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서숙의 글쓰기 시선은 기이하고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바깥세상보다는 깊은 내면의 풍경으로 향한다. 일상의 탈출에서 오는 시간의 멀미와 공간의 낯가림은 부담스럽고, 낯선 현실에 적응하기는 성가시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에서 미적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공간과 시간을 중심에 둔 물리적인 움직임은 한계가 있지만, 주체 내면에서 작동하는 상상에는 한계가 없다. 그 상상은 논리적인 인식의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현실적인 불가능을 뛰어넘어 환상으로까지 나아간다. 이처럼 서숙은 자아 내면으로 파고들어 사유, 기억, 상상, 환상을 통해 세상을 읽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성찰한다. 이러한 방법은 수필의 중요한 한 부분이지만, 다른 수필가들이 이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기에 그만의 특이한 세계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