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를 따라서, 스위프트를 찾아서

걸리버를 따라서, 스위프트를 찾아서

  • 자 :박홍규
  • 출판사 :들녘
  • 출판년 :2016-02-2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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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신물이 나면 『걸리버 여행기』를 보라!

인간과 문명 비판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걸리버 여행기』를 벗하라!

그러나 『걸리버 여행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라!!




『걸리버 여행기』는 어린이용 문학도 아니고 재미있고 유쾌한 동화도 아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18세기 영국과 아일랜드의 정치·사회·문화를 전 방위적으로 신랄하게 비웃고 조롱하는 풍자문학이다. 스위프트는 주인공 걸리버가 여러 상상의 나라(소인국, 대인국, 공중국, 마인국)를 여행하면서 각국의 천태만상을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세태를 풍자하는 동시에 걸리버 역시 풍자하는 이중적인 기법을 구사한다. 풍자의 대상과 주체를 동시에 풍자함으로써 인간의 본성 자체를 비웃어버린 것이다. 스위프트의 풍자는 특히 정치와 인간에 대한 묘사에서 빛을 발한다. 계란을 깰 때 큰 쪽 끝을 먼저 깨느냐 작은 쪽 끝을 먼저 깨느냐를 두고 다투다 전쟁하게 된다는 이야기, 줄을 잘 타는 순서대로 사람들을 정부의 주요 관리직에 등용하는 이야기, 정치인의 주장이란 그들이 신은 구두의 굽 높이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는 지적, 인간을 일컬어 대자연이 지구상에 기어 다니도록 허용해준 작고 역겨운 벌레 중에서 가장 고약한 족속이라 이른 것, 말[馬]을 이성적인 종족 휴이넘으로 상징한 반면 쾌락과 탐욕에 빠진 인간을 야후로 내세워 열등하게 묘사한 장면 등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3백 년 전, 아일랜드에서 쓰인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야말로 『걸리버 여행기』를 고전답게 해주는 덕목이라 하겠다. 하지만 3백 년 전의 작품인 만큼 우리나라 독자들에겐 집필 당시의 상황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독자들이 스위프트의 재치 있고도 교묘한 장치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저자는 주인공 걸리버를 창조한 스위프트와 18세기 영국 및 아일랜드의 상황과 정치·역사적 배경을 먼저 소개한다. 더불어 『걸리버 여행기』 이전의 작품까지 친절하게 소개함으로써 당시 유럽 대륙에 불거진 이슈에 수월하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걸리버 여행기』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이 책은, 대다수 독자들에게 어린이용 동화로 소개되거나 받아들여진 『걸리버 여행기』가 실은 현존하는 문학 작품 중 최고의 풍자문학이라는 점, 그 풍자의 칼끝이 정치를 비롯한 인간세상의 위선과 모순을 겨눈다는 점, 그럼에도 작가 스위프트가 인간 종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않았기에 이 같은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편의 또 다른 멋진 여행기이자 『걸리버 여행기』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친절하고 정교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 이외에 스위프트가 발표한 여러 작품에 대한 소개, ‘여행기’라는 같은 형식을 띤 『걸리버 여행기』와 『로빈스 크루소』가 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분석, 판화가 윌리엄 호가스와 장 그랑빌 등 18세기를 풍미한 화가들의 일러스트를 최대한 활용하여 보는 재미를 강화한 것 등은 이 책만의 특장이라 하겠다.





스위프트는 왜 ‘풍자’를 선택했을까?



스위프트는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일랜드인이 아닌 영국인으로서 후반생을 아일랜드에 있는 영국 성공회의 최고위 사제로서 살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신사의 권력자가 조선에 와서 조선 신사 책임자로 50년을 살면서 우리나라의 신채호처럼 일본 정부를 부정하는 아나키스트로서 즉 반(反)권력주의자로 활동한 셈이다. 따라서 그는 당연히 이중적일 수밖에 없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서 갈등했고, 공적인 종교인의 입장과 사적인 작가의 입장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는 종교적으로는 보수적이었으나 정치적으로는 진보의 편에 서 있었다. 대부분이 가톨릭인 아일랜드 민중을 불신했으면서도 의회주의를 신봉하는 자로서 언제나 민중의 편에 섰다. 또한 그리스 로마로 대표되는 고전의 시대와 그 문화를 찬양하면서도 현대를 무시하지 않았다. 스위프트가 작품을 집필하는 내내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고, 그의 모든 글이 ‘웃음과 조롱’이라는 풍자의 형식을 띨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걸리버는 세상을 비웃고, 스위프트는 걸리버를 조롱하니…



