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
○○은행 사무원 ○씨는 남에게 자기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길 좀 비켜주.”
“이게 노형의 길이오?”
○씨는 첫마디로 성을 냅니다. 그러므로 그의 친구들도 ○씨를 대단히 무서워하여 할 수 있는 대로 멀리하려 하였습니다.
이 남한테 지기 싫어하고 교만한 ○씨가 이즈음 한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외다. ○씨가 매일 ○○은행으로 다닐 때에 그의 맞은편에서 오는(매일 만나게 되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 보기 싫어서외 다. 그 ‘어떤 사람’은 코를 잔뜩 하늘로 쳐들고 ‘이 세상에 나밖에 사람 이 어디 있어’ 하는 듯이 뚜거덕 뚜거덕 걸어옵니다. ○씨는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늘 목이 저절로 어깨로 수그러들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자식!”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씨는 스스로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분한 마음은 삭지를 않았습니다.
- 김동인 작품세계 -
1920~30년대, 간결하고 현대적 문체로 문장혁신에 공헌한 소설가이다. 최초의 문학동인지《창조》를 발간하였다. 사실주의적 수법을 사용하였고,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문학 운동을 벌였다. 주요 작품은《배따라기》,《감자》,《광염 소나타》,《발가락이 닮았다》,《광화사》등이다.
◈ 부록에 (고사성어 사자성어 모음집 1 - ㄱ ㄴ ㄷ 순으로)를 수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