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소리

검고소리

  • 자 :문숙현
  • 출판사 :푸른숲주니어
  • 출판년 :2016-03-1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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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음악의 신비!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와 음악으로 다스려지는 가우리 나라가

음악을 통해 평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몽환적으로 그려 낸《검고 소리》



《삼국사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거문고 이야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열여섯 번째 책 《검고 소리》는 김부식의《삼국사기》에 실린 거문고의 유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장편동화이다.



“중국의 진나라에서 고구려에 칠현금을 보냈다. 재상인 왕산악이 그 본모습을 그대로 두고 다시 고쳐 만들었다. 100곡을 지어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들었다.”



이 짧은 세 줄의 글귀와 거문고 연주 소리에서 비롯된 작가의 상상력은 역사적 공간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무한히 뻗어나가 신화적 시공간으로 내달린다.

작가는 그 신화적 시공간 안에서 상상력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일부러 ‘진나라, 고구려, 왕산악……’과 같은 이름을 배제하였다. 그 대신에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와 음악으로 다스려지는 ‘가우리 나라’를 세우고, ‘해을’과 ‘다루’ 같은 매력적인 인물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검고 소리》는 해을과 다루가 ‘검고’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연주함으로써 가우리 나라와 허허벌판 나라 사이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한 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웅장하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려 내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음악의 신비로운 힘!



허허벌판 나라의 왕은 맑은 물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한 가우리 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사신을 통해 가우리 나라에 ‘칠현금’을 보낸다. 칠현금을 연주하지 못하면 그것을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고, 제대로 연주하면 그 소리로써 허허벌판 나라의 기운을 퍼뜨릴 속셈이었다.

가우리 나라의 왕은 전쟁을 막기 위해 궁중 악사장 해을에게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만들도록 한다. 하늘신의 제사 때 그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평화를 지킬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궁중 악사장 해을은 새로운 악기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찾으러 더진골에 갔다가 자연과 교감하는 괴짜 소년 다루를 만나게 되고, 둘은 합심하여 3년 만에 ‘검고’라는 악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여전히 검고는 미완성이나 다름없었다. 온전히 가우리 나라의 정신이 담긴 악기여야만 그 소리가 하늘신에게 가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우리 나라의 평화와 평등의 정신이 깃들도록 검고를 고쳐 만들어야 하는 숙제는 온전히 다루의 몫이었고, 다루는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그 숙제를 풀어낸다.

급기야 붉은 달이 뜨고,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이 가우리 나라로 쳐들어온다. 다루가 온 마음으로 연주한 검고 소리는 피에 굶주린 군사들을 한순간에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두 나라 사람들 마음속의 응어리를 어루만지고 그 안에 평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준다.

이처럼《검고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세상의 불협화음을 조율하는 ‘음악의 신비스러운 힘’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형상화하였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그 신비로운 음악의 여운이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떠돌이 소년 다루, 성장의 의미를 일깨우다



이 책에서 ‘다루’는 해을과 함께 검고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원래 부모도 집도 없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던 천덕꾸러기였지만, 자연과 교감하며 그 안에 깃든 소리를 듣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그 재주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악사장 해을이었다.

다루는 스승 해을을 만난 뒤부터 조금씩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해을을 통해 음악을 알고, 음악을 매개로 자기뿐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는 기쁨을 알게 되며, 검고를 만들면서 겉과 속이 단단히 여물어 간다.

일찍이 다루는 ‘단순히 피리 부는 게 좋고, 자신의 피리 소리를 새와 개울과 나무가 좋아해 주는 게 좋다’고 해을에게 고백한다. 그 고백은 다루가 진정한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다루는 지위의 고하에 관계없이 연주자와 청자가 어우러져 함께 나누고 즐기는 음악이야 말로 모두의 마음을 울릴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이미 그때부터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이 끝난 뒤 왕이 제안한 궁중 악사 자리를 거절하고 다시 고향 더진골로 돌아간다. 자신을 키워 준 자연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다 함께 나누기 위해.

