러 오세요”라고 말해본들 아무도 오지 않을 테니까.

_〈감자 애송이의 발아〉, 10~11쪽.



정원 텃밭을 일구고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가끔 “어머, 꽤나 다정한 취미를 즐기시네요”라는 분위기의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다정한 사람은 채소밭 일구기도 원예도 할 수 없다. “다양한 색의 팬지를 귀여운 발이 달린 화분에 심었어요, 호호”라며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산 밀짚모자를 흔들면서 웃는 부인이라도 화원의 그늘에서는 이렇게 벌레를 끊임없이 압살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산 샌들이나 다른 무언가를 이용해서.

_〈화원의 살육〉, 31~32쪽.



꽃이 피는 식물의 원예는 꽃 이름도 도구 디자인도 아저씨를 거절하는 느낌을 풍긴다고 생각하면 피해망상일까. 직접 만드는 케이크를 파는 가게나 작고 세련된 파스타 가게 같은 곳도 종종 있잖아요, 중년 남성을 배제하는 목적으로 붙인 것 같은 이름이.

‘가을빛 펌프킨 파티’나 ‘변덕쟁이 숲속 요정들의 링귀니’라니 말할 수 없어요. 입이 귀까지 찢어진다고 해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만 말하며 주문했을 때 “네? 어떤 메뉴 말씀인가요?”라고 되묻는다면 옆에 적힌 나폴리탄으로 슬쩍 손가락을 옮깁니다.

_〈이름 없는 꽃의 이름〉, 43쪽.



“승객 중에 의사선생님 계십니까?”

비행기 안에서 구급상황이 발생하여 승무원이 긴박한 목소리로 방송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상황이지만 나는 현실세계에서는 한 번도 이런 상황에 마주친 적이 없었다.

(…)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런 장면에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으면 멋있을 텐데, 하고. 안내방송으로 소설가를 찾을 상황이 과연 있을 것인가, 하고.

“승객 중에 간호사 계십니까?”

이것도 흔히 있을 것이다.

“승객 중에 파일럿 계십니까?”

무서운 상황이지만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승객 중에 경찰 계십니까?”

오리엔트 특급 같다.

“승객 중에 스모 선수분들 계십니까?”

난폭한 행동을 하는 승객을 붙잡는다든가 기체나 차체의 중량 균형을 잡아야 할 상황에 놓인 케이스.

하지만 생각해볼 것도 없이 “승객 중에 소설가 계십니까?” 이런 상황은 없다.

긴급시 도움이 되지 않는 직업 순위가 있다면 소설가는 상당히 상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세상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걸까? 그런 근원적인 자문에 풀이 죽었다.

불러준다면 낭독이든 즉흥 콩트 만들기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텐데.

-〈승객 중에……〉, 95~97쪽.



안타깝게도 나는 퐁퐁 솟는 샘물처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두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소설의 소재나 전개나 핵심이 되는 단어 등은 나올 때까지 오로지 기다린다는 것이 기본자세다.

‘나온다’고 말했지만 ‘머리를 써서 열심히 짜낸다’는 느낌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소나기처럼 ‘내려온다’고 말하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언제 내릴지, 양은 얼마나 내릴지 스스로도 알 수 없고, 기상캐스터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몇 년이나 이 일을 하는 사이에 경험으로 알게 된 것도 있다. 그것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전철 밖에 떨어져 있다〉, 112~113쪽.



소설가라는 직업에 호감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지금도 기분은 외부인이다. 소설에 승부 따위 없지만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정면승부로 도전하고 있는 기분은 변함없다. 일개 독자의 특권이므로 변함없이 다른 소설에도 불평을 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도 쓰는 사람 한 명 한 명의 머릿속에서 칠전팔기 끝에 겨우 끌려나오는 것이다. 평가에 우열은 있다고 해도 누군가가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불만을 말하고 있으니까 내 소설이 독자에게 어떤 트집을 잡히더라도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만약 ‘이 정도라면 나도 쓰겠다’고 말한다면 이렇게 답해주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디 한번 해봐.” 쓰면서 토할걸.

-〈소설에 참전〉, 221쪽.



만약 이런 일을 소설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은색 컨버터블을 타고 쇼난 해안으로 향했다.”

이런 묘사에 출판사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다. ‘자동차는 이 잡지에 광고를 내는 회사의 신차로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게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다시 쓴다.

“그는 토요타의 프리우스를 타고 쇼난 해안으로 향했다.”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 저연비라는 것도 제대로 써주세요. 해안은 거래은행 계열사도 등장하게 해서 구주쿠리하마로 부탁드립니다.’

결국 이렇게 된다.

“그는 저연비 넘버원인 토요타 프리우스를 타고 이와시사키 프린세스 호텔(1박 8,600엔~)이 세워진 구주쿠리하마를 향했다.”

내가 광고 일에서 배운 것은 스폰서가 붙은 표현은 무엇을 소리 높여 강조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간접광고 방송의 범람〉, 246~247쪽.



가지 재배는 손이 많이 갈 일이 없다. 토마토처럼 매일 곁순을 따줘야 하는 성가심도 없고, 내리는 비에 일희일우하는 걱정도 없고, 오이처럼 덩굴을 유도하거나 세심하게 가지 정리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심고 나면 거의 방치. 초기 단계에서 자라는 줄기를 서너 개로 정리하여 지지대라고도 말하기도 힘든 비스듬한 부목을 세운다. 작업은 그 정도다. 그런데 그것이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성에 차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이 즐거운 가정 텃밭 농사꾼의 뒤틀린 심정을 아무래도 그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가지는 의외로 괜찮은 놈일지도 몰라〉, 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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