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 자 :김유석
  • 출판사 :틈새책방
  • 출판년 :2017-10-2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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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라는 창을 통해 읽는 세계사 입문서

출판사 틈새책방의 신간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콩이와 함께하는 35개국 역사 여행》은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국가의 형성 과정을 국기라는 창을 통해 보여줍니다.

국기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볼 때 처음으로 마주치는 상징입니다. 이 상징은 우연히 생긴 게 아닙니다. 국가의 뿌리와 정체성을 담아 공동체의 구성원이 길이 공유할 수 있는, 국가의 근간입니다. 따라서 이 상징을 읽어낸다면, 그 나라의 역사와 정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창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국기에는 단순히 복잡한 역사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각종 신화나 흥미로운 영웅담이 함축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상징을 통해 단합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신화나 영웅담이 ‘역사’가 되어 지금도 이어지는 상징물이 바로 국기인 것입니다.



크로아티아 국기에는 왜 체크무늬가 들어가 있을까?

크로아티아 국기에는 체크무늬가 국장(國章: 한 나라를 상징하는 공식적인 표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체크무늬는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에도 들어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크로아티아는 왜 체크무늬를 국기에 넣었을까요? 여기에는 크로아티아의 영웅담이 얽혀 있습니다.









10세기 말 베네치아 총독 피에트로 오르세올로 2세(Pietro II Orseolo)는 아드리아해의 제해권을 두고 바다 건너 크로아티아와 격돌하게 됩니다. 강력한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는 크로아티아 국왕 스테판 드르지슬라프(Stjepan Dr?slav)를 포로로 잡게 돼죠.

그런데 베네치아 총독 피에트로는 크로아티아 국왕 스테판에게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체스 실력이 출중했던 스테판에게 체스로 이기면 풀어주겠다는 제안이었죠. 스테판으로서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결국 피에트로는 스테판에게 세 판을 내리 지고 맙니다. 결국 스테판 왕은 풀려났고, 베네치아에 대한 항전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이렇게 ‘체스로 나라를 구한’ 스테판 왕을 기리기 위해 국기에 체크무늬를 넣고 그 정신을 기리는 것입니다.

300장의 ‘콩이’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역사 여행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그 이유는 일러스트 때문입니다. 텍스트 옆에 붙는 장식이 아닌, 텍스트를 설명할 수 있는 작가를 찾아 300여 장에 이르는 일러스트를 그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 작가 김혜련은 만 2년간 이 작업을 하며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러스트로 이 책을 가득 채웠습니다. ‘콩이’는 김혜련 작가의 분신이자 길잡이로서 역사 여행을 함께하는 독자들의 동반자입니다.





익숙한 국기로 생소한 세계사의 허들을 낮추다

세계사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모든 것이 낯설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사건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기도 벅찬데 이름과 지명마저 생소하다 보니, 공부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고유명사만 외우다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 시장에서 한국사에 비해 세계사 분야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독자들이 세계사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계사에 흥미를 가지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높아서입니다.

이런 허들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콘텐츠가 국기입니다. 국기는 독자들이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상징입니다. 뉴스를 보거나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보거나 여행을 갈 때 국기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국기만큼은 익숙합니다. 이렇게 익숙한 국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됩니다. 여기에 텍스트보다 직관적인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독자들이 훨씬 편하게 이해하고 세계사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는 입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폭의 국기에 담긴 방대한 역사

국기 한 폭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한 장의 국기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인 국기를 정하는데 대충 만들 나라는 없습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민족, 정체성을 함축한 상징이 국기이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 국기에는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가 새겨져 있습니다. 포르투갈이 뛰어난 천문관측기술을 바탕으로 항해술을 발달시켜 대항해시대의 지배자가 됐음을 의미하는 상징입니다. 옆 나라 스페인 국기에는 석류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1492년 재정복운동(레콘키스타)을 끝냈을 때 마지막을 정복한 도시가 그라나다이고,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석류를 의미합니다.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는 왜 유니언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영국 식민지가 된 캐나다의 역사와 미국독립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한 장의 그림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고, 그 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국기를 공부하는 것은 그 나라의 근간을 알아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국기는 연결되어 있다