아이들은 저마다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해을은 자칫 묻힐 뻔했던 다루의 특별한 재주를 끄집어 내어 주었고, 그 덕분에 다루는 꿈을 품게 되었다. 검고라는 악기의 몸체를 만들고 숨을 불어넣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때론 묵묵히 견디고 때론 용기 내는 다루의 모습은 어른과 아이 독자 모두에게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





내용 소개



허허벌판 나라에서 온 악기 ‘칠현금’

허허벌판 나라의 왕은 사신 훈바를 시켜 가우리 나라에 칠현금을 보낸다. 궁극적으로는 가우리 나라의 풍부한 물과 비옥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 허허벌판 나라의 악기를 보낸 것이다. 가우리 나라의 왕은 궁중 악사장 해을에게 칠현금을 연주해 보도록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며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



훈바의 귓가에 탁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칠현금의 마지막 줄에는 허허벌판 나라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이 소리는 가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어 줄 것입니다.”

처음 가우리 나라로 칠현금을 보내자고 말한 것은 허허벌판 나라의 대신인 탁산이었다. 탁산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 칠현금을 연주해 내지 못하면, 그것을 핑계로 가우리 나라에 쳐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허허벌판 나라에 비가 내리지 않은 지 여섯 달이 넘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마른 땅에는 늘 먼지가 날렸다. 땅에 묻어 둔 항아리의 물도 거의 다 떨어져 갔다.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딱 한 곳, 가우리 나라뿐이었다. 칠현금을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왕이 훈바에게 명령했다.

“칠현금을 가지고 가우리 나라로 가라.”(- 13~14쪽에서)



나무와 이야기하는 떠돌이 소년 ‘다루’

해을은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만들기 위해 산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 더진골로 간다. 그곳에서 악기의 재료로 적합한 나무를 찾아내어 베려고 하는데, 이미 그 나무와 깊은 교감을 나누던 소년 다루가 나무 앞을 막아선다.

해을은 다루가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신통한 재주를 지닌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루를 설득해 함께 악기를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나무야, 잘 잤니? 어젯밤 비 때문에 놀랐지?”

다루는 맑은 목소리가 울리자 나무가 움직였다. 나뭇잎이 바람을 일으키듯 나부꼈다. 해을은 천천히 나무를 살펴보았다.

“이 나무는 악기가 될 운명을 타고난 것 같구나.”

그 말에 다루가 물었다.

“악기가 될 운명요?”

“그래, 아름다운 소리를 담는 악기 말이다. 네가 신기해 했던 피리처럼…….”

순간 다루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이 나무가 피리가 되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란다. 피리와는 또 다른 악기가 되는 거지.”

순간 다루의 눈에 실망하는 빛이 서렸다. 해을은 다루를 다그치지 않았다. 다루는 나무를 베려는 걸 알면서도 순순히 따라왔다. 다루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러면 나무가 죽는 거잖아요.”

다루의 풀 죽은 목소리에 해을은 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어쩌면 영원히 사는 것인지도 모르지. 다루 너만의 나무가 아니라, 가우리 나라 백성 모두의 악기가 되어 그 사람들 가슴에 희망과 평화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말이다.” ( - 47~48쪽에서)



해을과 다루,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만들다

해을과 다루는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만드는 데 온 정성을 쏟는다. 3년 뒤 악기를 완성했지만,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아 해을은 초조하기만 한데……. 그 순간 다루가 장난을 치듯 나무 막대기로 줄을 훑는다. “스르렁!” 울림통 전체를 울려 나오는 악기 소리를 들은 해을은 이제 비로소 왕을 찾아가 악기를 바쳐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는다.



해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루의 손가락이 줄을 훑었다.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소리였지만 힘이 조금도 없었다. 해을은 고개를 저었다.

“이 악기를 연주해 가우리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악기 소리가 너무 순하고 약하구나.”

