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

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

  • 자 :김춘희
  • 출판사 :더블엔
  • 출판년 :2019-04-1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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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잘 다녀왔습니다





● 모자 분실사건에 이어 이번엔 휴대폰 분실사건!

● 길을 잃기 쉬운 도시, 베네치아에서 골목산책

● 피사에서 만난 어린 소매치기 대처법

● 토스카나에서 마테라까지 렌터카 여행

● 비오는 날엔 도서관과 영화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3 아이와 다녀온 30일 유럽여행. 아홉 살 꼬마는 보너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자주 눈발이 날렸다. 그때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핫초코를 홀짝이며 몸을 녹였다. 인적 뜸한 교외에선 어김없이 길을 잃었다. 우리 셋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정 많은 동네 주민들의 덕이었다. (구글맵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일주일 여행을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정말 우여곡절 끝에 밤기차를 탔다. 덜컹거리며 밤새 달린 기차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멈추었다. 눈 돌리는 곳마다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시작한 이탈리아 여행은 찬란한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를 거쳐 햇살이 눈부신 남부도시로 이어졌다. 작은 렌터카에서, 한없이 넓은 겨울바다에서, 리소토가 짜디짠 레스토랑에서 같이 노래하고 함께 감탄하고 입을 모아 투덜거렸다.



학습의 공백을 안고 떠난 한 달간의 여행, 아들은 토스카나 시골집에서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오스트리아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이탈리아는 내가 궁금했던 나라니까, 여행하는 지금은 좋아. 그런데 지금처럼 문득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갑자기 불안해져. 해야 할 일을 미뤄놓고 온 건 맞으니까.”

“그런데 엄마, 내가 한국에 있었다고 해도 학원에 가거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구 하지는 않았을 거야. 빈둥거리다가 아이코, 고등학생이 됐네 했을 거라고. 그러니까 여행 오길 백번 잘한 거야.”

여행에서 아이들은 자주 무관심하고 시큰둥했지만, 그때마다 여행지를 잘못 선택했나, 숙소가 별로인가, 너무 많이 걸었나? 반성했지만, 그래도 이 여행은 감동으로 남았다.



#마지막_태그_읽는_재미도_쏠쏠



엄마가 아이의 보호자로 떠나는, 어쩌면 마지막 여행이 시작됩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 초2 꼬맹이 딸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학교를 빠질 수 없으니 좋은 계절 다 보내고 겨울에 떠날 수밖에 없다.

슈베르트와 엘리자베트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자주 눈발이 날렸다. 그때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핫초코를 홀짝이며 몸을 녹였다. 인적 뜸한 교외에선 어김없이 길을 잃었다. 우리 셋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정 많은 동네 주민들의 덕이었다. (구글맵이 아니라!)

미술관에 들러 딱 세 화가의 작품에 집중해서 보았고, 춥고 흐린 날에는 영어전문 상영관에서 애니메이션 〈패딩턴〉을 보았다. 한여름의 신나는 물놀이는 아니지만 겨울밤 온천에서 ‘지상의 겨울천국’을 느껴보았다. 지난번 여행에서는 ‘모자’를 분실했던 딸아이, 이번엔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엄마가 모든 걸 정리하고 해결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휴대폰을 찾아주고 힘든 동생 업어주고 우는 동생 손을 잡아준 건 오빠였다. 아이들과 여행하는 내내 ‘엄마 자격 미달’을 깨우치며 이 여행은 계속된다.



오스트리아 일주일 여행을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밤기차를 탔다. 덜컹거리며 밤새 달린 기차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멈추었다.

길을 잃기 쉬운 도시, 베네치아의 비앤비에서 나흘을 머물며 그동안 못먹었던 ‘김치찌개’도 해먹고, 리알토 시장을 구경하고 수상버스 타고 부라노 섬에도 다녀왔다. 피사에서는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고, 피렌체에서 올라간 전망대는 두오모가 아니라 조토의 종탑이었다! 덕분에 두오모 사진을 멋지게 찍어왔다.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피렌체에서 바로크의 상징 레체까지는 렌터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렌트 차량은 수동 기어! 10년 만에 스틱 운전을 하며 시동 꺼트리기는 기본, 신호대기에서 뒤의 버스와 부딪치고… 직진만 3시간 한 후에서야 후진기어 발견. 토스카나 농가주택에 어렵사리 무사히 도착한다.

한적하고 깜깜한 토스카나 시골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와 속깊은 대화도 나눈다.



“낮에 바쁘게 돌아다니고 여기저기 찾아다닐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할 게 없고, 주변이 다 조용해지니까 나도 걱정 돼. 내가 여행하지 않고 한국에 있었다고 해서 걱정이 없었을 것도 아닌데, 지금은 좀 더 불안해. 나만 딴 세상에 온 것 같아서.”



“오스트리아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이탈리아는 내가 궁금했던 나라니까, 여행하는 지금은 좋아. 가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주로 즐거워. 그런데 지금처럼 문득,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으려나? 학원에 가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갑자기 불안해져. 해야 할 일을 미뤄놓고 온 건 맞으니까.”