국기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독자적인 상징이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비슷한 국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아프리카 대륙 서안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라는 나라의 국기는 거의 흡사합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이 전 AC 밀란 소속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조지 웨아일 정도로 생소한 나라 라이베리아는 미국의 해방 노예가 이주해서 만든 나라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프랑스와 비슷한 모양의 삼색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의 영향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녹색, 노란색, 빨간색의 세 가지 색깔을 바탕으로 국기를 만든 이유는 아프리카 독립의 상징, 에티오피아의 영향 때문입니다. 국기를 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연관성과 규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관성을 이해하게 되면 세계의 역사가 고립된 것이 아닌 연관되어 있고, 함께 발전해왔음을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인터뷰 #1. 김유석



국내에서 역사 전공자가 대중 역사서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논문 생산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학계 분위기가 큰 원인인데, 이 때문에 대중들 입장에서는 지적인 욕구가 충분히 해소되는 역사서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역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중 역사서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작가 김유석의 존재는 반갑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하는 그는 연구자로서의 엄밀함과 대중의 입맛을 동시에 장착하고 있는, 주목할만한 역사 저술가다.

이번에 그가 독자들에게 선물처럼 들고 나온 세 번째 역사서는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세계사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늘 무릎을 꿇어야 했던 역사 마니아들에게 색다른 세계사 접근법을 제안했다. 그에게 집필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학생이든, 사회인이든 역사는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엇’입니다. 특히 세계사가 그런데요. 방대한 역사적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다가, 외워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이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기’를 소재로 세계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합니다. ‘국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국기'를 소재로 삼게 된 것은 우연히 〈빅이슈〉에 재능 기부를 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축구 팀 특집으로 축구와 관련된 글을 요청 받았었는데, 특집 자체가 취소가 되면서 어떤 소재든 상관없으니 글을 써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준비했던 것이 스페인 축구 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왜 붉은색 옷을 입는지, 왜 가슴에 국기와 다른 문장을 넣게 되었는지 등을 조사했었지요. 그 자료들이 아까워 활용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빅이슈〉에 처음 게재한 글이 스페인 국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의 첫 편이 스페인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당시 일러스트레이터 안지선 님께서 너무나도 예쁜 캐릭터와 그림으로 스페인 국기에 대한 글을 꾸며주셨어요. 저는 캐릭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그 글이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빅이슈〉 담당자님께서 국기를 주제로 연재 만화를 그리면 좋겠다고 제안을 주셨고, 안지선 님과 저는 재능 기부라는 점이 좋아서 거의 1년 동안을 연재했지요.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는 처음에 그렇게 구상되었던 것이지요.

사실 ‘국기’가 국가의 상징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국가를 상징하는 만큼, 국기는 대충 만들어지는 법이 없어요. 탄생할 때부터이든, 아니면 나중에든 국기는 그 안에 그 국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고, 하나도 동일한 게 없습니다. 게다가 국기는 그 국가가 형성되면서 국민들이 잊지 말아야할 의미라든가, 다른 나라의 국민들이 알았으면 하는 점, 혹은 그들의 고유한 역사 등을 포함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글이 아니라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결국 수많은 나라들을 이해하는데 '국기'는 아주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Q.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를 읽는 독자들이 머릿속에 염두에 두면서 읽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또, 누구에게 이 책이 효용성이 있을까요?



