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그 쇳물 쓰지 마라

  • 자 :제페토
  • 출판사 :수오서재
  • 출판년 :2018-04-1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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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시인 제페토를 아시나요?

벌써 7년간, 뉴스기사에 시 형식의 댓글을 남겨 수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댓글시인 제페토’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작은 것들의 아픔과 소외된 이들의 고독을 향한 따뜻한 시선



일부러 찾아 읽는 댓글이 있다. '제페토'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에게 사람들은 '댓글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망한 기사에 제페토는〈그 쇳물 쓰지 마라〉는 추모시를 남겼다. 그 시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고 청년의 추모동상을 세우자는 움직임과 함께 이런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댓글 하나의 영향이었다. 글의 힘이었다.

댓글시인 제페토는 이후 꾸준히 시 형식의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그의 시를 캡처해 공유했고 일부러 그의 댓글을 찾아 들어가 읽었다. 그게 벌써 7년, 댓글시는 120여 편이 넘었다.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댓글 세상에서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사유를 아름답고 고통스럽게 풀어냈다.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것들의 아픔과 고독, 소외받은 이들의 상처와 죽음에 집중했다. 댓글로 시작한 그의 글은 한 권의 책, 전례 없는 '댓글시 모음집'이 됐다.

‘제페토’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에게 사람들은 ‘댓글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섭씨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긴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망한 기사에 제페토는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시(弔詩)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남겼다. 그 시는 온라인상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일각에서는 제페토의 시처럼 청년의 추모동상을 세우자는 모금 운동이 일어났고 또 한쪽에서는 이런 억울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의 댓글이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고 움직이고 변화하도록 이끌었다. 글의 힘이었다.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 그 쇳물은 쓰지 마라. //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 바늘도 만들지 마라. //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 그 쇳물 쓰지 말고 /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 정성으로 다듬어 / 정문 앞에 세워주게. // 가끔 엄마 찾아와 /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전문



댓글시인 제페토는 이후에도 꾸준히 시 형식의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그의 시를 캡처해 공유했고 일부러 그의 댓글을 찾아 들어가 읽었다. 그게 벌써 7년, 댓글시는 120여 편이 넘었다.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댓글 세상에서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사유를 아름답고 고통스럽게 풀어냈다. 댓글로 시작한 그의 글은 한 권의 책, 전례 없는 ‘댓글시 모음집’ 《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 펴냄)가 되었다.



지난 글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동안 우리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건물 외벽을 청소하던 중년 가장이 추락사하였는가 하면, 무명 시나리오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으며,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과, 아이에게 먹일 체리를 훔쳤다가 체포된 가난한 엄마와, 구제역 파동 속에 무참히 생매장당한 가축들의 비명과, 임금을 체불당한 일용직 노동자의 무력한 고공 시위와, 그처럼 홀대받는 노동자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하늘로 돌아간 열사의 모친과, 배웅 없이 떠난 고독사와, 배가 가라앉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알 수 없는 300여 명의 죽음과…. 아, 그해 봄에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랑을 잃었다.

어디 그뿐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산한 삶과, 모래늪 같은 저임금의 수렁과, 저녁을 용납지 않는 노동시간과, 그 틈바구니에 버려지고 잊힌 아이들의 탈선과,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끝내 대물림되고 만 가난과, 그 와중에도 부를 독점한 이들의 끝 모를 횡포와, 아마도 우리를 미치게 할 요량으로 화려한 대저택을 앞다투어 자랑하는 스타들과,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이슈가 얄팍한 이슈에 잡아먹히는 아이러니 속에서 매일 아침 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하는 일은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여는 일 같았고,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흡사 아수라장의 중심부처럼 느껴졌다.

_서문 중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것들의 아픔과 고독, 소외받은 이들의 상처와 죽음에 집중한 제페토. 하지만 희망의 신호를 외면하진 않았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꽃 소식과 가뭄을 끝내는 비 소식, 불편한 몸으로 힘들여 일군 소금을 이웃에게 베푼 염전의 성자와,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사지로 들어간 소방관들에 관한 보도를 보며 다시 살아갈 명분과 희망을 확인했다. 그의 표현대로 ‘풍선을 위로하는 바늘의 손길처럼,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처럼’ 세상을 바라봤다. 거친 나무를 깎아 피노키오를 만든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그는 한결같은 감성으로 모난 세상을 깎아 시로 만들어낸 것이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다시 보고 싶어 한 그의 글

우리의 상처받고 얼어붙은 마음을 위로하는 그의 첫 번째 시집!

