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파(月坡) 김상용(金尙鎔)은 그의 유일 시집 〈망향(望鄕)〉(1939)으로 대표되는 1930년대 자연 지향의 시풍을 완성한 시인이다. 김상용 시편들은 생래적인 자연 친화와 고향 회귀에 대한 시적 탐색으로 그 초점이 모아지는데, 이러한 친자연적이고 원형 지향적인 속성은 1930년대 우리 시사의 중요한 한 양상을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1920년대 시에 나타난 감상 과잉이나 1930년대 모더니즘에 나타난 서구 편향을 극복하면서, 밝고 아름다운 삶과 자연에 대한 일관된 지향과 노장(老莊)사상에 가까운 무위의 세계를 추구한 점은 김상용만이 거둔 남다른 시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망향≫에는 이러한 정신적 본향에 대한 지향과 무위의 감각적 편린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1차적 특징은 ‘나’와 ‘자연’이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일종의 “동일성 인식”(이승훈)에 있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시가 써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의 시가 원천적으로 태동하고 생성하고 다시 귀의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친자연적 세계는 한정(閑情)의 무(無)를 지향하는 동양의 노장사상에 일정하게 근접하는데, 그의 대표작 〈남으로 창을 내겠오〉는 간결한 시행, 단순한 호흡, 일상어 사용, 한국인의 정서와 어울리는 여유와 여백의 미학을 보여 줌으로써 이러한 속성을 담은 명편(名篇)으로 길이 기억될 작품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