A. 국기를 소재로 삼은 책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웠던 점은 국기가 그저 외워야할 대상으로 치부되어 있단 점이었어요. 프랑스 국기는 푸른색, 흰색, 붉은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한다고 익히 배워 알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빠진 점은 '왜?'라는 물음입니다. 대체 왜 푸른색은 자유고, 왜 흰색은 평등을 의미합니까? 그냥 그런 거라고 이해해버리는 거죠. 더 묻는 것을 포기하고 말입니다. 이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국기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우리’와 ‘다른 나라’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지리적인 위치, 인적 구성 혹은 경제적 규모가 아니라, 국기를 보고 학생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제가 염두에 둔 이 책의 타깃 독자층입니다. 왜 국기를 이렇게 그렸는지를 묻고 탐구하는 학생들을 상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아마도 많은 전설과 신화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특히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어온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들이 갖고 있는 예술 작품이나 건축물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지요. 따라서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읽으시면 특히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현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정서를 공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여행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 대화의 시작이자 오해를 만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Q. 53개국의 국기가 등장하고, 자세히 설명되는 국가만 35개국입니다.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은데요. 소재를 구하는 것부터 집필하는 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A. 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한국인이고 따라서 한국어 외에는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영어로 된 자료를 구하는 것까진 괜찮았습니다. 독어나 스페인어도 사전을 들고 읽을 수는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포르투갈과 브라질 같은 국가에 대한 자료를 읽을 때는 힘들었습니다. 포르투갈어는 전혀 모르니 아예 접근이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스리랑카 같은 경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어려움을 겪었어요. 게다가 요즘은 구글,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정보들을 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전공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정보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정치적인 편견이 담겨있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항상 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최대한 원사료 혹은 최소한 원사료를 다루는 2차 사료를 찾아서 확인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쓰는 과정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제가 많은 공부를 하면서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역사를 전공했지만, 미국, 중남미 그리고 유럽의 일부 국가를 조금 더 많이 공부했을 뿐 세계를 아우를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국기들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들을 해석하고, 숨겨진 전설이나 신화 혹은 건국 설화 등을 탐구하면서 ‘국기’라는 소재가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Q. 한국에서 역사를 소비하는 계층은 대부분 한국사에 관심을 갖습니다. 특히 요즘은 시대 상황 때문인지 한국사에 더욱 눈길을 두는 것 같습니다. 세계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국의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자국만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최근의 경제 상황과 동떨어진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네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여유가 있다면 우리의 시야는 넓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급여 수준도 충분치 못하고, 사회의 복지 시스템은 나를 지켜주지도 못할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선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오히려 지금 안 좋은 상황을 쉽게 다른 이들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합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나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중심주의적인 경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증언하고 있습니다. 자국중심주의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요. 두 번의 세계대전은 왜 일어났습니까? 왜 여전히 종교를 빙자한 수많은 테러들이 일어나나요? 그 모든 폭력과 고통 속에서 우리가 100퍼센트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러한 모든 것들은 현실이고,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인 것은 다른 국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사 공부는 필요합니다.





Q. 연세대학교에서 서양사 석사학위를 획득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역사 칼럼을 연재했고, 세 번째 저서를 내놓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계속 역사를 공부하나요?



A. 여행이 동시대에 존재하는 나와 다른 곳을 방문하는 것이라면, 역사는 나와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나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어떤 면에서 역사는 여행과 동일합니다. 여행을 가면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듯이,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흥미로운 일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역사가 너무 매력이 있습니다. ‘자유’, ‘평등’, ‘민주주의’ 같은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즉시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도 않을 가치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싸웠던 사람들의 삶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너무 매력 있지 않나요? 물론 끔찍한 범죄도 저지르고 크고 작은 전쟁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변해간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들, 그리고 그 덕택에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을 살고 있는 저로서는 역사 공부가 너무 재미있네요.





Q. 일반적인 역사 전공자들의 저술에 비해 글이 쉬운 편입니다. 전공자들은 특성상 글을 쉽게 쓰기 쉽지 않은데, 이런 대중적인 글쓰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이 생각하는 대중적인 글쓰기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이번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글이 이전의 책들보다 훨씬 쉽지요. 하지만 이번 책이 저는 가장 쓰기 어려웠고, 힘들었다고 얘기합니다. 역사 전공자들은 다소 긴 시각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철수가 영희를 때린 사건이 있습니다. 그럼 누군가는 이 사건은 철수가 나쁜 놈이라고 얘기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영희가 철수한테 심한 욕을 했다. 그래서 철수가 분을 참지 못하고 영희를 때렸다고요. 그 사람은 영희가 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제 철수가 영희의 동생인 광수를 괴롭혔다. 그래서 영희가 다음날 철수에게 심한 욕을 한 거라고. 이렇게 시각에 따라서 하나의 사건은 다르게 표현되고 기록됩니다. 어떤 시각에서 쓰느냐가 결국 그 사건을 기록하는 역사 전공자들의 성향을 드러내지요. 역사 전공자들은 되도록이면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사실 모든 사건들이 하나의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사 전공자들의 글은 길고 난해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은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좋은 문체를 가진 것도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만, 모바일 세대에 적합한 글쓰기란, 되도록 호흡이 짧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 지도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건데, 소리를 내어서 읽어보았을 때 부드럽게 읽힌다면, 그 글은 쉽게 잘 써진 글이라고 합니다. 저는 철저하게 그 방법을 따랐습니다. 소리를 내어 읽고 또 읽어보면서 글을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은 출판사의 편집자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Q. 책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그림을 넣는 걸 고집해서 결국 김혜련 작가와 책을 함께 내게 됐습니다. 왜 그림을 고집했나요?