“그런데 엄마, 내가 한국에 있었다고 해도 학원에 가거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구 하지는 않았을 거야. 빈둥거리다가 아이코, 고등학생이 됐네 했을 거라고. 그러니까 여행 오길 백번 잘한 거야.”



그밤, 한국의 아빠도 이탈리아의 아들도 저마다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었다. 여행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해답이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가끔은 위로를 받을 수도, 가끔은 반성을 할 수도 있는 기회는 되어준다.

여행하며 만난 친절하지 않았던 사람들, 기차를 놓치고 불안에 떨며 대책을 마련해야 했던 시간들, 지도가 통하지 않았던 길 위에서 서성였던 순간들 모두, 아이들과 함께여서 힘을 내야 했고,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3년이 지나서야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그건 이 여행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행 후, 그 여행을 다녀오지 말걸 그랬나, 하는 엄마의 자책을 아이는 이렇게 덜어주었다.



“중학교 3학년의 한 달보다 더 중요한 건 고3의 일주일이야. 내가 느끼는 시간의 질이 달라.”



여행이 아이 안에서 숙성되고 선하게 발효되었음을 알고 나서야 엄마의 뒤늦은 여행기는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여서 여행이 가끔 고단하고 심심했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솔직했던 그 여행을.





〈책속으로〉



자신 있게 걷던 중딩군이 멈춘다. 뒤따르던 우리도 멈춘다.

“지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가는 방법을 모르겠어.”

그럴 리가, 구글 지도에 호스텔 이름을 정확하게 입력했는데, 행여 스펠링이 잘못 되었을까 봐 몇 번이나 확인을 했는데, 그럴 리가 없지. 아이에게 지도를 넘겨받아 꼼꼼히 살핀다. 아까 버스에서 내린 곳이 이쯤이었으니까 우리는 이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군. 앗! 다음 부분이 출력되지 않았다.

- 25쪽 〈빈- 한국인은 밥심이라 했던가〉에서



밤이 깊어졌다. 조명을 받은 슈테판 성당이 새하얀 자태를 드러냈다. ‘빈의 혼’이라 불리는 슈테판 성당은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열린 곳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겨울바람은 여전한데 성당 앞은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137미터짜리 첨탑을 바라보는 얼굴 위로 겨울바람이 스쳐 지난다. 배부른 저녁, 겨울바람이 차가운 줄도 모르겠다. 깔깔거리며 감상했던 〈패딩턴〉의 기억이 어느새 아스라하고 립스 소스의 달콤함만 생생하다. 춥고 흐린 날, 여행의 완성도 결국 외식이다.

- 49쪽 〈빈- 춥고 흐린 날 여행하는 법〉에서



지난번 네덜란드 여행에서, 하루 전에 산 모자를 푸린양이 잃어버렸을 때 찾을 생각도 하기 전에 화부터 내던 내가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화가 났다.

“간수도 못할 거면서 왜 휴대폰을 사달라고 해.”

속상해 하는 푸린양을 위로하기는커녕 손조차 잡지 않고 성큼성큼 앞장서 걸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푸린양은 울지도 못하고 엄마 뒤를 따르고 있다.

“이쪽엔 없는 것 같아. 오빠가 못 찾으면 영영 잃어버린 거야. 그러면 앞으로는 안 사줄 거야! 알겠어?”

울먹이며 간신히 고개만 끄덕인다.

- 103쪽 〈바트이슐- 아이들과 여행하기, 그것은〉에서



“그러면 잠깐 밖으로 나와 봐. 엄마 화장실 갈 거니까 복도에 좀 있어줘.”

“엄마, 설마 무서운 거야?”

그래, 무섭다. 1.5층에 위치한 화장실은 조명이 어두워서 화장실 문을 닫을 수가 없다. 깜깜한 공간에 갇힌 것 같다. 그래서 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그랬더니 2층이 보인다. 니콜로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 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2층의 모습이.

- 157쪽 〈피렌체- 고요가 흐르는 집〉에서



오르비에토 시내에 들어섰다. 3시간째 후진 없이 운전 중이다. 아직도 후진기어 넣는 법은 파악하지 못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내비게이션이 안내를 끝냈다. 사진처럼 근사한 토스카나 풍경 한가운데 우리를 데려다 놓고 소임을 마쳤다는 듯 조용하다. 겨울 농가마을엔 길을 물어볼 행인도 없다. 비까지 내린다.

가까운 농가 앞에 차를 세웠다. 비 내린 흙길이 어느새 진창이다.

“저기요, 누구 안 계세요?”

- 183쪽 〈토스카나- 이탈리아에서 운전은 처음이라,〉에서



빗방울이 타닥타닥 떨어지는 밤, 이탈리아 반도의 남쪽 끝을 달리는 작은 차 안이 이적의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사위는 어둡고 지나치는 자동차마저 드문, 이국의 낯선 도로 위. 어느새 잠에서 깬 중딩군까지 모두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른다.

-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그 밤, 그 길 위에서 우리만의 뮤직 비디오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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