가우리 나라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악기였다. 그 악기가 가우리 나라 사람의 품성을 닮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어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삼 년 동안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해을은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서성였다.

(……)다루의 눈에 쓰다 남은 나무 막대기가 보였다. 가는 붓처럼 한 손에 쥐어졌다. 다루는 나무 막대기를 움켜쥐고 악기의 줄을 쓱 훑어보았다.

“뭐 하는 짓…….”

해을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악기에서는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라기는 다루도 마찬가지였다. 막대기를 든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스르렁!”

해을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그것은 울림통 전체가 울리는 소리였다. 막혔던 물줄기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다루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참을 수 없는 열기에 다루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해을은 새로운 악기를 내려다보았다. 허허벌판 나라에서 온 악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해을과 다루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해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의 손이 아니다. 이 악기의 줄을 어루만지는 것은…….”

(- 64~66쪽에서)



하늘신의 악기, ‘검고’

해을은 다루와 함께 가우리 나라 궁으로 돌아가 왕에게 새로운 악기를 바친다. 왕은 그 악기를 보고 ‘검고’라는 이름을 내린다. 하늘신의 악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왕은 곧 하늘신의 제사를 열 것이며, 그날 해을에게 검고를 연주할 것을 지시한다.



“검…… 고…….”

해을이 신음하듯 그 글자를 읽었다. 다루는 ‘검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악기의 이름이 마치 원래부터 알고 있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엄한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검’은 가우리 나라의 옛말로 ‘하늘신’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검고’란 ‘하늘신의 악기’라는 뜻. 이 악기에 ‘검고’라는 이름을 내리니, 검고는 가우리를 위기에서 구해 줄 가우리의 새로운 악기가 될 것이다.”

“왕의 뜻이 하늘에 가닿을 것입니다.”

방 안에 있던 모든 대신이 머리를 숙였다. 해을과 다루도 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왕의 뜻을 받들었다. (- 74쪽에서)



하늘신의 제사가 열리던 날, 붉은 달이 뜨는데…….

드디어 하늘신의 제사가 열린다. 해을이 검고를 연주하는 가운데 왕이 노래를 부른다. 허나 웬일인지 하늘신에게 제물로 바칠 돼지가 사라지고 하늘에는 붉은 달이 뜬다. 불길한 징조였다.

급기야 왕이 발작하며 쓰러지고, 겁을 먹은 백성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당황한 다루는 이내 해을의 당부를 떠올리고는 온 마음을 다해 피리를 부른다. 신기하게도 다루의 피리 소리에 백성과 해을, 왕 모두가 안정을 되찾는다. 그러나 기력을 다한 다루는 피리를 부르다가 그 자리에 쓰러지고, 해을은 하늘신의 제사를 망친 죄목으로 감옥에 갇힌다.



피리 소리가 다루를 이끌었다. 다루는 서서히 왕과 해을이 서 있는 제단을 향해 나아갔다. 다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지난 삼 년 동안 다루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칠현금 소리를 들어야 했던 왕의 아픔이 다루에게 전해졌다. 조급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았던 해을의 고독도 느껴졌다

피리 소리가 다시 급해지는가 싶더니 피리 끝에서 맑은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아니, 저것은…….”

대신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슬처럼 맑은 물,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 오랜 세월 공부를 하고, 피나는 연습을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하늘신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 82~83쪽에서)



다루, 허허벌판 나라에 가기로 결심하다

다루는 왜 검고 소리가 하늘신을 노하게 했는지 의아해한다. 악기는 그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을 닮는다는 해을의 말에 따라 칠현금의 탄생 배경을 알아내어 검고를 온전히 가우리 나라 악기로 고쳐 만들기 위해, 그리고 해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자청하여 허허벌판 나라로 간다.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허허벌판 나라가 어떤 곳인 줄 알고…….”

“그곳에서 칠현금이 왔잖아요. 검고는 칠현금을 본떠 만든 악기니까, 칠현금이 허허벌판 나라의 어떤 점과 잘 맞는지 알면, 우리 가우리와는 어떤 점이 맞지 않는지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스승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악기는 그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을 닮아 있다고…….”