A. 무엇보다도 주제가 눈에 확 띄는 ‘국기’에 관한 것입니다. 국기에 새겨진 그림들, 문장들, 상징들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었지요.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이미지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은 글보다 빠른 전달력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크로아티아 국기의 문장에 담겨진 체크무늬를 설명한다면, 글로는 5~6문장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그림은 하나의 그림으로 전달이 가능해요. 체크무늬라는 단어도 아마 독자에게 수많은 다른 생김새의 체크무늬를 떠오르게 만들 겁니다. 버버리 체크도 있고, 타탄 체크도 있지요. 하지만 그림은 단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체스 문양의 문장을 그리는 것 하나로 모든 문장을 대체하죠. 요즘과 같이 미디어의 종류가 풍부한 시대에, 의미를 전달하는 미디엄이 반드시 글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이든 동영상이든 가장 효과적인 것이 최고이지요.

그림 작가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림을 당연히 잘 그려야 했지만, 무엇보다 내용을 이해해야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가장 자세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지금 김혜련 작가님일지도 모릅니다. 꼼꼼하게 글을 읽고 이해하고, 모르는 부분은 저에게 물어보시면서 서로 매주 미팅을 하며 내용과 그림을 맞춰갔습니다. 게다가 김혜련 작가님의 분신과도 같은 ‘콩’이 캐릭터를 사용하여, 내용을 표현하시는데,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놓치는 부분들까지도 이해를 구하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를 스케치를 해주시는데 깜짝 놀랐지요. 김혜련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어서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이 책의 반응이 좋으면, 콩이 캐릭터를 이용해서 또 다른 주제의 책을 또 기획하고 싶네요. 물론 김혜련 작가님은 혀를 내두르실 수도 있겠네요(웃음).



Q. 다음 책도 기대가 되는데요. 저술 계획이 있다면?

사실 이미 집필 중인 게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경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글을 통해 왜 경매로 판매되는 예술품들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지를 매우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아마도 빠르다면 올해 말 혹은 내년에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이상은 영업상 비밀입니다(웃음).







작가 인터뷰 #2. 김혜련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콩이’라는 캐릭터다. ‘딱딱한 역사서’를 ‘말랑말랑한 역사서’로 바꿔준 일등 공신이다.

그림 작가 김혜련은 이 작업을 위해 만 2년의 시간 동안 공을 들였다. 작가이자 첫 번째 독자로서 텍스트 분석, 이해, 재구성을 하며, 텍스트의 이해도를 한껏 높였다. 저자인 김유석이 다시 한 번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림 작가 김혜련의 분투기를 소개한다.





Q.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greenut'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혜련입니다.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에 그림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다양한 디자인,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에는 프로덕트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과는 다른 작업을 많이 했었지만, 휴학 중에 우연히 다가온 기회로 제 작업의 큰 흐름을 바꾸게 되었고 그 흐름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든 창작자가 즐거워야 그 작업을 보는 사람도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제 그림을 보시는 분들과 그림 안에 녹아있는 느린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전에 작업한 저서로는 컬러링북 《어떤 하루를 그리다》가 있으며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채널에 그림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Q.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에 그림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출판사의 제안을 받으셨겠지만, 수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작업 제안을 받았던 시점은 스물여섯, 대학을 졸업한 후로 몇 개월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 당시 제 작업의 흐름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며 방황하고 있었는데요. 출판사 측에서 제 작업을 좋게 봐 주시고, 멋진 제안을 해주신 덕분에 그림 작가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 제안을 수락하게 된 배경에는 우선 제가 평소 작업에서 자주 활용하는 제 캐릭터인 '콩이'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가장 컸고요. 또, 자칫 딱딱하고 어렵게만 보일 수 있는 역사라는 소재를 제 그림으로 조금 더 친근하고, 부드럽게 전달하게 된다면 정말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이번 작업이 진행되는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요. 이 책의 작업을 위해 얼마나 공부를 하신 건가요?



