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자 :오소희
  • 출판사 :북하우스
  • 출판년 :2019-07-0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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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나를 능가하는 현명함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세 살배기 JB와 함께 떠난 첫 배낭여행지, 터키

세상과 호흡을 맞춰가는 1.5인의 성장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배낭여행의 시초!



2007년 여름에 출간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의 개정판으로 전작에서 아쉬웠던 디자인적인 부분을 보강하고 훨씬 더 다양하고 현장감 넘치는 사진들을 실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배낭여행’의 시초였던 이 책에 대한 반응은 출간 초기에는 엇갈려 나타났다. 앞부분의 몇 페이지만을 접하고 아이에게 2개 국어를 가르치는 열성 엄마의 ‘사서 고생’하는 소모적인 여행으로 오해하는 독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새로운 에세이스트의 등장을 갈망하던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와,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의 영역을 넓힌 용감한 엄마에 대한 대한민국 엄마 부대의 응원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녀의 책에 달린 90여개의 리뷰들은 여행 작가 오소희의 등장과 1.5인의 배낭여행이 독자들에게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탄자니아도 우간다도 라오스도 터키도 모두 오소희에게는 먼 곳의 오지가 아닌 친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녀는 발 닿았던 모든 곳에서 마음을 나누었고 생을 목격했으며 중빈과 함께 성장을 했다.

세 살배기와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배낭여행을 할 수 있는 엄마, 낯설기만한 라오스의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채울 수 있는 작가, 아프리카에서도 사람과 삶을 열정으로 살아낼 수 있는 여행자. 그녀가 바로 오소희다.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2008년 12월 출간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2009년 3월 개정판 출간



바람이 데려다준 곳, 터키

이스탄불에서부터 시작된 이 여행은 사막의 땅(카파도키아), 호수의 땅(에이르디르), 바다의 땅(올림포스)을 거쳐 다시 이스탄불로 향한다.



------- 카파도키아 --------

이스탄불 → 사프란볼루 → (괴뢰메 → 네브쉐히르 → 데린쿠유) → 유르굽 → 에이르디르 → 안탈랴 → 올림포스 → 파타라 → 올림포스 → 아피욘 →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의 문화와 예술이 아름답게 직조되어 있는 이스탄불은 주요 유산들이 15분 거리 내에 모여 있는,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도시이다.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카펫, 보석, 도자기 등이 주종목인) 쇼핑타운 그랑바자르, 하렘으로 더욱 유명한 톱카프 궁전, 푸른 타일로 장식된 화려한 위용의 블루모스크, 그리스정교 성당에서 이슬람 사원 모스크로 그리고 박물관으로 그 세월만큼 역할이 다채로웠던 소피아 성당…… 이 위대한 유산들에 중빈의 혼을 쏙 빼놓은 매력적인 전차 트램까지. 생기 넘치는 이스탄불에서 아이의 보폭을 맞추는 일은 어려웠지만 여행자로서의 새로운 영역을 배워가는 아이에게 이스탄불은 매 골목마다 새로운 강아지와 고양이를 던져주며 환영인사를 했다.

이스탄불을 뒤로하고 8시간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사프란볼루. 오스만 시대의 가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름다운 마을로 작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재이다. 이곳에서 만난 영어가 유창한 야스민은 통역이 필요한 관광객을 제 펜션으로 이끌며 매번 짜여진 각본대로 관광객들을 기쁘게 했고 그렇게 또 실망시켰다. 떠나기 직전 ‘메르하바(안녕하세요)’도 모르면서 ‘인디림(깎아주세요)’부터 알고 오는 한국인들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야스민을 통해 이전까지의 호의와 정성이 모두 상술에 불과했다는 점을 깨닫고 터키에 스민 자본주의의 덫을 야스민을 통해 경험한다.

터키 내륙의 사막 지대 카파도키아는 사막의 절세 비경을 여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지하 7층에 달하는 거대한 지하도시 데린쿠유와 여전히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는 동굴집을 통해 핍박의 역사와 빈민의 실생활을 생생히 전달한다. 산에서 만난 파트마는 보는 순간 “짜이?(차)”하며 집으로 초대했으나 파트마의 의도가 어떠했던 파트마의 엄마와 아버지는 병든 몸으로 동정을 호소하며 스카프를 팔고자 애썼다.