서백은 다루의 한쪽 팔을 홱 잡아채며 고함을 질렀다.

“넌 거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하는 말이냐! 게다가 해을 어르신도 여기 계시는 판국에 너까지 허허벌판 나라로 가면 어쩌겠다는 것이냐?”

다루는 굵은 눈물을 팔뚝으로 훔쳤다. 해을은 입수을 한참 달싹이더니 천천히 눈을 감고 벽에 몸을 기대었다. 다루는 그런 해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스승님, 스승님은 저를 하늘신이 보낸 아이라 하셨지요. 스승님을 도울 사람은 저뿐이라 하셨고요. 저는 스승님을 돕고 싶어요. 아니, 내 하나뿐인 나무가 가우리의 악기로 다시 태어나는 걸 보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 90~91쪽에서)



드디어 검고의 비밀을 알아내다

다루는 전쟁에 반대하는 타마 공주의 도움으로 허허벌판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다루는 줄의 간격과 모양새가 머리 부분이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칠현금이 허허벌판 나라에 깊게 뿌리내린 ‘힘의 우열과 신분의 높낮이’를 반영하였다는 것을 유추해 낸다. 그리하여 검고 줄의 간격을 모두 일정하게 펼쳐 놓아야만 하늘신의 노여움을 풀 수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다루는 허허벌판 나라에서 항상 귀와 눈을 열어 놓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곳 사람들은 늘 목말라했어요.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못해 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본 적도 있었고요. 그나마 머리에 관을 쓴 사람들은 사정이 좀 나았지만요.”

다루는 타마 공주가 한 말을 그대로 해을에게 전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관을 얻을 수 없대요.”

“큰 나라일수록 신분의 높고 낮음은 더하구나.”

해을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 순간, 다루의 머릿속에 어떤 섬광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다루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타마 공주가 보여 준 칠현금은 머리 부분이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은 모양새였다. 줄의 간격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에 잠긴 다루의 모습을 보고 해을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다루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다루의 말을 들으면서 해을은 눈앞이 훤하게 밝아 오는 것을 느꼈다.

“만약 네 생각이 맞다면 검고 줄의 간격을 모두 일정하게 펼쳐야 했겠구나.”

하늘신의 제사에서 궁 안에 사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서로 섞이지 못했다.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펼쳐진 하늘처럼 악기의 줄도 그러해야 했다. 힘 있는 사람만을 위해 쓰이는 것은 무기이지 악기가 아니었다. (- 124~125쪽에서)



모두가 평등한 나라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의 군대가 가우리 나라를 쳐들어오자, 다루는 새로 고쳐 만든 검고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타마 공주 역시 피리를 연주한다. 허허벌판 나라의 왕과 군사들은 그 아름다운 소리로 인해 전의를 잃고 눈물을 쏟는다.

가우리 나라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다루는 궁중 악사로 궁에 머물러 달라는 왕의 제의를 거절하고 더진골로 돌아간다.



가우리 나라 사람들이 하나둘 왕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 느리고 고요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은 칼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허허벌판 나라의 왕이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겁먹지 마라! 다시 쇠 나팔을 울려라!”

하지만 허허벌판 나라 군사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루의 검고 소리는 계속되었다.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을 향해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고, 옷자락에 묻은 모래 알갱이들을 털어 주었다.

타마 공주도 다시 피리를 불었다. 다루의 검고 소리는 타마 공주의 피리 소리를 기다려 주었다. 검고 소리는 피리 소리가 만든 빈 자리를 채워 주었다. 타마 공주의 얼굴에 만족스런 웃음이 피어올랐다.

목마름과 피로에 질려 있던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난생처음으로 눈물을 쏟아 냈다. 어떤 군사는 땅을 치며 울고 있었고, 어떤 군사는 어를 떨며 흐느꼈다. (- 138~13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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