A. 실제로 작업 제안을 받은 후,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데 과연 이 작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책 안에 있는 '작가의 말' 내용에도 쓴 내용이지만, 작업 진행을 결정하기 전에는 '내가 이 책의 작가이자 독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세계사에 대해 공부를 해볼까 하고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더라고요. 공부의 방향이나 방법을 찾기도 어려웠고요. 결국 따로 시간을 들여 역사 공부를 하지 못한 채로 이 책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래서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이 책의 작업을 위해 따로 공부를 한 것보다는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공부하게 된 것들이 더 많습니다. 그림 작업을 위해 글 내용을 읽어보며 중간 중간에 잘 모르는 이야기가 나왔거나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할 때면 수시로 여러 매체를 찾아보곤 했으니까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중간 중간 자료를 찾고,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더 의미있는 작업이기도 했죠.





Q.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는 내용도 흥미롭지만, ‘콩이’라는 캐릭터가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입니다. 특히 ‘딱딱한 역사’를 ‘말랑말랑한 역사’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콩이’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A. 제 캐릭터 '콩이'는 대학교 재학 중에 과제를 하다 만들게 된 캐릭터입니다. 당시에 작업하던 과제의 주제는 자신을 브랜드화 하여 로고와 명함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는데, 그때 제 필명인 'greenut'을 지으면서 함께 만든 캐릭터였죠.

필명 'greenut'은 제가 좋아하는 식물의 ‘초록빛(green)’과 키가 작아 어렸을 적에 생긴 별명 ‘땅콩(peanut)’을 합쳐서 만든 단어인데요. 이 'greenut, 초록땅콩'이라는 단어를 모티브로 그리게 된 것이 바로 제 캐릭터 '콩이'입니다. 캐릭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이름을 뭘로 부를지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냥 greenut이나 초록땅콩으로 부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제 캐릭터 그림을 본 주변 친구들이 '콩이'라고 불러주면서 캐릭터 이름을 '콩이'라고 확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콩이'를 그릴 때에는 종종 제 이상향을 그려 넣기도 하지만, 보통은 제 자신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투영하여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콩이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콩이에게 위로를 해주기도 하죠. 실제로도 콩이와 저는 많이 닮아서 콩이를 그릴 때면 참 즐겁습니다(웃음).





Q. 이 책의 첫 번 째 독자로서, 어느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나요? 또는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가 있다면?



A. 처음 작업 의뢰를 받고, 그림을 구상하기 위해 원고 내용을 읽어볼 때 흥미로웠던 부분은 많이 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국기가 세계사를 설명하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을 작업하던 중 한 번은 어딘가에서 여러 나라의 국기가 모여 있는 것을 보게 된 적이 있는데요.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국기가 반가워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여러 나라의 국기를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그래, 이 나라 국기 그림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지', '맞아, 저 나라 국기 색상은 이렇게 만들어진 거였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참 혼자 길에 서서 국기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새삼스레 신기했습니다.

어렸을 때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고, 역사 과목에 흥미를 크게 느껴왔지만, 평소에 '국기'라는 것에 큰 관심을 두거나 국기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적게나마 알고 있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단편적인 이야기들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지나가다 우연히 국기를 발견하고 그것에서 그 안에 담긴 역사 내용을 떠올리게 된 것이 내심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작업 초반에는 작가가 되는 동시에 독자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마음 속 어딘가에 부담감이 항상 존재했는데, 그것을 상당 부분 덜어낸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모든 작업이 마무리 된 지금, 한참 콩이 그림을 그리던 때를 다시 돌이켜보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았지만, 작가로서, 또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서도 이 즐거움을 함께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혹시 앞으로 이런 책을 계속 내실 생각이 있나요?



A.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제가 한 작업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번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작업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여러 자료를 찾고 그것을 저만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로 비슷한 기회가 또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좋은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 번 참여해보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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