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윤은 그의 언문 글씨체를 보고 감탄했다.
한자 필체 좋은 사람은 여럿 봤으나 언문 필체가 저리 아름답고 곧게 뻗은 글씨체는 처음이었다.
그의 수려한 눈빛과 용모, 선풍도골의 풍채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와 처음 마주쳤을 때 천 대감을 부르지 않고 자신의 할 바를 이루며
또 비밀공간을 공유해 주는 그의 유연한 판단력을 높이 산다.
그러나 그의 상스러운 말 한마디는 이 모든 것을 갉아먹고 있으니, 신언서판에 딱 하나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언.’
조선 후기 신약군강 환국의 숙종 치하,
생명의 존엄과 모든 약자를 위해 존재한 조직 검계 불새(화조)의 수장자리에 등극한 자의 운명과 사랑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