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 자 :이재태
  • 출판사 :도서출판 학이사
  • 출판년 :2016-07-0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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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으로 세계의 역사를 알다



역사는 과거와의 끝없는 대화로 알아간다. 역사를 아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이 책에서는 ‘종(鐘)’이라는 매개를 통해 세계의 역사를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세계 각국의 종 수집가인 저자가 수도승이 화두를 찾아 순례에 나서듯 종의 매력에 끌려 각국을 순례하면서 수집한 1만여 개의 종들 가운데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종의 이야기만 가려 수록했다. 이 책은 4로 나뉘어져 있다. 종소리로 울리고, 깨우고, 밝히고, 바꾸는, 종의 신호로부터 상징에 이르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종과 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깊이 있게 서술되고 있다. 곧 ‘종의 인문학’이다. 하나의 종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우리가 기억할 만한 역사적, 철학적, 문화적 배경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종의 모양과 특징을 소개하는 단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그런 앎을 통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윤리적 귀착점이 어디쯤인가를 넌지시 가리키는 것도 이 책은 잊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의 종 이야기를 접하면 다음 종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일어난다. 내 안의 욕망, 내 안의 희열, 내 안의 좌절, 내 안의 믿음 등 다양한 ‘나의 이야기’들이 그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승리의 종(Victory Bell)’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에 격추된 적국 독일의 전투기 잔해를 녹여 만든 종이다. 이 종은 승전 기념으로 승전국 지도자였던 처칠, 루스벨트, 스탈린의 얼굴을 새겨 넣어 전사한 영국 공군과 공군 가족들을 후원하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이것을 판매한 기금은 공군 전상자와 유가족들에게 지원되었다. 독일에는 많은 전쟁을 하면서 늘 프랑스의 위세에 눌리다가 보불전쟁 개시 2개월 만에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자 적국 프랑스의 대포를 녹여 승자의 자부심으로 만든 쾰른 성당의 ‘황제의 종’, 사치와 과다한 과세 등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해 단두대에서 처단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리는 종, 미국이 공산주의자들과 투쟁하던 베를린 시민들에게 헌정한 ‘베를린 자유의 종’, 창작에 골몰하던 작가가 차(茶) 집사를 부르고, 오선지에 악보를 그리던 음악가가 잉크 심부름하는 하녀를 부르는 용도로 쓰이던 종 등 역사, 종교,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독자들을 흥미롭게 한다.

종은 전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각각의 문명이나 나라에 따라서 뚜렷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종을 둘러싼 신기한 전설도 많고, 자연재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특별한 힘이나 역병, 마법을 없애주는 영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인간이 만든 모든 기물(器物)에는 길흉화복, 예외 없이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에는 쓰다 버려진 기물들이 도깨비로 변해 길흉화복의 전달자로 활약하는 장면이 곧잘 등장한다. 그런 내용 속에는 우리 주변의 기물들을 허투루 보지 말라는 어떤 사려 깊은 권고가 담겨 있다. 곧 어느 것 하나 하찮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허투루 보지 않기’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이다. 작가가 종을 모으는 행위를 “수집이란 물건에 다시 혼을 불어넣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그러한 ‘가리지 않는 인간사랑’의 실천에 대한 환유일 것이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구마의식의 정점에서 강동원이 흔들던, 화면 전체에 클로즈업되던, 바로 그 종이 저자의 소장품인 ‘프란체스코 종’이다. “어둠은 물러가고 이제 그의 날이 올 것이다”라는 주문과 함께 화면 전체를 울리던 그 종소리, 악령이 들린 소녀를 구하는 구마(驅魔) 의식에 사용되어 영화에서 구마 의식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녀의 종이 인간과 하늘을 잇고, 산사의 범종이 성(聖)과 속(俗)을 잇고, 워낭 소리가 인간과 동물을 이어주듯, 이 책이 추구하는 본질은 종을 통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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