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 년

미움 하나 붙잡고 육십 년

  • 자 :임영빈
  • 출판사 :슬로래빗
  • 출판년 :2019-02-01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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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깊숙이 쌓여

가족과 세상을 향한 미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글은 미움을 내려놓는 비망록이자 반성문이다.



누구나 인생에 크고 작은 굴곡이 있지만, 작가의 인생은 참으로 굴곡지다. 부유했으나 방치된 유년기, 집안 몰락으로 버스비마저 걱정하던 청소년기를 거치며 작가의 마음에 가족과 세상에 대한 미움이 쌓였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구속되었고, 고문을 못 이겨 친구를 팔아넘겼다는 죄책감에 작가 자신마저 미워하게 되었다. 이후 남들처럼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편과의 관계는 힘들었으며,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한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원망뿐이었다. 작가 말마따나, 산 척하고 죽어 있던 삶이었다.



작가는 뒤늦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모든 불행의 원인은 내면에 있으며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행복이 시작됨을 알게 되었다. 또한,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분리해 보면서, 내면의 치유가 일어나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육십 넘어 비로소 첫 인생을 시작하게 된 작가는 미움으로 일관된 삶이 얼마나 불행하며, 자신의 마음을 알고 미움을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전하고자 이 글을 썼다.



육십 년 미움으로 일관된 삶을 토해낸 자리에

한 점 없을 것 같던 사랑이 있더라, 가득하더라.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주어진 고난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낸 이야기에 찬사를 보낸다. 일종의 성공 방법을 얻는 것인데, 이 책은 육십 년을 미움을 내려놓지 못하고 살았다는 내용이니 ‘오답 노트’에 가깝다. 굴곡진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현대사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여 주던 ‘TV소설’이라는 드라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선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군사독재 시절, 고문으로 악명 높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곳에서 살아남았지만, ‘죽지 못해 사는’ 멍에를 얻는다. 이어지는 작가의 고백들. 작가에게는 부모도, 형제도, 남편도, 자식도, 하물며 돈마저도 미움의 대상이었다. 아버지는 십수 년을 방에 박혀 술만 마시다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평생을 시집살이하며 죽어 지냈다. 형제들이 몇이나 되어도 밥 좀 사 달라 말할 수 없었고, 속이 망망대해 같길 바랐던 남편과의 관계는 살얼음판 위에 있는 듯 조마조마했다. 갑자기 고등학교 자퇴를 선언한 아들은 2년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공부 잘해 명문대를 간 딸은 엄마 때문에 인생 망쳤다며 원망했다.



무엇보다 작가가 미워한 대상은 작가 자신이었다. 사랑할 자격도,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 여기며 자신을 망치듯 살아왔다. 작가의 뿌리 깊은 미움을 들여다보니 제때 드러내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감정들은 원망으로, 때로는 외면으로, 때로는 오해로, 때로는 자기 비하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면의 감정을 외면한 채 ‘생각’만으로 살아오던 작가는 마음공부와 글쓰기로 감정을 직시한다. 그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미움 속에 사랑이 있었으며, 내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과거에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는 것. 미움에 가려져 있었을 뿐.



최근 몇 년, ‘자존감’에 대한 도서가 출판계를 휩쓸고 있다. 자기계발서, 심리학서, 에세이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을 정도다.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자신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추구하고 표현하는 것이 하나의 메가 트렌드가 된 것이다. 여기에 이 책을 하나 슬며시 얹어 놓는다. 미움 하나 붙잡고 산 육십 년 인생이 자존감을 되찾으면서 제 궤도를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작가의 글을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제일 미안하고 부끄러운 것은 평생 ‘나 같은 거’라는 굴레를 씌우고 무엇 하나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나 같은 거’는 절대 사랑받을 자격이 없고, 사랑을 줄 자격은 더욱이 없으니 입 다물고 숨죽이고 눈치나 보면서 없는 듯 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글을 마치며 나에게 참회한다. ‘나 같은 거’에게도 사랑이 있었다. 아니, 사랑 그 자체였다. 미워하든 화를 내든 버리든, 그 마음 아래 거대한 사랑이 있음을 알았다.” - 마치는 글 중에서



? 책 속으로

먼저 손을 내밀지 못했다, 믿을 수 없어서. 믿지 못해 자꾸 안으로 숨어들면서 껍데기는 두꺼워졌고, 급기야 바늘이 돋고 그 바늘이 많아지고 점점 날카로워졌다. 언제부터인가는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누가 스치기만 해도 찌르고 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치 성게처럼. 성게알처럼 바늘 안에 숨어서, 나는 여리디여린 피해자라고 믿고 살았다. -26p



돈이 고마웠던 적이 없다. 아버지는 돈 못 벌어서 방에 갇혀 살았고,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단칸방을 못 면했다. 자수성가하느라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오빠들은 부모 버린 자식이 되었고, 나는 오빠들을 미워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다 돈 때문 아닌가. 나의 불행을 돈 탓으로 여겼다. 돈만 있었다면, 아버지가 돈만 벌었다면, 오빠들이 돈만 주었다면…. 근데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누가 들으면 복에 겨워서 하는 말이라 하겠다. -59p



먹이고 키우고 가르쳐서 독립시키면 부모 노릇을 다하는 것이고, 자식 안 버린 엄마가 되는 길이라 믿었다. “엄마, 나는 고아 같아.” 언젠가 딸이 이런 말을 했을 때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였다. 생각해 보면 나도 부모 형제 멀쩡히 있어도 고아처럼 살았는데. 그건 부모가 무능해서 그랬던 것이고,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버림받고 버린다는 것, 안 버림받고 안 버리는 것. 아직도 내게는 어렵기만 하다.-97p



본 드라마 또 보고, 같은 말 또 하고, 재미없고 목소리만 큰 남자. 남편과 떨어져 있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을 용서하고 있었다. 아니, 용서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라 가정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온 우리 두 사람, 자기에게는 지독히도 인색하게 살아온 똑같은 두 사람. 남편과 내가 이제 서로를 내려놓고 서로를 존중하고 믿으며 같이 또 따로 남은 인생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었다. -143p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만한 게 못 된다. 가슴 가득 미움이 차 있을 때 떠오르는 기억이라곤 불행한 기억뿐이더니, 불행한 기억에 쌓이고 쌓인 미움의 에너지를 하나둘 버릴 때마다 거짓말처럼 행복한 기억이 솟아오른다. 수치스러웠던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무능한 짐덩이였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어머니가 된다. -185p



감정을 표현하고 밀고 당기며 순간순간 자잘한 재미를 느끼며 일상을 산다.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는 곧바로 나를 꺾고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내 주장을 할 때는 당당하게 한다. 남들이 들으면 무엇이 어렵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아직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미움을 내려놓는다는 것, 그것은 자기감정을 솔직히 느끼고, 표현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며, 그래야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음을 알아 가고 있다. 나이 환갑을 넘어 비로소 보통 사람 수준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 꼴을 갖추어 가고 있다. -223p



요즘은 사는 게 재미있다. 행복하다. 살고 싶다. 물론 24시간 내내 그렇지는 않다. 크고 작은 갈등이 있고 속상하고 걱정도 되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내 조건이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다. 내 조건은 그대로이나 조건을 해석하고 느끼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그냥 행복해졌다. -2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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