“지금은 그저 말 못 하는 짐승처럼 우리가, 우리를 위해 울어야 할 시간”



제페토의 댓글에는 항상 또 다른 댓글이 달린다. “댓글 읽고 울어본 건 처음입니다.” “댓글 보러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퍽퍽할 때마다 검색해서 제페토 님 시 읽습니다.” 등 그의 댓글은 ‘일부러 찾아 읽는 댓글’이다. 표제작 댓글인 〈그 쇳물 쓰지 마라〉에는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5년 전에 기사로 봤다가 오늘 갑자기 떠올라 다녀갑니다. 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변한 게 없네요.” “몇 년째 보는 시지만 정말 먹먹합니다.” 등 시간이 지나 다시 찾아오는 이들의 댓글도 눈에 띈다.

그의 글을 ‘시’라고 말한 것도 누리꾼들이었고 그를 ‘댓글시인’이라 칭한 것도 누리꾼들이었다. 하지만 ‘시인’이라는 호칭은 단지 글의 형태로 인해 붙여진 것은 아니다. 그의 글이 우리 마음에 가 닿아 울리고 때로는 가슴 무너지게, 때로는 얼어붙은 감정을 회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날씨, 주식 상한가, 사건사고, 연예인 기사 등 어제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소란스럽고 끔찍하여 무심하게 훑어버리는 세상의 소식을 그는 세밀한 시인의 감성으로 처음 보듯 놀라워하고 다시 못 볼 듯 애절하게 표현했다.

이 책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쓰인 그의 댓글시와 개인 블로그에 올린 시들로 엮었다. 그는 평범한 누리꾼으로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꾸준히 댓글시를 쓰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만 자신의 이름이나 직업 등을 밝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는 인터넷 뉴스기사에 댓글을 달고 있으며 블로그에서도 활동 중이다.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그는 블로그에 ‘부디 살아갈 날들이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올 때까지 조금 더 안달하고 조금 더 악을 쓰면서요’라고 심경을 남겼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세상의 쏟아지는 비극에 더 감정의 날을 세우는 제페토의 시는 무의미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6. 책 속에서





[당진서 20대 철강업체 직원 용광로에 빠져 숨져]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90대 할머니, 키스 왜 안 해줘 ‘총기 난사’]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눈이 오네]



내린다는 말보다

온다는 말이 좋다



너도 눈처럼

마냥 오기만 하여라





[별 헤는 밤]



별을 찾는 소년아

너의 어리석은 등불을 꺼라



이제 별이 환하다





[“명절이 지나고 다니는 학원 수가 더 늘었어요”]



우리 반 십육 번

박정호가 죽었네

영어학원 건너려다

뺑소니를 당했네



레커차 달려오고

경찰차 달려오고

사이렌 요란한데

그 애의 텅 빈 눈은



먼 하늘만 보았네

박정호가 죽었어요

훌쩍대는 전화에

울 엄마는 그 아이

몇 등이냐 물었네





[도축 직전의 소·돼지 “제발 기절하게 해주세요”]



칼에 베이고도

더는 딱지 지지 않는 생살 몇 덩이가

치지직, 불판 위에서 탔다

이모님과 유통업자는 이문을 남겼고

도축업자와 옛 주인도 이문을 남겼다

우리 또한 삶의 노고에 대한 얼마간의 보상을

(엉뚱하게도)

너에게 청구하기로 했다



회식의 취지대로

웃고 떠들며 회포를 푸는 동안

문득 너도

도축장으로 실려 가던 그저께

고속도로 트럭 밖의 생경한 외계 풍경을

기왕에 소풍 삼아 즐겼기를 바랐으나

사실 우리는 그런 식의 소풍을 떠나지 않는다



미안하다만 우리는 돈을 치렀고

이모님은 이문을 남겼고

오롯이 너만 당했다





[‘아이에게 체리 맛 보여주고 싶어’ 체리 훔친 엄마 입건]



아버지 때처럼

오늘도 더웠습니다

물려주신 가난은 넉넉했고요



체리를 훔쳤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을 읍소해보고도 싶지만

나라님은 알 바 아닐 테고

가난에 관해서는

얘기 끝났다 하실 테죠



나라를 훔친 분들이

압수수색과 상관없이

비밀창고에서 예술을 논하는 동안에도

그깟 작은 열매나 탐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돌아가 아이들에게

벼슬 같은 가난을

세습해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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