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

달의 뒤편

  • 자 :조기영
  • 출판사 :마음의숲
  • 출판년 :2015-01-2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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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아나운서의 그 사람, 조기영 시인의 첫 장편소설 《달의 뒤편》

권력이라는 이름의 무자비한 폭력, 그 아픔 속에서 꽃피운 사랑




시인 남편과의 사랑을 고백해 화제를 모은 고민정 아나운서, 그녀의 에세이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에 이어 남편 조기영 시인의 첫 장편소설 《달의 뒤편》이 도서출판 마음의숲에서 출간되었다. 조기영 시인 자신이 앓았던 희귀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소설의 중요한 소재로 다루었고, 여기에 고민정 아나운서와의 사랑 이야기까지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엔 단지 시인과 아나운서의 사랑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했던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희생되어야만 했던 젊은이들의 아픔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저자 조기영 시인은 자신이 본 96년 연대 사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치열했던 현장의 소리를 고스란히 소설에 담아 현재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운다.



여자주인공 은초의 선배이며 시를 쓰는 윤시헌은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낀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들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그에게 남긴 아픔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만이 아니었다. 몸에 찾아오는 통증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다르지 않았다. 윤시헌은 자신을 괴롭히는 통증과 민주주의를 압박하는 공권력에 맞선다. 그러나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예리하게 그를 파고들었다.



척추로 올라온 놈들은 일상을 하나씩 장악해 들어왔다. 내 움직임을 탐지해 오기라도 한 것처럼 일상의 모든 출구와 퇴로에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모든 일이 무엇인가를 짚거나 잡아야 가능했다. 칫솔질도, 세수하는 것도, 변기에 앉는 것도. 걸음을 옮기고 무릎을 구부릴 때면 놈들은 관절의 문을 열고 나와 눈을 흘겼다. 놈들은 척추 마디마다 초소를 세워 허리를 봉쇄했고, 몸을 구부릴 때마다 고통이라는 세금을 거둬들였다. 서 있을 때조차 놈들은 눈을 번득였다. 평범한 일상들이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고통이 서리처럼 쌓였다. 서리만큼 눈물이 쌓였다. 낮에는 수돗물을 틀었지만 눈물은 어둠에 기댈 때가 많았다.



- 조기영, 《달의 뒤편》 본문 중에서





서로가 서로의 절망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



하지만 그가 겪는 상처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부당한 권력에 대항했던 모든 이들이 상처의 피해자였다. 그는 우연히 학생운동의 현장에서 고등학교 동창 선엽과 재회하게 되고, 선엽의 형수인 한송희 선생의 비극적인 집안사를 목도하게 된다. 독재정권하의 보안사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와 독재정권하 권력 기관의 고문으로 몸이 불편한 남편과의 결혼을 기꺼이 택한 딸,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절망일 수밖에 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또한 같은 하늘 아래서 다른 이념을 갖고 대립해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점차 위험의 그림자는 점차 윤시헌을 향해 다가왔다. 그가 활동하는 청년회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시헌은 물리적 통증과 정신적 고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의 심연에서 그를 건져 올린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같은 동아리 후배 ‘유은초’와의 사랑은 기나긴 투쟁의 터널에서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몸과 마음에 한줄기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희귀병이라는 운명은 그로 하여금 사랑을 마음껏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접게 만들었다. 이별을 고하는 그에게 은초는 단호히 말한다. 함께라면 날 수 있다고.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고통에게 지는 것뿐이라고.



“내 몸은 이미 지옥이고 현실이야.”

절망이 고개를 저었다.

“사랑은 아름다움도, 추함도,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노여움도, 아픔도 그리고 죽음까지도 함께하는 거라고 말한 건 오빠예요.”

내 말을 내가 부정해야 하는 현실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이별은 살아갈 날들을 위해 살아온 날들을 지워야 하는 것이었다.

“네 날개를 꺾고 싶지 않아.”

절망의 바퀴에서 파편이 튀어나왔다.

“오빠가 내 날개라는 걸 잘 알아요.”

사랑은 파편에 맞으면서도 한껏 팔을 벌렸다.

“그걸로는 날 수가 없어.”

절망이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날개가 아프면 좀 쉬어가면 돼요. 날개에 상처를 입었다고 꿈을 버리는 건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말이에요.”



- 조기영, 《달의 뒤편》 본문 중에서



은초의 사랑은 절망으로 꺾인 그의 날개에 새살이 돋게 했다. 그는 깨닫는다. 절망과 고통을 이겨 내는 힘은 사랑과 연대에 있다고. 윤시헌은 다시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그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체념으로 뒤덮인 한국 사회를 흔드는 묵직한 울림



어느 순간부터 출판계에는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소설이 드물어졌다. 개인의 내면에 침잠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점에서 90년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낸 《달의 뒤편》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저자 조기영 시인이 쓴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소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왜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을까. 척추가 굳어 가는 이 병과, 제도와 이념에 둘러싸여 경직된 우리 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다. 다시 이 땅에 자유가 찾아오게 된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다. 주류의 이념을 거스르는 생각들은 무엇이든 배척하고 낙인찍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보다는 협박과 규탄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 때부턴가 저항보다 체념을 택하고 있다. 9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2013년의 우리에게 던져 주는 울림이 묵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개인은 더욱 고립되고 사회는 더욱 경직되어 가는 오늘의 세상을 흔들 수 있는 것은 사랑과 믿음뿐이기에.



조기영 시인은 그 이름보다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더 많이 불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은 후 사람들은 그를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말로 탑을 쌓아 올리기는 쉽지만 결코 그 탑을 굳건히 유지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성찰과 회의를 통해 삶의 뿌리를 다진 조기영 시인이 이제 오랜 세월 품어 왔던 자신의 소설 《달의 뒤편》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네려 한다. 자신의 삶으로서 신념을 보여 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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