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야, 그만.”
빈은 목이 잠겨 가까스로 두 마디를 토해냈다.
두 다리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양의 피를 쏟고 있는 연화의 입에서 나온 자신을 향한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깊이를, 그 복잡하고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빈은 강하게 인식했다.
끔찍한 상황, 연화의 칠흑같이 어둡고 심연처럼 깊은 눈빛을 마주하며 그녀에게 다가간 빈은 생활복과 그 안에 입고 있던 반팔 면 티를 다 벗어 연화의 두 다리를 한쪽씩 조심스럽게 지혈했다.
추악한 경험, 변해버린 본질...
변할 수밖에 없는 본질과 변함없는 본질 사이에 숨어있는 인간의 간절한 내면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