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비와 호롱

불나비와 호롱

  • 자 :최정원
  • 출판사 :초록인
  • 출판년 :2016-11-2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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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은 소녀에게 선물로 오던 날을 잊지 못했다. 소녀는 호롱을 곁에 두고 너무나 다정하게 아껴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소녀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다. 늘 소녀를 기다리던 외로운 호롱에게 어느 날 밤 나비가 날아들었다. 호롱은 나비가 반가웠지만 불꽃으로 날아들면 나비가 상처를 입기에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나비는 세상 모든 꽃들의 향기에 지쳐있어, 스스로 빛을 내는 불꽃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호롱이 슬피 우는데도 나비는 호롱의 가슴에서 타는 불꽃으로 날아와 앉았고 곧 꽃잎처럼 활활 타올랐다. 다음날 나비의 날개가 타면서 묻은 검은 그을음을 보자 소녀는 "내가 왜 이렇게 더럽고 초라한 걸 좋아했었지?"하면서 호롱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호롱은 비록 소녀에게 버림받고 몸은 그을음으로 얼룩졌지만 그동안 텅 비어 있던 가슴에서 파닥파닥 뛰는 나비의 심장을 느끼며 행복감에 젖었다.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들 말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것이 서로의 결점도 받아들이게 하고 설레고 그리워하는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생물학적으로 풀이한 사랑이 과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면서 찾아 헤매는 대상과 같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게 만드는 것이 이 동화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이성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생물학적인 사랑의 정의처럼 호르몬의 작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단어는 과학자들이 만든 말이 아니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그리고 그런 학문적 결과만으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많은 의미를 사랑이라는 말 속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랑’이라는 말이 포함한 많은 의미들을 선명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이 동화에서는 사람이 아닌, 호롱과 나비와 꽃들을 등장시켰는지도 모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모든 것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외모와 남들이 좇는 가치를 아무런 비판 없이 따르는 값싼 사랑은 변덕스러운 소녀, 인간인 소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꽃들의 아름다움과 향기, 서로 나비를 차지하려는 욕망에 가까운 사랑의 몸짓은 생물학에서 규정하는 유효기간을 지닌 사랑과 닮았다. 그러나 자신의 빛과 뜨거운 열기로 누군가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감정까지 삼켜 버리는 소박하고 향기도 없는 호롱은 상대를 향한 깊은 배려심을 지닌 자비라는 이름의 사랑이다.

한편, 자신을 아늑하게 쉬게 해 준 호롱에 대해 느낀 진실한 고마움과 그리움은 사랑 때문에 자신이 위험해질지라도 외로운 이의 곁을 지켜주겠다는 용감함과 희생적인 사랑으로 나타나고, 이런 사랑을 대변하는 것은 향기에 지친 나비이다. 아직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동화는 오답이 무엇인지는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향기와 외모에 반해 유혹을 느끼는 마음만큼은 오감을 자극하는 호기심 혹은 욕망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향기도 외모도 유효기간이 있지만 진실한 이의,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와 자신을 희생하려는 용기만큼은 지속가능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덮어두더라도 이 동화에서 묘사하는 꽃밭의 정경, 나비의 날개에 우리 마음을 싣고 향기로운 들판을 헤매는 상상은 충분히 아름답고 흥미롭다. 또 수십 년 전에 일상에서 자취를 감춘, 심지를 돋우어 어둠을 밝히는 호롱을 마음으로 꺼내 보는 것도 아련한 향수를 일으키게 한다. 온몸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태워 어둠을 밝히는 불꽃과 향기와 색으로 어우러져 하늘거리지만 해가 지면 어둠에 빠져 버리는 들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아름다울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작은 명상거리를 던져준다. 오늘밤, 창고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호롱이 있다면 꺼내 불을 밝히고 이 동화를 음미하는 것도 색다른 독서의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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