소인국, 대인국, 공중국, 마인국을 여행하면서 걸리버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 몸소 겪게 되는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들…. 어린 시절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이 같은 재미와 호기심만으로 읽어도 충분했다. 그러나 좀 더 자란 독자들에게는 작가인 스위프트가 이 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말하려 했는지에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걸리버와 스위프트의 관계라든지, 스위프트와 당시 영국과의 관계, 국내 정치와 국제 정세, 종교와 학문 등 작품의 배경이 되는 모든 것을 일일이 알아둘 필요는 없겠지만, 스위프트가 걸리버를 자신이라 전제하면서도 그 역시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만큼은 눈여겨보아야 한다. 즉 대체로 나쁜 나라로 그려지는 제1부와 제3부에서는 풍자 대상이 그 나라들이지만, 반대로 그려지는 제2와 제4부에서는 걸리버 자신이 풍자 대상이 되는 탓이다. 이처럼 스위프트는 걸리버를 통해 당대 유럽으로 대표되는 모순된 세상을 비웃는 동시에 자신(인간)을 상징하는 걸리버마저 마음껏 조롱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이 점이야말로 『걸리버 여행기』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다.





『걸리버 여행기』는 무엇을 풍자한 것일까?



풍자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모순된 인간’의 ‘덧없는 인생살이’다. 『걸리버 여행기』는 이 주제를 가장 보편적인 동시에 가장 천재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먼저 걸리버는 제1부 소인국 편에서 자신을 ‘거인’이라는 상징 하에 표현함으로써 무한대로 커진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결말은 유쾌하지 못하지만). 그리고 제2부에서는 극도로 왜소해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보잘 것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3부에서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나라를 방문한 걸리버가 그곳에서 허무함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보여준다. 특히 스위프트는 제4부에 등장하는 야후를 “자연이 만들어낸 동물 중에서 가장 더럽고 역겹고 못생긴 동물이어서, 가장 반항적이고 불순하며, 해코지만 하고 심술궂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을 완전한 이성의 동물인 휴이넘보다 못한 비이성적 야수로 취급한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단박에 무너뜨린 대단한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즉,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풍자문학의 주제인 ‘모순된 인간의 덧없는 인생살이’와 그들이 만들어낸 제국주의로 대표되는 ‘미친 현실’이 거리낌 없이 비판된 것이다. 몇 개의 단어와 상징을 바꾸면 18세기에 쓰인 『걸리버 여행기』가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근거이자 커다란 울림을 주는 배경이기도 하다.





『걸리버를 따라서, 스위프트를 찾아서』, 이렇게 읽자



우리에겐 여전히 아일랜드가 생소하다. 『걸리버 여행기』가 쓰일 당시인 3백 년 전의 아일랜드와 영국이라면 더욱 더 생소할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1부 스위프트를 찾아서》를 통해 스위프트의 일생 및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사전 정보를 제공한다. 당시의 정치·사회·문화적 상황을 자세히 그림으로써 스위프트가 왜 작품을 쓸 때 풍자라는 기법을 도입해야 했는지, 이면에 숨긴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게 돕는다. 그러고 나서 《2부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걸리버를 따라 소인국, 대인국, 공중국, 마인국 편에 얽힌 여행기를 소개하며 각각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을 통해 스위프트가 당대의 세태와 인간성 자체를 어떠한 식으로 풍자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3부에 해당하는) 《더 읽어보기》에서는 스위프트 이후의 아일랜드 모습, 한국과 아일랜드의 비교, 여행기의 시조이자 걸리버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로빈슨 크루소』가 걸리버와 어떻게 다른지 분석한다. 『걸리버 여행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 어린 시절 동화로 읽은 걸리버와 이별하고 보다 정확한 원문과 친해지고 싶은 독자들, 그리고 깊이 있는 독서 체험과 사유의 주제를 찾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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