에이르디르, 올림피아, 파타라, 다시 이스탄불. 터키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렇듯 선한 의도로 다가오기도 했고 욕망하는 바가 있어 다가오기도 했다. 사랑을 준 이들도 있었고 안타까움을 준 이들도 있었고 마음을 기꺼이 깊이 나눈 이들도 있었다.

1.5인의 배낭여행자는 이렇게 첫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말한다. ‘여행은 늘 나를 능가하는 현명함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라고.



책 속으로



이제 우리는 손도 잘 잡지 않는 독립된 두 여행자가 되었다.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내게 말한다.

“엄마가 삼십 분 뒤에 와. 난 여기서 얘네들과 놀고 있을게.”

이것이 우리의 주된 협상안이다.

“엄마, 한 시간만 더 놀다 와. 나 얘네들과 다 놀려면 멀었어.”

이것은 우리의 베스트 협상안이다.

아이가 낯선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동안, 나는 골목을 돌아다닌다.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뭔가 끄적거리거나 그도 아니면 주저앉아 곧잘 공상에 빠진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제 완벽하게 대책 없는 여행자가 되었다.



대책 없는 1.5인의 여행자로 떠돌며 세상에 다가가는 동안 세상도 우리에게 다가왔다.

잠든 아이를 안아주거나, 초대해 만찬을 베풀거나,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을 따주었다.

가난하거나 넉넉지 않았던 그들은 대부분 따스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꾸려 간 가방보다 훨씬 커다란 마음의 선물로 채워진 채 집에 돌아왔다.

여전히 힘을 가진 자들은 커다란 나무를 베거나 국경을 넓히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만,

내가 아는 지구는 그 커다란 나무 밑, 국경과 국경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돋아나는 선한

풀들로 인해 아직 아름다운 곳이다.



이 글은 그 아름다운 풀들과 만나는 첫 기록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아이와 가지고 놀던 빵가루 쓰레받기를 부엌에 가져다놓는데 유습이 나를 부른다.

“그 쓰레받기 갖다 놓지 말아요. 내일도 그걸 가지고 바닷가로 가고,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가지고 바닷가로 가세요.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 돌아오세요, 언제나처럼.”

그의 목소리가 사뭇 애처롭다. 뭐라 달리 할 말이 없어, 아직 생각 중이란 뜻으로 손가락을 머리에 갖다 댄다.

“가지 마요. 가지 마요. 여기 있어요.”

그는 모르고 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나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 이곳을 떠나는 일이다. 그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곳, 그리고 표현해도 좋은 대상을 찾는 일이다. 올림포스에는 여자와 아이가 없다. 젊은 터키 남자들에게는 가혹한 곳이다. 그는 이곳을 떠나 헌신할 수 있는 일, 감성을 몇 백 배 연소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말을 그에게 하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한들, 그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밤 잘 생각해 보고 내일 아침에 확실히 말해 줄게요. 잘 자요.”

문가에서 멀어지는 내 뒷모습에 대고, 유습이 말한다.

“당신이 이곳에 있기만 해도 난 행복해져요. 테이블에 앉아서 JB와 놀기만 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아도 그냥 거기 있으면….”

- ‘당신이 거기 있으면 나는 행복해져요’ 중에서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륙과 함께 기계 소리가 갑자기 커지자,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가 고개를 돌려 “엄마, 왜 이렇게 소리가 커?” 묻는데, 거친 기계음 때문일까? 때마침 그 목소리가 너무나 아기 같다. 발음마저 부정확한 어리디 어린 아기. 내가 저렇게 어린 것을 다그쳐 가며 여행을 했나 싶은 생각에, 울컥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과 대견한 마음이 한데 뒤섞여 아이를 꼬옥 끌어안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기특한 녀석,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는지 믿을 수 없게도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그동안 잘해줘서 고마워….”



모든 여행에는 질문과 답이 있다. 사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공히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만, 그 질문과 답 사이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이라는 틀을 꿈꾸고 떠난다. 먼 곳을 돌아 다시 제 안의 것을 들여다볼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 이것은 수많은 예술 장르에서 차용된 서사 구조이기도 하려니와 탄생과 성장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우리의 생이 최초에 의도된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여행이라는 틀로써 주어진 일상의 틀을 부수고 나가는 것을 꿈꾸지만, 이 또한 커다란 생의 구조 속에서는 ‘작은 일상’일 뿐이다.

- ‘그동안 잘해줘서 고마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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