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그 후

여성혐오, 그 후

  • 자 :이현재
  • 출판사 :들녘
  • 출판년 :2016-12-2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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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이후, 우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의 출현. 잡것들의 소리는‘번역’가능한가?

비체들의 ‘소리’를 사회적 ‘언어/말’로 번역하기 위한

어느 여성철학자의 끈질긴 사유!

여성혐오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전면적인 이슈이자 헤드라인이다. 온라인 안팎에서는 다양한 여성들이 서로 다른 정치적 이슈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페미니즘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여성시대, 메갈리아, 워마드 등 여초 카페들이 온라인에서 보여준 강력한 감정적 결속과 오프라인에서 발휘한 뛰어난 정치력 덕분에 우리는 여성억압, 성적 대상화, 성폭력 등 여성혐오와 직결된 위계적 젠더 관계를 문제 삼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쏟아진 여성혐오에 대한 분석들과 비판적 논의 이후, 소위 '포스트 메갈' 시대에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고민하고자 한다. 여성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이현재는 새롭게 부상하는 페미니즘의 흐름을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페미니즘 언어를 다시 점검하고 수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여성혐오 담론 자체를 성찰적으로 되돌아보는 가운데 이를 정교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 부상한 페미니즘의 흐름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때때로 머뭇거림과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임을 고백한다. 그녀는 지금의 페미니즘이 어떤 문제에 당면할 수 있는지 설명하며 이러한 곤경을 빠져나가면서도, 여성혐오에 대해 비판하고 내부의 차이를 넘어서서 연대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저자는 ‘비체(卑/非體, abject)’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여성 주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계를 넘나들고 기존의 질서로 파악되지 않는 비체라는 새로운 언어는 타자를 상정해야만 정립될 수 있었던 ‘주체’의 허점을 피하면서도 행위자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또한 우리에게는 미러링이 가진 정치적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공격성’을 반복하지 않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는 여기서 ‘공감(co-feeling)’이라는 윤리적 태도를 제안한다. 동정심, 동감, 수치심을 넘어선 공감은 타자의 고통에 내가 기꺼이 참여하고 상호감응을 통해 나의 감정구조, 자아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이미 곳곳에서 진화하고 있는 20, 30대 여성들을 발견한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나는_페미니스트이다’와 같은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 여성의 생존권을 이야기하며, 동성애자들의 차별금지 조항을 담은 서울시 인권헌장 선포가 좌절되었을 때, 페이스북을 통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다. 이는 분명 혐오나 동정심 등을 넘어서 비체들과 공감하는 가운데 비체들의 경험에 참여하고 상호감응하려는 시도였다. 저자는 이런 크고 작은 우발적 결합들을 필연적인 연대로 만들기 위해 이론적 탐구를 시작하고자 한다. 페미니스트들의 소란스러운 ‘연대’와 ‘접속’은 이제 시작이다.



페미니즘의 역사는 다름 아닌‘비체’의 역사

대상(object)에서 비체(abject)로,

낯선 단어에서 길어 올린 해방과 연대의 가능성



저자는 새롭게 부상한 페미니즘 주체들을 ‘비체’로 호명한다. 비체(abject)가 대상(object)이 ‘아닌(a-)’ 이유는 모든 규정성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비체(卑/非體, abject)’는 콧물, 침, 분비물과 같은 오염물이라는 뜻의 동음이의어인 비체(鼻涕)처럼 액체성을 지닌, 흐르는 것으로서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하고 더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의 언어와 질서로 파악되지 않은, ‘알 수 없는’ 존재인 비체는 공포스러운 동시에 혐오의 대상이 된다. 몸/육체성으로 대변되는 여성은 언제나 오염되기 쉬운 존재, 공동체의 동질성을 위협하는 대상이었다. 저자는 새롭게 부상한 여성들을 비체로 이해하면서 순수성과 완결성으로 ‘무장한’ 자신의 이념에 스스로 갇혀 있었음을 깨닫고,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커다란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다. 그녀들은 전통적 젠더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착한 타자가 아니며,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다. 경계를 지키려는 남성들에게 이 여성들은 그야말로 ‘잡년’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들의 연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페미니즘들이 모두 비체들의 행위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적어도 페미니즘이 여성 비체들의 실천에 빚지고 있음에 동의할 때, 소란스러운 연대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비로소 페미니스트들은 새롭게 등장한 비체들이 어떻게 경계 넘기를 하는지 볼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 어떤 전략이 유효한지 논의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 질서의 변화와

여성혐오라는 정서적 퇴행

불법음란 동영상을 유포했던 소라넷이나 여성혐오적 표현을 대방출했던 일베의 등장은 새롭게 부상하는 여성 비체들에 대해 남성들이 어떤 감정적 반발을 보이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국내외 많은 학자들이 분석하듯 신자유주의가 세계의 경제 질서로 자리매김하면서 경제적 재분배 운동에 대한 불신과 경제적 위기감이 뒤섞여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 번졌다. 신자유주의 도시 노동은 자기경영, 자기계발과 같은 노동에 자기실현의 의미가 결합하여 노동자 스스로가 기업가 정신을 체득하길 강제한다. 경제적 토대나 여건을 구축하지 않고 개인의 노력과 자기계발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자유주의의 명령 속에서 자아는 ‘스스로’ 소진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의 낙오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자아성취의 실패이며 개인의 죽음이다. 이러한 공포감은 자신의 우월성을 위협하는 여성들을 공격하고 혐오하게 한다.

만약 어떤 남성이 겉으로는 남녀평등을 외치면서도 여성을 위한 물질적인 토대와 사회적 제도를 구축하는 데는 무관심하거나 혹은 그것이 역차별이라 주장한다면, 다른 여성혐오 집단의 남성들과 다를 바가 없다. 저자는 젠더를 둘러싼 문화적 인정투쟁이 제도적, 물질적 기반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동정심, 동감을 넘어 공감의 윤리로

과거에는 우리의 동질성을 확인시켜주는 공동체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가 파괴되고 나는 개별화된 인간으로서 도시적 삶의 한가운데 내던져진다. 우리는 도시 한가운데서 동성애차별을 반대하며 흩날리는 무지개 깃발이나 속옷 차림으로 활보하는 잡년들, 혹은 붉은 생리혈 자국이 선명한 생리대를 발견한다.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질적이고 생경한 문화적 타자, 혹은 급진적인 타자성은 예기치 못한 상처, 혐오, 분노를 만들어낸다. 만약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되기 힘든 비체라서 서로에 대한 인식보다 혐오나 분노에 대한 감정이 앞선다면, 나와 타자 혹은 비체들 간의 소통과 연대는 불가능한 것인가?

저자는 동정심, 수치심, 동감을 넘어서 ‘공감(co-feeling)’이라는 윤리 형식을 소환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삶의 판단하거나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참여하는 태도이다. 기꺼이 나의 경계를 부수고 타인의 경험에 뛰어듦으로써 나의 인식적, 경험적 자아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나를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비체들의 소통이자 연대일 것이다. 이런 ‘공감적 마주침’은 다시 도시적 조건에서 가능해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가상공간이나 혹은 물리적인 도시 한복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여기서 도시는 단순히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장소인 것만이 아니라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 즉 비체들을 공감적 연대로 묶는 정치적 마주침의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공감은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정서적 관계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까지 서로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이 퍽퍽한 혐오의 시대에, 이 조심스러운 여성철학자의 사유가 감동적인 것은, 현실의 장벽을 자신의 온몸으로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써 넘어서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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